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우선 절대적 크기가 문제이지만, 어떻게 나누어 가지는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사회적으로 한정된 부(富)를 나눌 때, 한 사람이 많이 가져가면 다른 사람의 몫은 적어진다. 그래서 “부자 하나에 세 동네 망한다”라는 속담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부자 하나가 생기면 동네 셋이 가난해진다는 것이다. “천석꾼이 하나면 삼십 리 안이 다 망한다”는 속담도 비슷한 내용이다.
이 속담이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금 나라 안의 경작지는 대략 80만 결(結)이다. 백성은 약 800만이다. 가령 10명을 1호로 치고 1호마다 전지 1결을 차지한다면 재산이 균등하게 될 것이다. 고관 중에는 곡물 수 천석을 획득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의 경작지는 100결이 될 것이다. 이는 990명의 생존을 해쳐서 1호만 살찌게 한 것이다. 나라 안 부호로 영남의 최 씨와 호남의 왕 씨가 있는데 이들의 경작지는 400결이 될 것이니, 이는 3천990명의 생명을 해쳐서 1호만 살찌는 것이다.’
여유당전서 제1집 권11 전론에 나오는 이야기로, 큰 부자로 인해 다른 사람의 몫이 줄어듦을 설명하고 있다. 즉 고관들이 990명을 해쳐서 부를 누리고, 어떤 큰 부자는 3천990명을 해쳐서 부를 누린다는 것을 당시의 수확량을 토대로 말한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토지는 백성의 필수적인 생산수단인 토지는 한정되어 있기에 한 사람이 많이 가지면 다른 사람의 몫은 적어진다.
부(富)가 얼마나 평등하게 분배되는가를 알아보는 지표를 소득불평등지표라고 한다. 소득불평등지표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에킨슨지수’는 앞의 속담과 잘 통하는 지수이다. 두 동네가 있는데 각각 열 가구가 살고 있다고 하자. 한 동네는 열 가구 모두가 각각 연 2천만원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 옆 동네는 한 명의 부잣집이 있는데 그 집의 연 소득은 10억원이고, 나머지 아홉 집은 소득이 없다. 한 동네의 평균소득은 2천만원이고, 옆 동네의 평균소득은 1억원이다. 자 그렇다면 어느 동네의 행복지수가 클까. 당연히 평균소득이 낮은 동네의 행복지수가 클 것이다.
경제학자 에킨슨(A. B. Atkinson)은 속담이 말하는 분배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평등분배 대등소득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소득불평등지표를 만들었다.
소득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완전히 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소득이 높고 불평등한 경우보다 더 작은 소득만 있어도 같은 정도의 사회후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에킨슨은 ‘작지만 평등한 소득’과 ‘크지만 불평등한 소득’의 행복지수가 같을 때가 있을 것이고, 이때의 ‘평등한 소득’을 평등분배 대등소득이라고 불렀다. 그는 소득이 평등하게 분배될수록 현실의 평균소득과 평등분배 대등소득의 차이가 작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을 토대로 만든 지표가 ‘에킨슨지수’이며, 소득이 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다면 0에 가깝고, 불평등하다면 1에 가까운 값을 가진다.
그 외의 소득불평등지표로는 10분위분배율, 소득5분위배율, 로렌츠곡선, 지니계수 등이 있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 |
속담 속의 경제학 -리니언시제도- |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0.0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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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급에서 60명이 손바닥 다섯 대씩을 맞아야 하는 단체기합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60명 중에서 가장 아픈 사람은 누구겠습니까?’
그 답은 1번이 아니다. 정답은 60번이다. 왜냐하면 1번 학생은 제일 먼저 다섯 대를 맞고 나면 공포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그 뒤의 학생들이 매를 맞는 동안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60번 학생은 자기 앞의 학생들이 맞을 때마다 59번의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 이 답의 힌트는 흔한 우리의 속담에 있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
조정래 씨의 ‘아리랑’ 4권 머리말에 나오는 내용이다.
리니언시 제도를 보면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말이 맞다. 리니언시 제도는 죄를 자백하는 기업에는 벌과금을 면제하거나 감해주는 제도이다. 원래 이 제도는 카르텔 내부의 자진 신고를 유도해 담합 등의 불공정거래를 적발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미국 등 몇몇의 국가들이 진즉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서 시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가 바로 이 리니언시 제도이다.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기업이 자진신고하거나 그 조사에 적극 협조한 경우,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감하거나 면제해주는 것이다.
‘부당 공동행위(카르텔)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제도 운영고시’라고 이름 붙은 이 제도에 의하면 카르텔에 참가한 사업자가 공정위가 확보하지 못한 증거를 제시하면서 자수하는 경우, 첫 번째 신고자에 대해서는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모두 면제하고 두 번째 신고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의 30%를 감해준다. 하지만 세 번째 이후의 자진신고자에게는 혜택이 없다. 매도 먼저 맞은 놈이 나은 것이다.
물론 이 제도에 대한 비판도 있다.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신고만 하면 죄를 면제해주는 것은 법 집행의 형평성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카르텔로 부당한 이득을 올린 다음 신고해 자기는 빠져나가고 나머지 기업만 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비판이 옳은 지적임에도 리니언시 제도가 존재하는 것은, 카르텔은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단속 시 물증 확보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미국에서는 여배우 위노나 라이더(Winona Ryder)가 절도 혐의로 기소되었다. 위노나 라이더는 영화 ‘순수의 시대’와 ‘뉴욕의 가을’에서 열연하고, 특히 ‘작은 아씨들’에 조 마치로 출연하여 전 세계 영화팬의 사랑을 받은 배우이다. 그녀는 LA의 백화점 명품 코너에서 5천 달러 이상의 물품을 훔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그녀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단지 4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을 뿐이다.
이 판결에 대해 사람들은 ‘라이더가 본인의 유죄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 검찰 측이 관용을 베푼 것이며, 양측 사이에 플리 바겐(plea bargain)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했다. 플리 바겐이란 사전형량조정제도를 말한다. 사전형량조정제도는 검찰이 수사편의상 관련자나 피의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거나 증언을 하는 대가로 형량을 경감하거나 조정하는 협상제도로, 미국에서 주로 마약 단속 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위노나는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우리 속담을 알고 있었을까? 노상채 광주대 경제학과 교수
‘망하는 집 머슴은 배부르고 흥하는 집 머슴은 배곯는다’ |
속담 속의 경제학 |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0.0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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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는 집을 보자. 이 집은 대개 주인이나 머슴이 열심히 일하지 않고 흥청망청 먹고 마신다. 그러나 흥하는 집은 다르다. 흥하는 집은 주인과 머슴이 모두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며 산다. 그래서 “망하는 집 머슴은 배부르고 흥하는 집 머슴은 배곯는다”라는 속담이 나왔다. 또 “일에는 배돌이, 먹을 땐 감돌이”라는 속담도 있다. 이 속담은 일이 있을 때는 꾀를 부려 뱅뱅 돌아다니다가 먹을 때만 나타나는 사람을 비꼬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신(神)의 직장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일은 별로 힘들지 않으면서 정년이 보장되고 봉급은 높은 직장을 신의 직장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공기업은 신의 직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을 민영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기업 민영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사원 등에 의해 공기업의 경영 실태를 감사한 바에 의하면 공기업이 방만한 경영으로 효율화를 달성하지 못한 사례가 실제로 발견되기도 한다. 공기업이 일반 사기업보다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은 왜 생겨났을까? 또 실제로 그렇다면 왜 그럴까?
경상도 지방에 “건대 놈 풋 농사 짓 듯 한다”는 속담이 있다. 건대는 경남 합천군 쌍책면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치수(治水)가 어렵던 시절, 건대 마을은 낮은 지역이어서 상습적으로 수해를 당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농사에 공을 들여도 수해 때문에 제대로 수확을 하지 못하곤 했다. 그래서 건대리 사람들은 농사일에 정성을 들이지 않고 건성으로 했다고 한다. 공기업이나 신의 직장에서는 ‘건대 놈 풋 농사 짓 듯’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라이벤슈타인(H. Leibenstein)은 시장이 경쟁적일 때는 기업이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지만, 독점시장의 기업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쟁적인 산업에서 기업은 경쟁이라는 압력에 의해 비용극소화 행동을 한다.
그러나 독점기업은 그러한 압력이 없기 때문에 비용극소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않는다. 이에 따라 독점기업은 경쟁시장에서 달성될 수 있는 최소비용보다 높은 비용으로 생산하게 된다. 즉 독점기업은 효율성을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하고, 여러 종류의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일에 몰두하기 쉽다. 특정 정치권에 로비를 통해 특권을 획득하거나 현재 자기 기업이 가진 유리한 위치를 계속 유지하는 행위는 결국 국가사회적 비효율성을 유발한다.
독점기업이나 공기업처럼 최선을 다해야 할 절실한 이유가 없는 조직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비효율 현상을 ‘X-비효율성’이라고 한다. 특히 공기업은 경영을 정부가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X-비효율성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이 때문에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나온다.
그런데 사실 지금의 공기업이 공기업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예를 들어 철도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며, 어느 사기업이 감당하기에는 투자비용면에서 어렵기에 공기업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기업화의 필요성과 공기업의 X-비효율성 사이에서 공기업화와 민영화의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노상채 <조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속담 속의 경제학> 곗돈 타고 집안 망한다 |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0.0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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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는 공(公)금융시장도 있고 사(私)금융시장도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을 공금융시장이라 하고,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을 사금융시장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금융시장의 금리는 공금융시장의 금리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러나 공금융시장은 일반 서민에게는 문턱이 높은 편이다. 특히 경제개발시기에는 더 그랬다. 일반 서민이 공금융기관을 이용하기가 어렵던 시절에 금융 수단으로 많이 이용되던 것이 계(契)였다. 그런데 계는 계장과 그 측근 몇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불리한 구조였다. 더구나 자기 차례가 되어 곗돈을 타면 그 돈은 공돈 같아서 낭비하기 쉬웠다. 공돈 같은 곗돈을 타서 이리저리 다 써버린 사람은 나중에 계금을 넣기 위해 오히려 빚을 내야 했다. 그래서 “곗돈 타고 집안 망한다”라는 말이 나왔다. 한동안 인기 연예인이 나와 샹송 빠로레 빠로레(Paroles, paroles) 곡에 맞추어 ‘무이자, 무이자’를 흥얼거린 한 대부업체의 광고가 세간의 주의를 끌었다. 빠로레 빠로레는 프랑스의 샹송 가수 달리다(Dalida)가 40여 년 전에 불러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노래인데, 대부업체의 CM송으로 히트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광고 노래를 무의식 중에 흥얼거렸다. 대부업체의 그 광고는 광고 자체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 외에도 대부업체의 다양한 광고가 이어졌다. 그런데 무이자 광고는 대출 조건의 단점이나 소비자에게 불리한 점은 축소시키거나 알리지 않아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사실, 대부업체의 무이자 조건은 무척 까다롭고 기간 또한 짧다. 반면에 무이자 기간 이외의 기간에 적용하는 이자율은 매우 높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건이 붙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출이 개인 신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귓전에는 ‘무이자, 무이자’ 하는 달콤한 소리만 맴돌았다. 연예인들이 부르는 그 미끼는 달콤한 것이었지만 그 결과는 씁쓸한 것이었다. 몇 년 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사금융 피해자들이 부담한 금리가 평균 251%에 달했다. 그 중 어떤 대출회사는 1440%의 이자를 받기도 했다. 이자가 1440%라는 것은 이자로 원금의 14배를 받아냈다는 얘기다. 가히 살인적인 이자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사금융시장에 한 번 말려들면 점점 금리가 높은 빚을 얻어 빚을 갚아야 하는 등 헤어나기 어렵다. 캠퍼스 주변에서도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가끔 발생한다. 학비나 용돈이 부족한 대학생들이 잠깐 동안만 빌린다는 생각으로 손쉽게 빌린 돈이 눈덩어리처럼 커져서 갚지 못하고 채권자의 독촉에 시달리는 신세가 된다. 그것은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손쉽게 돈을 빌려주는 사채시장에 빠져서 결국 높은 이자율에 시달리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우리의 조상들은 고리채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기에 “빚지면 문서 없는 종이 된다”고 경고했다. 곗돈 타고 집안 망한다는 우리 조상들의 속담은 오늘의 세태를 꿰뚫어 보는 듯하다.
노상채 교수의 양해로 이 곳에 올렸습니다.
감사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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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가 무관심하고 지내는 경제활동을 쉽게 풀어 유식(?)하게 해줬고 매매 매수에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이부가격'이라는 필연 필수의 마'가 숨어 있는 줄 깨닫게 되었네. 특히 어려운 경제문제를 우리 선조들의 해학 넘치고 재치 넘치는 속담으로 풀어 자칫 지나치기 쉬운 경제활동의 구조와 흐름을 잘 풀어 주셔서 잘 배웁니다. 은행 무섭고 사채무서운 줄 늦게 깨달으면 끔찍 결과 초래.'빚지면 문서 없는 종'되느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