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이 어딘가? 싶을 정도로 무덥더니 가을비에 실려온 쌀쌀한 기운이 옷깃을 여미게합니다.
어제밤 그동안 열어 논 창문을 모두 닫으며 갑자기 찾아온 가을날씨에 마음이 분주해지더군요.
아직 여름이불,여름옷... 하나도 정리 못했는데...게으름을 탓하면서 우렁각시타령을 합니다.
이럴 때 집안일 척척해주는 우렁각시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ㅎㅎ
지난 추석연휴를 앞둔 12일 밤
초저녁부터 슬슬 아프기 시작한 옆구리가 예사롭지 않게 아프며 당기는게 도저히 참을 수없어
영섭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분당 차병원으로 향한 후 삼일 연속 밤 응급실행..
첫날 밤 분당 차병원에서 병명을 찾지 못하고
두째날 영동 세브란스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응급실의사에게 요로결석같으니 정밀검사를 해 달라고 애원해 알아낸 병명이 역시 요로결석...
진통제맞고 퇴원하니 낮에는 멀쩡하다 밤이면 또 극심한 통증..
낮에는 성묘가고 교회 가고 큰집도 가서 명절쇠고 밤이면 응급실가느라 연휴를 다 보내고
16일 외래가서 진찰받고 돌멩이를 깨기로 했는데 멈추지 않는 통증으로 급기야는 입원..
애낳고 처음으로 2박3일 병원 신세를 지며 몸도 마음도 추스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애를 가졌을 때도 입덧 한번 안해본 제가 난생처음 독한 진통제 후유증으로 속이 미식미식 울렁거려
이틀이나 꼬박 굶으며 밥맛이 없다는게 뭔지 실감했지요.ㅠㅠ
마음이 아파서 몸이 아픈건지...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춘 아픔이 많은걸 시사해주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부도를 내는 후배의 아픔..그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
이번 명절이 그와 가족들에겐 얼마나 잔인할까? 염려하던 중에
내 몸안의 작은 돌멩이가 반란을 일으키니 저 역시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잔인한 명절을 보내게 되었지요.
늘 건강하던터라 남의 아픔에 무심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데
평소 두통으로 고통받는다는 친구..유방암 항암치료로 고통받는 친구가 떠오르더군요..
돌멩이가 언제부터 있어왔는지 모르지만(1cm가 넘는다는군요)
이제부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반란을 일으키니 말썽꾸러기를 제거해야 편히 살지요..
16일날 쇄석기로 1차 깼더니 며칠 전 쌀알만한 돌 2개가 나오고
24일날 2차로 깼는데 아직도 다 안 깨졌다니 다음주에 또 깨야한답니다.
번거럽고 귀찮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여러검사했는데(10여년 만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걸
다행으로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난 아파 죽겠는데 전혀 환자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영섭이말에 기막혀서 티격태격하다가
30년전 영섭이 낳을 때 일을 떠 올리며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진통이 심해져서 한밤중에 통행금지 걸릴까봐 밤 11시쯤 고대부속 병원에 도착했지요..
병원에 들어서니 간호사가 왜 왔느냐고 묻더군요..
`애 낳으러 왔는데요'.. 간호사가 기막혀 하며 왜 벌써 왔느냐고 나무라는거에요..난 아파죽겠는데..
하늘이 노랗고 땅이 흔들거릴 정도로 아파야되는데 제가 그렇게 안보인다며
병원에서 안 받아주는 바람에 근처 호텔에서 자며 밤새 진통하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던 나...
이번에도 입원하러 병실에 들어서니 간호사가 영섭이가 환자인줄 알고
`아드님이 환자시죠?'하는 바람에 웃기는 했지만 (간호사 말인즉 내 이름이 남자같고 비뇨기과에 입원하다보니 남자인줄 알았다고 해명)
환자표시 안 난다니 억울해도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ㅉㅉ
아무튼 며칠 고생해서 볼살이 쪽 빠졌다고 좋아했는데 바로 며칠 지나니 원상복귀..
혈색이나 기운이나 다 돌아와서 다시 펄펄 뛸 준비중이랍니다..ㅋㅋ
한번 아프고나니 건강하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록새록 느끼며 이 가을을 맞게 되는군요.
좋은나무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게 아니라는 목사님 말씀에 공감하며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가을 정취 담뿍 느끼며 재충전해서 틈실한 열매를 맺기를 소망해봅니다.
첫댓글 어느누가 권사님의 환한미소를 보고 아프다고 여기겠어요? 그 억울한 맘 누구보다 제가 잘 알죠~ ㅎㅎㅎ 우리 성가대의 호프-권~사~님! 다신, 우리 허락 없이? 아프시면 아니되시와요~~~샨티!!!
아휴~~ 많이 아프셨겠어요 근데요 왜 이렇게 웃겨요 아드님이 환자라는 말이 한참 웃게 만드네요 ㅋㅋㅋ 앞으로 아프지 마시고 늘 건강하세요 그리워하며 달라스에서 이재영집사와 함께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