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기(9): 역답사(삼척 신기역/태백역)
1. 삼척 신기역을 사전 조사를 하니 주변에 식당도 편의시설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이유로 빵과 과일을 싸서 배낭에 넣었다. 신기역은 MBC <간이역>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올 정도로 작고 조용한 역이다. 역에서 내려 둘러 본 주변 모습도 특별한 어떤 장소나 시설도 보이지 않은 조용한 마을이었다. 역 대합실에 빵과 과일을 간단히 먹고 답사를 시작했다. 우선 한쪽 방향으로 마을 사이를 약 1시간 30분 정도 걸었다. 강원도 쪽으로 오면 산은 깊어지고 웅장해진다. 그와 비례하여 마을은 고요하고 소박한 인상을 준다. 자연의 힘이 강할수록 인간은 겸손해지는 것이다.
2. 다시 반대쪽 방향으로 이동하자 신기면의 주요 시설이 모여 있었다. 이 곳에서 약 8km 정도 이동하면 삼척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환선굴>로 갈 수 있다. 한 쪽 방향과 달리 신기면사무소가 있는 지역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도 눈에 들어온다. <강원도 박물관>이 있는 것이다. 어쩌면 교통이 편리하지 않은 곳에 상당한 규모의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도 환선굴과의 연계관광을 목적으로 만들어지 않았는가 추측해본다. 박물관 안내에는 동굴 자료와 그밖에 자연사에 관한 내용이 보이지만 그다지 마음이 일지 않아 관람하지는 않았다.
3. 답사를 하는 중에 몸의 이상을 느꼈다. 어젯밤부터 미열과 인후통이 나타나고 뭔가 문제가 있음을 자각한 것이다. 보통때라면 감기약을 먹고 무시했을테지만 며칠 후에 ‘가족식사’ 모임이 있어 몸살의 원인을 명확히 해야할 필요를 느꼈다. 마침 신기면에 <보건지소>가 있어 진료를 받으러 갔다. 정식 PCR검사는 시행하지 않아 <신속항원검사>으로 대치하였다. 약 10분이 지나자 ‘코로나 확진’ 표시가 떴다. 3년간의 대유행 때에도 전염되지 않은 코로나에 처음으로 걸린 것이다. 과음이 정신적, 육체적 황폐함을 더해 코로나라는 특별한 선물(?)도 주고 말았다. 씁쓸한 기분이 정신과 육체 모두를 관통했다.
4. 약간은 침울한 상태로 <태백역>으로 갔다. 날씨는 추워지고 몸의 컨디션은 나쁘다. 몸의 통제능력이 자꾸만 줄어드는 상황에서 조금 좋아지는 상황에 방심한 나머지 나 스스로 세운 규정을 어기고 말았다. 그 댓가가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태백역 앞은 상당히 번화한 거리였다. 역에서 조금 이동하면 중심거리가 나타나고 <낙동강>의 시원인 <황지연못>이 있었다. 여기서부터 1300km 넘는 낙동강이 시작되는 것이다. 태백은 ‘낙동강’ 뿐 아니라 한강의 시원인 <검룡소>도 있다. 황지연못 앞에는 ‘황지연못’에서 ‘검룡소’까지 답사하는 코스가 안내되어 있다. 한번쯤 걸어볼만한 코스라 생각되었다. 특히 전국의 강과 하천을 답사하는 나에게는 어쩌면 필수적인 답사 코스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장소를 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중심을 다시 추스리는 일일 것이다. 행위의 의미를 상실한 반복적 실천은 때론 무력한 기분만을 안겨준다.
첫댓글 - 자연의 힘이 강할수록 인간은 겸손해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