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화

[김유신(아녜스)]

얼마전 아들의 영명축일이여서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에 꼭 필요한 것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엄마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 축구화 사주면 안되요?"하고 묻네요. 이제 6학년이고 제 마음 같아서는 더이상 선수로 뛰지 않고  취미로 했으면 싶은 마음에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더니 "엄마가 사주기 싫으면 제가 모은 돈으로 살 수 있게 허락만 해줘요" 하네요. 한달 용돈이 1만원인 아이가 축구화를 사려고 10만원을 모아놓고 엄마의 마음을 살핀 것입니다. 마음에 갈등이 생겨서 남편에게 물어보았더니 "우리도 하고 싶은 것 못하게 하면 다른생각을 하게 되잖아. 아직 초등학생이고 축구한다고 공부에 소홀한 아이도 아닌데 그냥 봐주라" 하고 말하네요. 제가 먼저 필요한 것을 물어보았고, 남편이 아이의 뜻을 받아주길 원해서 아이를 데리고 축구화를 사러 갔습니다.  아무곳이나 축구화를 파는 줄 알았는데 아이가 벌써 시장조사를 하고 축구화는 두매장에서만 판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이를 따라 찾아갔더니 이번에는 공격용 축구화와 수비용 축구화가 따로 있다고 설명을 해주며 공격용 축구화가 필요하다고 분명하게 표현합니다. 저는 매장직원이 아닌 아들에게  축구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조금 감탄했습니다. 한매장을 살펴보고 다른 매장으로 이동을 하려 하는데 아이가 "엄마, 저는 이 매장에 마음에 드는 축구화가 있어요. 올해 아르헨티나 매시가 신은 축구화인데 제 돈으로 모자라요. 혹시 엄마가 도와줄 수 있으면 꼭 그 축구화를 신고 싶어요"하고 말하네요. 아이의 말을 듣고 지나칠 수 없어서 매시가 신었다는 축구화를 확인했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축구화를 살펴보았더니 이번에도 아이가 "그 축구화는 작년에 매시가 신었던 것이예요. 저는 올해 매시가 신은 축구화가 신고싶어요."하고 다시 분명하게 말합니다. 일단은 다른 매장도 축구화를 판다고 하여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저도 축구화에 대해 조금 아는 듯이 공격용 축구화를 요구했습니다. 매장직원은 축구화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가 의욕이 없어 보입니다. 서로 마음을 읽고  "가자, 매시가 신은 축구화 사줄께."하고 말하니 아들의 얼굴이 환해지며 좋은 감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번 마음 먹었으니 갈등하지 말고 사주자고 생각하고 갔는데 매시가 작년에 신은 축구화와 올해 신은 축구화가 제 눈에는 색만 다르고 똑같게 보였고, 가격은 차이가 났습니다.  또다시 갈등하는 엄마를 보고 "엄마, 용돈 안받을께 그냥 사주면 안되요?"하고 다시 묻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제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렵게 축구화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아이가 얼마나 표정이 밝은지 보고 있기만 해도 같이 행복해졌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자고있는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전까지 너무 좋아서 축구화를 끌어 안고 있던 아이가 아예 축구화를 신고 자고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축구화를 사며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당신이 잘한거야."하며 웃네요. 

11월 24일 결승전을 앞둔 아들에게 더이상 블편하게 하지 않고 열심히 응원해 주기로 온가족이 마음을 모았습니다.

[유숙영클라라]

예쁘다. 아들 참 잘키우고 있는것 같아요.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류현진도 박지성도 될수있다고 생각해요. 운동으로 꿈을 이룬다는게 참 어렵지만, 좋아한다면 믿고 지켜보는 것도 어떨지.. 남의일이라 참 쉽게 말하죠? ^0^

[김유신(아녜스)]

감사합니다. 저도 마음을 바꾸고나니 아들의 축구경기가 날마다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