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은 옷치레, 경상도 사람은 집치레, 전라도 사람은 음식치레.
예전에도 그랬지만 역시 음식은 전라도가 맛있어요.
전라도를 대표하는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홍어에요.
잔치에 소를 잡았어도 홍어가 없으면 헛잔치 했다고 할 정도로
전라도 사람들의 홍어 사랑은 남다르죠.
그러나 그 유래를 살펴보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홍어는 흑산도에서 주로 잡혀요.
흑산도 옆에 홍도, 영산도 등등이 홍어잡이의 주력 기지였어요.
조선 초 태종 시절 空島공도 정책을 폈어요. 왜구 때문이였어요.
왜구들도 문제였지만 굶주린 섬사람들이 왜구로 위장해서
관가의 곡식 창고를 습격하거나 세금용 곡식 거두는 날짜에 기막히게 공격하곤 했어요.
그런 이유로 공도 정책을 시행했어요.
이때도 논란이 많았죠, 수비하는 데 드는 비용에 대한 논쟁,
위장 왜구 구별 정책 등등..
그러나 공도로 결정하고 섬사람들을 사민(이주시킴)하였어요.
조선시대 섬사람들이나 해안가 어민들은 海尺해척이라고 하여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았어요.
울릉도도 이때부터 공도였어요.
영산도에 살던 사람들이 옮겨 산 곳은영산포
(나주의 강남, 서울의 강남과 같은)라는 지명을 갖게 되었어요.(영산부곡)
당시에는 이렇게 천민들이 모여 사는 곳을 향, 소, 부곡이라 칭하며 천시했고
행정 상 불이익을 주었으며 분리하여 거주하게 했어요.
나주는 양민들이 사는 곳이고 영산포에는 천한 것들이 사는 곳이에요.
암튼 또 그런 이유로 영산강이라는 이름도 생기게 되었지요.
영산포에는 1902 년 일본인들이 나주 평야의 쌀을 수집하기 위하여 개발 정착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인 물류 유통의 중심지가 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어요.
영산포에서 수집된 물산은 목포로 이동했어요.
영산포에서는 주로 쌀, 잡곡, 무명, 가마니를 목포로 옮겼어요.
목포에서는 생선, 소금, 건어물, 식료품, 잡화, 건축 자재 등을 영산포로 옮겨왔어요.
영산포로 영산강 인근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번화한 거리가 형성되고 영산포 특유의 음식 삭힌 홍어를 외지인들도 접할 기회가 늘어났어요.
삭힌 홍어의 맛이 점점 외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죠.
흑산도 사람들은 홍어를 주로 회로 쳐서 먹지 삭혀서 먹지 않아요.
영산도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홍어를 회로 쳐서 먹었어요.
그러나 영산포로 이주한 영산도 사람들은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를 십 여일 지난 후에 접할 수 밖에 없었어요.
해방 전.후까지도 흑산도에서 영산포로 올라온 삭힌 홍어는 나주 사람들
(나주=서울, 영산포= 마포 같은 곳. 강남이지만)이 주로 소비했어요.
인근 영암, 장흥, 강진 사람들도 냄새난다고 먹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지린내나는 삭힌 홍어는 나주 사람들만 먹었다는 것이죠.
나주 사람들은 삭힌 홍어는 나주 사람들만이 아는 맛이라는 의식이 강했고
'니들이 삭힌 홍어의 맛을 알아?' 그런 프라이드가 강했어요.
나주 사람들은 이 삭힌 홍어의 맛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인근 지역 사람은 삭힌 홍어의 지린내에 역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적응해갔어요.
영산강 유역과 강진 장흥 영암 지역으로 삭힌 홍어의 맛이 퍼져갔어요.
70 년 대만 해도 홍어 한 다라이가 삼 천 원 정도 했다고 하네요.
아직 삭힌 홍어가 제대로 대접받지 않았던 것이란 뜻이고 전
국적 영역확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영산포의 아낙네들은 영산포에 도착한 삭힌 홍어를 다라이에 이고
인근 영암, 장흥, 강진 등으로 이고가서 곡식과 바꿨어요.
이 곡식 등을 영산포 뱃사람들의 물고기와 다시 바꾸고.
이러는 과정에서 삭힌 홍어 맛은 점점 더 영역을 넓혀나갔고..
뱃사람들이 가장 귀하게 여겼던 식부자재는 영산 김치(나주 김치)였어요.
김치를 목포에서 공급받는 것보다는 영산포에서 공급받는 것이 저렴하고 수월하였을테니까.
아까워서 못먹고 아껴뒀다가 신 김치로 주로 먹었다고 합니다.
뱃사람들이 오랫동안 채소를 접하기 힘들어서 그랬겠지요.
귀한 신 김치로 삭힌 홍어를 싸서 먹는 것이 별미가 되는 과정이에요.
점점 그 영역이 넓어져서 전라남도로, 전라도로 퍼졌고
이제 한국의 음식으로 삭힌 홍어와 신 김치가 자리잡아 가고 있어요.
얼마 전 이 영산포에 홍어 음식 거리가 생겼어요.
1977 년 영산강 하구둑 공사 시작하면서 거의 제 기능을 못하던 영산포였는데
최근에 홍어라는 음식을 계기로 부활하려 합니다.
지금도 전국 삭힌 홍어의 70%는 나주산(영산포)이에요.
홍어 삭히는 노하우가 남다른 것이죠.?
원래 한 50 여 개소의 홍어집이 있었는데 새롭게 단장하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어요.
나주라는 지역 유람도 할 겸 홍어 맛도 즐길 겸 올 봄엔 영산포 나들이 계획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와 삭힌 홍어를 먹게 된다면 홍어 유래를 소재삼아 담소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