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러운 감정(?)에도 불구하고 엠펙을 대표하여 5.25 걷기대회 6.6 참사모 야유회를 축하해 주시려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신 두 분 누님의 통 큰 아량에 감사드리며 아울러 같은 입양부모로서 엠펙에 연대의 情을 보냅니다.
지난한 불임의 고통 끝에 입양을 결정하고 여느 불임부부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엠펙을 노크했을 땐 이런 신천지도 있구나하는 놀람과 감동의 연속이었답니다. 측량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속에 아이 둘 캐리어에 지고 사람 많은 전철 속에 시달리면서 온유.치유엄마가 무릎에 통증을 느껴도 뭐에 홀린 듯한 신흥종교의 광신도처럼 밤12시 넘어 과천을 겁없이 넘나들던 촛짜 입양부모의 가슴 떨린 추억도 간직하고 있답니다.
엠펙을 통해서 우리 부부를 10여년간 짓누르던 불임의 쇠사슬을 모두 녹여내고 당당한 입양부모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불임조차 쉬쉬하며 부끄럽게 지내야 하는 숨막히는 이 땅에서 입양을 떳떳하게 공개하며 이 사회에 입양을 홍보하는 엠펙, 그때만해도 우리 부부의 눈에는 작은 영웅들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열광, 흥분했습니다. 그것은 온유.치유엄마가 더 빠르고 더 심했습니다. 두 아이 입양하고 34평 아파트 분양권 팔고 연봉 3천만원짜리 직장 때려치고 교사가 되기 위해 교육대학원을 들어갔는데도 책하나 안보고 천호동으로 대전으로 부산으로 바람난 주부처럼 엠펙이 부르면 돌아다녔을 정도니까요.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우리 부부를 미치게 할 정도의 환희와 영광은 찬 바람 부는 12월에 싸늘하게 얼고 끝나버렸습니다.
아쉬움과 회한, 마음의 상처와 분노도 컸습니다.
특히 익명으로 어른 싸움에 아이까지 들먹이면서 우리부부를 욕할 때 다 죽여버리고 싶은게 저의 솔직한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흥분이 가라앉고 냉정해지니 나의 기대에 차지는 않더라도 이 박절한 세상에 버려진 슬픈아이을 사랑하는 엠펙이 그래도 인간 사랑의 길을 간다고 이해하고 충고해주고 싶은 많은 말들과 끓어오르는 戰意을 그만 접었던 것입니다.
어긋난 이 길에서 이제 걸음마하는 초보단계에 입양의 노선이나 정책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야할 길이 더 많고 도달해야 할 목표가 더 멀리 있으니까요. 어느 단체나 갈등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열린 마음들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저의 경험상 입양을 하기까지 우리를 가로막는 많은 문턱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입양이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원하다면 우리를 제약하는 각종 장애들을 혁파해야 합니다.
종교적 차이, 입양단체간의 보이지 않는 알력, 인간적 親.疎의 문제, 경쟁하듯이 자기단체의 우월주의 독선. 자기와 다른 이들에 대한 지나친 신경질적인 반응,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폭넓은 다원주의의 관용과 화해, 상생의 정신이 활활 살아날 때 이 척박한 입양 풍토도 기름진 옥토로 변한다는 게 저의 소신입니다.
각자 저마다의 눈으로 바라보고 저마다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아니고 누구 가르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며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진실한 길을 묵묵히 갈 뿐 입니다.
연희 누님, 영선이 누님, 이제 대학동아리나 친목회 수준의 협소함으로 입양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조직화 해나가며 더 나아가서 대사회적인 홍보하기에는 불가능합니다.
입양부모의 따뜻한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우리 아이가 커갈 이 사회의 입양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순수한 입양부모의 눈엔 비인간적으로 비추어질지 모르나 Professionalism으로 무장하여 냉정한 기획과 때론 이해타산적인 장사속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강물처럼 더러운 것을 결벽증적으로 하나하나 골라내지 않고 우리의 죄를 용서하듯 함께 아울르며 끝내는 청정한 큰 흐름를 이루는 연희 누님, 영선이 누님의 통 큰 배포와 열린 마음,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 십자가의 용서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