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제공이 쓴 <만덕전>에 보면, 만덕이 금강산 구경을 마치고 한양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출발에 임하여 자신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목이 메어 말하기를 ‘이승에서는 다시 상공의 얼굴 모습을 볼 수가 없겠습니다’하고는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상국이 말하기를 ‘…이제 작별함에 있어서 도리혀 어린 여아처럼 척척거리는 태도가 무엇이냐’고 하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추측하건대, 만덕은 당시 나이 58세에 78세였던 채제공을 사모하여 이별을 앞두고 슬퍼하였음을 알 수 있다. 즉 만덕은 기생이었을 때는 수많은 남성들의 유혹을 뿌리쳤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나, 자신을 감정을 억제하고 수절하는 조선조의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사랑을 하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또 욕망을 드러내고 추구하는 개방적인 아름다운 여성이기도 하였다.
만덕은 억척스러운 제주도 여성의 전형인 신화 속의 '가믄장아기’와 같이 시대를 뛰어넘으나 시대와 불화하지 않으면서도, 당차고 창의적이며 강한 의지력과 탁월한 능력으로 여성에게 부과된 경계를 뛰어넘었고, ‘자청비’처럼 자신의 사랑과 감정에 충실했던 여성이었다. 만덕은 가믄장아기와 자청비가 혼합된 아름다운 여성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있다. 만덕은 전통적으로 여성성의 특징으로 간주되는 타인에 대한 보살핌과 나눔의 미덕과, 남성성의 특징으로 간주되는 시대를 꿰뚫어 보는 이지적 능력, 개척 정신과 강한 의지력을 함께 가진 양성적 인간으로 여성주의를 신봉하는 현대 여성에게 삶의 사표로 조금도 손색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