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놈 제사
2011. 7. 3. 일
어제는 아버지 제사에 갔다. 아니 미사에 참석했다. 세종로 천주교회 성당에 모여 가족들이 함께 예배를 드렸다.
이 ㅇㅇ님의 영혼도 기억 하소서 ! 그것만 내 아버지를 위한 신부님의 말씀일 뿐 다른 전례는 모든 신도들의 절차에
따른다. 한 시간 정도의 의식이 진행되고 나면 우리 집안 제사도 함께 끝이다.
아버지를 중심으로 12 남매가 있다. 여인 1, 여인 2에서 각각 6남매씩 합이 12남매다. 각자의 짝을 합하고
성장한 자녀들까지 더하면 가히 40 여명이 모인다. 모이는 장소는 때때로 바뀐다. 시간도 다르다. 매년 7월초 어느
토요일 오후 쯤 이다. 저녁은 가까운 음식점에서 준비하고 있으니 예약을 하면 그뿐이다. 오랜만에 함께 만나는
아쉬운 여흥을 위해 가까운 공원에 간다. 경복궁 서쪽 문을 들어서면 은행나무 아래 벤취가 있다.
조명도 없는 어두운 곳이다. 그렇지만 목소리와 웃음소리는 여름밤 늦게까지 청정하다.
어제는 경희궁 숭정전 앞 계단에 앉아서 하나씩 앞으로 나와 노래와 춤 웃으갯소리로 왁자지껄했다.
중년을 훨씬 넘긴 형제와 누이들은 걸죽한 음담패설도 사양할 줄 모른다. 저 쪽에서 숙직 당번이 창문을 열고
요주의 감시의 눈초리로 긴장하고 있다. 촛불 축제 모임이 아니라는 뜻으로 아이스케키를 세 개나 드렸다.
모두 가족들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하루에 한 끼만 집에서 밥을 먹는 남편은 일식 씨 이다. 두 끼를 먹으면 두식이 놈이 된다. 그렇지만 하루 세끼
꼬박 집에서 챙겨먹는 남편은 삼식이 세끼란다. 또 있다. 삼식이 세끼가 열흘 이상 집에 있으면 십세끼가 된다.
허허허 음성학적으로 된 발음은 삼가 합시다. 물론 한 끼도 집에서 먹지 않으면 영식님 이다.
부부교사를 같이 퇴임한 여동생의 이야기를 뒤 이어 남편이 부창부수婦唱夫隨 한다. 자기도 퇴임 후 바쁜 일과를
소화하고 있단다. 밖에서는 마당쇠 더 나가면 돌쇠까지도 자임하지만 안방에서는 변강쇠까지 되어야지 살아남는단다.
그뿐이 아니란다. 이뿐이 고모 (내 동생) 눈까풀 성형 수술에 3시간 동안 핸드백 가방을 들고 있어야 하는 가방쇠가
되어야 남편의 생존이 확보 된단다.
이뿐이 고모가 학교 재직 때의 일이다. 교장 선생님 오늘은 조퇴를 하겠습니다. 아버지 제사를 지내는 날입니다.
어디서 지내십니까 ? 저희 집 제사는 경복궁에서 형제들과 지냅니다. 아니 경복궁에서요 ? 역시 왕가의 자손이라
다르십니다. 다녀오십시오. 허허허 우리 집안은 경주 이씨다. 조선 전주이씨 아님 고려 왕씨도 아님.
길을 막고 물으면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양반이다. 그것도 왕가의 누구누구 몇 대손이라고 한다. 갖바치가 조상인
사람은 임꺽정 외에는 없다. 관노도 없다. 심지어는 양인이 조상인 사람조차 들은 적이 없다. 그러길레 경복궁에서
경희궁에서 음복절차를 음담패설로 나누는 우리 집 제사는 상놈 제사다.
아버지 떠나시던 날 억수 같은 장마비가 내렸습니다. 하관식 때만 하루 잠간 개이더니 어제 궁궐 제삿날에도
그랬습니다. 모두가 양반 세상인데 나만 상놈이어서 그런지 험한 세상 살으셨을 아버지가 더욱 그립습니다.
기복제화 祈福除禍도 동기감응 同氣感應도 살아서의 일이다. 축문 삼아 시 한 수 올립니다.
우리가 못 다한 말들이 비가 되어 내린다.
결별 끝에는 언제나 침묵이 남는다.
아무리 간절하게 소망해도
돌아갈 수 없는 전생
나는 누구를 사랑 했던가
유배당한 영혼으로 떠도는 세속의 거리에는
예술이 암장되고 신화가 은폐 된다
물안개 자욱한
윤회의 강변 어디쯤에서
아직도 그대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가. - 이 외수님 시에서 일부 -
아부지이이 ....사랑 하합니이다아.... 지둘리랑게요오....
첫댓글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으네요 .. 경주이씨라 학렬은 어찌되고 어느파인가요
마저 공개하면 좋겠는데요
어흠 저로 말하면 고려말 충신 국당공파로서 종규우상희 鐘圭雨相熙 돌림 학렬로 상相자학렬이옵니다만
일제강점기 창씨 개명 용부 庸夫를 그대로 쓰고 있음. 명단없는 생계형 친일파로서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음.
相자 위에 雨자 이며 아래 학렬이 熙자로 알고 있는데 맞는가요
네 종규우상희 맞습니다 저는 상 에 해당 되지만 별종 친일파임
그렇시군요 본인은 在 자학렬이고 다음이 鎬 자이며 다음이 俊자로 우리는 정하여 내려갑니다
조부항렬이니 용의 할배라고 칭함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