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9.11 테러’ 이후 외국 유학생에 대한 감시 감독을 강화하고 나섰다.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 유학생까지 동태를 파악키로 했다. 이런 조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국내 선수들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자들은 대부분 방문 비자로 출국해 현지 브로커를 통해 유학생 신분을 획득해 왔다. 학교에는 등록만 한 채 마이너리그에서 야구 수업을 하는 일종의 ‘메이저리그 유학생’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포함한 5만 8,000여 한국 유학생들의 동태는 내년 1월부터 세세히 법무부에 보고 되고 학교에 등교하지 않거나 낙제할 경우 곧바로 귀화국에 통보된다. 방문 비자 입국자의 학생 비자 전환도 완전히 금지 됐다. ‘메이저리그 유학생’들은 국내 병역법의 적용을 받기 전에 미국 법무부에 의해 귀국조치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법무부의 조치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선수들도 있다.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서재응(뉴욕 메츠)이 그들이다. 이들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들로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자들이 굳이 유학생 신분을 얻는 것은 국내 병역법을 어기지 않고 군 입대를 연기하고자 하는 노력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의 병무청과 미국 법무부의 틈바구니에서 뜻하지 않게 범법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 9일, 대한축구협회가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병역 면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방부가 반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에게만 주어지던 혜택을 2002 한ㆍ일 월드컵에도 한시적으로 확대 적용하자는 것이다.
야구는 어떤가. 박찬호 김병현이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그 모습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 안방에 중계되고 있다. 2003년 ‘월드컵’을 성사시키기 위해 한ㆍ미ㆍ일 프로야구 커미셔너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고 실제 2001년 대만 세계 선수권은 ‘야구 월드컵’으로 불리기도 했다. 축구에 비해 그 가치가 현격히 떨어진다고 누가 말할 것인가.
아마ㆍ프로의 행정 통합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오는 10월의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해외 진출자도 선발하거나 야구 월드컵의 병역 혜택 추진 등의 방안들을 연구, 위기에 놓인 젊은이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월드컵 축구 대표팀에는 안정환(페루자) 설기현(안더레흐트) 박지성(교토) 등 해외에서 활약 중인 병역 미필자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