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한여름 밤의 꿈'
소극장에 22명의 배우라니.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연극《한여름 밤의 꿈》(연출 최형인)은 경제학이나 실용을 애초부터 버렸다. '출연진 8명 이하, 공연시간 90분'이라는 현실적 궤도를 따라가는 다른 소극장 연극들에 비하면 무모한 일탈이고 '꿈'이다. 공연은 인터미션(중간 휴식) 없이 2시간을 내달렸다.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이다. 이야기는 고대 아테네의 처녀 허미어(정선아)가 아버지가 정해준 신랑감 드미트리어스(최진영)를 거부하고 라이샌더(조한준)와 야반도주를 감행하면서 출발한다. 드미트리어스가 그들을 추적하자 그를 짝사랑하는 헬레나(김효진)는 괴롭다. 물고 물리면서 뒤엉키는 사랑의 풍경이다. 단단한 삼각관계를 뒤집는 게 이 코미디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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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여름 밤의 꿈》의‘헬레나’김효진./한양레퍼토리 제공
연극은 여기에다 숲속 요정 부부 오베론·티테이나의 사랑싸움, 직공(職工)들이 꾸미는 즉흥극 등을 넣어 곁가지를 냈다. 눈뜨고 처음 본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꽃즙이 남녀관계들을 헝클면서 객석은 폭소를 터뜨렸다. "당신이 나에겐 달콤한 과자요 사이비 종교였다" 등 현실에선 손발이 오그라들 대사들도 있었지만, '흥건한 농(弄), 질펀한 웃음'이라는 맥락과 어울렸다.
오랜만에 셰익스피어 원작을 그대로 감상할 기회다. 양정웅 연출이 도깨비와 사물(四物)을 등장시켜 한국화시킨 《한여름 밤의 꿈》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최용민·안내상·임유영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앙상블이 안정적이었다. 끄트머리에 등장하는 극중극(劇中劇)은 강렬한 연극성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많기 때문인지 극 초반부는 좀 지루했다. 무대가 낯선 김효진·최진영의 연기는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객석에 앉으면 수백개의 나무줄기와 잎들이 시야에 가득 찼다. 천장에서부터 7m 길이로 늘어뜨려져 있어 숲이나 정글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흰색 플라스틱으로 만든 이파리들은 조명의 색과 각도에 따라 다양한 판타지를 빚어냈다.
▶8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