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문화탐방(2) 도산서원과 퇴계선생의 예던길을 따라서
己酉年 납월
溪山의 한가로움을 얻고자
陶山으로 돌아온 한 선비가 있어
淸凉으로 가는 길은 빛을 더했다
부드러운 산허리를 휘감고 가는 강물처럼
曲, 沼, 潭, 池, 巖, 山, 峽을 지나서
사유의 뜨락은 깊어졌다.
더러는 늙은 노새에 의지하기도 했고
흥이 일어나면 서책을 덮고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길을 나서기도 했다.
이슬 젖은 풀숲을 헤치고
여름 소나기에 도롱이를 적시고
강물속의 달빛을 희롱하던 길이었다.
算가지를 놓아 시름을 점쳐본 듯
세상의 일이란 대저 헤아릴 수가 없고
물소리에 의지하여 성찰하고 성찰할 뿐
백운지 구름의 연못을 지나
미천장담 흰바위 벼락소 가송협을 지나
학소대 너머 먹황새가 날아가듯
천길 벼랑을 흐르던 붉은 절벽의 길.
삼가 생각하노니 그 길은
모든 헛된 꿈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강물 속을 구르는 돌처럼 단단해지는 길
잎 지고 빈 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듯
천년을 이어온 마음이
맑은 물에 비친 가을 달과 같았으리
산다는 것이 지친 역마처럼 길을 걷고
시름 많은 강물처럼 저물도록 흘러왔듯이
봄이면 꽃잎 가득한 산길을 걷고
가을이면 달빛 쏟아지는 들길을 걸어
어느 허물어져가는 古家에서
하룻밤을 머물다 가는 일들과 같을진져
古今의 일들이 다만 외로운 벗이 되어
그 길의 시인이 되어서
구름과 바람 속의 길을 걸어간다.
예던길에서 / 이형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