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3부요인의 선서와 가습기살균제 판결문 -
대한민국의 3부(입법, 사법, 행정)의 수장 중에서 누구를 가장 신뢰할까.
국가기관 업무수행 및 신뢰도 평가에서 업무수행 면에서는 청와대 39, 군대 39, 정부부처 37, 검찰 28, 지자체 28, 경찰 26, 법원 18, 국회 8, 신뢰정도에서는 군대 41, 청와대 40, 정부부처 37, 지자체 29, 경찰 28, 검찰 27, 법원 21, 국회 9%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2년 전 조사에서는 1위가 대통령(청와대)으로 21.3%, 시민단체 10.9%, 대기업이 6.9%, 언론이 6.8%, 법원이 5.9%, 중앙부처 4.4%, 노동조합 4.0%, 종교단체 3.3%, 군대 3.2%, 경찰 2.7%, 검찰은 2.0%, 그리고 여론에 시시비비가 쏟아지는 국회가 가장 낮은 1.8%로 집계됐다.
그래서인지 국민들은 거짓말, 자기 자신을 속인 인물 중 신뢰도가 높은 인사에게서 더 많은 실망과 충격을 받는지 모른다.
최근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 반려 주장에,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던 김명수 대법원장은 뒤늦게 "녹음 자료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이 기억난다."고 인정하고 "이유야 어쨌든 임성근 부장판사님과 그리고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께 깊은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라고 사죄했다.
이를 지켜 본 대구지법 정욱도 부장판사는 법원내부 망을 통해 "한 사람은 직무상 명백히 해선 안 될 일을 했고, 한 사람은 사실과 달리 변명을 했다"며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 모두를 비판했다.
그나마 위안은 대법원장답게 빠르게 시인하고 사죄했다는 점이 신뢰도의 꼴찌를 면치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지질한 변명과 거짓의 굴곡진 나열보다는 그나마 청량감이 든다.
어떠한 사건을 법원이 판단하고 결정한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한 문서인 판결문(判決文,sentencing)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 1조 ②항)로부터 출발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입법, 사법, 행정부의 수장들의 첫 발은 선서로부터 시작된다.
대통령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헌법 제69조)
판사는 “본인은 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헌법 103조)
국회의원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헌법 46조)
이들 대표적 기관들의 선서문에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단어가 ‘국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국민은 소외되었고 외면 받아왔으며 신뢰는 코로나19위기극복보다 더 멀고 먼 간극을 벌리고 있다.
인간세상에서 재판을 할 때, 주관성을 버리겠다며 눈을 헝겊으로 가렸고 손에는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겠다는 뜻으로 칼이나 법전을 들고 있고, 다른 한손에는 옳고 그름을 가르는데 있어 편견을 버리고 공평하고 정의롭게 하겠다는 의미의 저울을 든 법과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어(Astraea)는 그저 신화속의 여신일까.
최근 서울지방법원 제23형사부(판사 유영근, 이상훈, 이태호)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전 SK케미칼 대표와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가습기살균제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가습기에 대한 정보유출혐의로 기소된 환경부 서기관(과장역임) 최 모 씨의 상고심에서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를 일부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애경 측에 건강영향평가 결과보고서,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 전달혐의)
'수뢰후 부정처사'는 공무원이 뇌물을 받고 부정한 행위를 했을 때 적용되며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인 뇌물수수의 법정형보다 더 무겁다.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회사인 애경산업에게는 무죄, 애경산업에게 정보를 제공한 공무원에게는 유죄를 선고했다는 점이다.
또한, 가습기로 인한 피해가 발생된 인간 생체 변화에 따른 결과물보다 동물독성실험에 의존하여 판결했다는 점도 과연 주관성을 버리기 위해 눈을 감고 공평하고 정의롭게 판결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지난 ′18년에는 환경부 종합감사에서 박천규 전 차관은 “환경부는 CMIT/MIT 함유제품(애경/SK)단독사용자에게서도 PHMG로 인한 피해자와 동일한 특이적 질환이 나타나 해당기업 가해자의 폐 손상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며 “정부가 피해를 공식 인정한 만큼 SK와 애경도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바 있다.
정부는 산업체 현장에서 야기되는 가습기살균제, 삼성전자의 백혈병, 한국타이어 고무분진(흄) 등 직업병 발생 원인에 대한 기초시험 (발암성 시험) 설비를 뒤늦게 갖추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산업안전보건법39조 및 동법시행규칙 제81조에 의거 만성 및 발암성이 확인되지 않은 화학물질의 흡입독성을 수행하기 위해 만성흡입독성시험설비를 최근에서야 구축하고 있다.
이번 판결문에 비교된 동물실험은 국내 독성실험실의 실험장비, 전문 인력이 미진한 상태에서 법정자료로 제출되어 불확실성이 높다.
분명한 것은 동물실험보다 환경부도 인정하듯 ′18년 당시 가습기살균제 피해 접수환자 수가 PHMG로 인한 환자는 총 221건 중 사망이 99건, CMIT와 MIT로 인한 환자는 40건 중에 사망이 18건이며, PHG로 인한 환자는 16건 발생에 사망은 14건으로 사망률이 매우 높은 명확한 수치를 보여준바 있지만 법은 이를 무시하고 아직도 정착되지 못한 동물독성실험을 근거로 판결했다.
환경보건에 대한 지적 수준이 금융관계보다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는 사법부의 현실을 목도하게 한 판결이다.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대로 판결문을 작성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박사)
[출처] 환경경영신문 - http://ionestop.kr/bbs/board.php?bo_table=B06&wr_id=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