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만난 인생
지난 주에 1박 여정으로 낯선 곳 대구에 다녀왔습니다. 10여년 전 사진 전시회가 있어서 처음 다녀온 뒤로 두 번째입니다.
‘안골편지’로 알게 된 두 자매분이 저희 부부를 초대했습니다. 세례명이 ‘뚜아’인 동생은 뉴욕에 살고 있고, ‘세실리아’라는 세례명을 가진 언니는 계명대학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교수인데, 은퇴기념으로 독주회를 한다고 해서요. 범어성당 콘서트홀에서 쇼팽의 피아노곡들을 들었습니다. 특히 제가 늘 즐겨 듣는 ‘즉흥환상곡’은 마치 저희 부부만을 위한 연주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서 손을 꼭 잡고 들었습니다. 연주회를 마치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뒤풀이가 있었는데, ‘세실리아’님이 피아노를 치고 여럿이서 같이 노래를 부릅니다. 어수선한 가운데 듣는 노래가 첫 소절부터 마음에 훅하고 들어옵니다. 끝나고 곡명을 물어보니 ‘인생’이라는 곡인데 신상우님이 쓴 곡이라고 합니다 그분의 피아노 찬양연주가 좋아서 이른 아침 말씀 묵상을 하고 기도할 때마다 늘 듣고 있는데 이런 노래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얼마나 은혜가 되던지 오늘은 여러 번 반복해서 듣고 또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 우리 교회에서 같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고 길었던 겨울 봄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견뎌내고 보니 어느덧 봄이더라// 숨 막히게 더운 여름 지쳐 쓰러질 것만 같았는데/ 참아내고 보니 어느새 가을이더라//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두움/ 등불 같은 친구 곁에 있었고/
(1절) 멀고 먼 길 홀로 걸을 때/ 누군가 내 손 잡고 함께 걸으니// 걸어온 길 뒤돌아보니 나의 이야기 남아있고/ 빛바랜 기억과 흘린 눈물 우리의 인생이라//
(2절) 멀고 먼 길 홀로 걸을 때/ 누군가 내 손 잡고 함께 걸으니// 걸어온 길 눈 들어보니 까마득해 보이지만/ 새겨질 발자국 하늘빛 미소/ 우리의 인생이라 이것 인생이라”
안골편지 덕분에 아름답고 고운 가을을 채우고 왔습니다. ‘뚜아’, ‘세실리아’님께 감사의 마음을 이 편지로 씁니다.
※신상우- 섬세하고 감수성 풍부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서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CCM은 물론 클래식과 대중 음악계에서 두루 사랑을 받았다. 대표곡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인생’이 있으며, 간암으로 2017년 52세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첫댓글 대구 범어성당옆에서 10여년 넘게 중고등 대학시절 살았지요
새례도 온 가족이 거기서 받고 .그리운 곳을 여기서 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