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종 주조기술
삼국시대 불교가 정착되며 발전하기 시작한 청동 종 주조 기술은 오대산의 상원사 범종을 근간으로 볼 때 1,3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 전통 주조기술이 가능한 금속소재로는 철(鐵)과 비철(非鐵)계인 금, 은, 구리 등이 있으며,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금속 소재와 주조기술은 구리를 바탕으로 하는 청동(靑銅) 주조기술과 철을 바탕으로 하는 철(鐵) 주조기술이다.
범종 제작의 주요 과정
오늘날 범종은 주로 구리합금과 밀랍을 이용하여 거푸집을 만드는 밀랍주조법으로 제작된다. 범종 제작 과정 중 중요하게 여겨지는 공정으로 ‘초벌 바르기’와 ‘탈랍’ 등이 있다. ‘초벌 바르기’는 밀랍으로 만든 종의 원형에 모래와 점토 등을 배합한 배합토를 처음으로 바르는 과정이다. 초벌 바르기에 사용되는 배합토는 밀랍으로 만든 문양을 붙잡아 주고 이후 밀랍을 녹인 자리에 쇳물을 부었을 때 문양이 그대로 나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탈랍’은 범종의 거푸집에 사용한 밀랍을 녹이는 과정으로 밀랍이 완전히 녹지 않으면 쇳물을 부을 때 끓거나 터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면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과정이다. 특히 범종 제작에서 합금 과정은 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범종에는 기본적으로 구리 83∼85%, 주석 15∼17%의 합금이 사용된다.
전통 종의 맥놀이를 재현한 주철장
우리나라의 범종은 세부 장식이 정교하고 울림통이 크고 웅장하여 동양권의 다양한 종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주철장의 주조 방식에 따라 발현되는 ‘맥놀이1)’는 우리나라 전통 종이 지닌 독특한 소리 울림 현상으로 우리 종의 고유성과 우수성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데 일조한다.
1) 맥놀이: 진동 수가 다른 두 개의 소리가 만난 결과, 규칙적으로 소리의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