세종시향8집 작품
무녀儛女
김일호
뒤쳐진 여름 햇살이
구월상달 꽃잎에
나비의 날개 짓으로 앉던 날
참았던 긴 호흡은
풀잎에 물든 바람으로 불어오고
작은 날개로 저어가는
낮은 걸음의
낯익은 가을 길이 곱고
지난 밤 미처 떠나지 못해
조각난 별처럼
새하얀 나비 한 마리
드높아 더 푸른 하늘아래
나풀거리듯 춤을 추네
들꽃 여인
꽃이 좋아 꽃바람으로
꽃을 찾아
산과 들을 헤매다가
꽃으로 피어난 여인
언제나 몸도 마음도 온통
울긋불긋 꽃잎에 물든 채
비밀처럼 하나 둘 가슴에
꽃 이름을 새겨두었던 여인
눈이 달린 휴대폰 손에 쥐고
회색빛 거처를 나서면
붉은 노을 해 질 때 까지
풀벌레처럼 꽃과 마주앉아 해맑게 웃으며
속삭이던 여인
아, 그토록 기다렸던
오색 빛 가을이 채 오기 전에
예순일곱 살아온 빛살 고이접어
세월의 갈피에 넣어두고
늦은 밤 작별의 인사도 없이
들꽃으로 떠난 여인
-고 이향숙 작가의 영전에 바칩니다.
*시작詩作 노트*
입술이 부르트고 목구멍이 막힐 지경이다. 못다 한 말이 체증되어 역류할 것도 같다. 그래도 글 한 줄이라도 써서 말 대신 할 수 있으니 위안이 된다. 지난 계절 극심했던 폭우와 폭염에도 목숨부지 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가을꽃으로 피어나거나, 시원한 바람으로 불거나, 어쨌거나 세상유익을 위한 몫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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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출생/전)소금꽃시문학회장/전)세종시인협회장/세종시문학진흥위원회부위원장/한국문인협회세종시지회장/백수문학회장/제11회 연기군민대상 수상/국민훈장목련장 수훈/시집<노을에 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