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김상훈 무려 7할대 도루 저지율
'대도'이종범-정수근등 '스틸' 휴업중
조범현등 포수출신 감독 적절한 대처도 한몫
'뛰지마, 다쳐!'
올시즌 묘한 기록이 만들어질 조짐이다. 역대프로야구 최고의 도루저지율. 대도들은 발이 묶였고, 주자들은 포수의 눈치만 살핀다. 6월 9일 현재 도루저지율 1위는 기아 김상훈으로 무려 7할3푼이다. 37번의 도루시도중 27번을 아웃시켰다. 원천봉쇄 수준이다. 2위는 LG 조인성으로 4할8푼7리(39번 시도, 19번 아웃), 3위는 한화 이도형으로 4할7푼1리(17번 시도, 8번 아웃), 4위는 삼성 진갑용으로 4할6푼9리(49번 시도, 23번 아웃)다. 지난해 도루저지율 1위는 LG 조인성으로 5할(74번 시도, 37번 아웃)이었다.
A급포수의 도루저지율은 4할 언저리. 8개 구단 포수들은 올해 자신의 능력을 120%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덩달아 도루수치가 눈에 띄게 줄었다. LG 박용택이 21개로 1위고, 2위는 기아 이종범(18개), 3위는 두산 정수근(14개)이다. 다른선수들은 모두 10개 이하다. 올시즌 212경기를 통해 8개구단 도루는 292개로 전체(532경기)로 환산하면 732개 정도가 된다. 지난 87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주자들은 기가 죽고, 포수들은 어깨를 으쓱하는 '기현상'이 점점 '일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대도들은 휴업중
대표적인 '대도' 기아 이종범과 두산 정수근의 양강체제는 만들어 지지도 않았다. 예전보다 도루 시도자체가 줄었을 뿐 아니라 필요성도 절감하지 못한다. 여기에 지난해 도루왕 기아 김종국(2002년 50도루)은 올해 8개에 그치고 있다. 늘 도루랭킹에 이름을 올리던 현대 전준호 기아 박재홍 등이 부진하다. 박용택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도둑'이 없다. A급이 빠진 자리를 B급과 C급 주자들이 차지하다보니 확률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자동센서-피치아웃
올해 포수들은 주자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다 뛸 기미가 보이면 여차없이 피치아웃으로 맞선다. 주자가 나가면 의도적으로 2루송구에 편하도록 바깥쪽 위주로 볼배합 사인을 내고 이는 도루를 더 어렵게 만든다. 삼성 진갑용과 SK 박경완이 대표적이다.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는 포수들의 등쌀에 주자들은 "못해 먹겠다"고 아우성이다.
▶포수출신 감독
백인천 롯데 감독과 유승안 한화 감독, 조범현 SK 감독은 모두 포수출신이다. '포수감독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주자의 움직임과 포수의 역할을 훤히 꿰뚫고 있다. 자연스럽게 상대의 베이스러닝을 간파하고 있고, 적절한 대처로 맞선다. 8개 구단 전체의 도루저지율 급상승과 이들의 활약은 궤를 같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