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도시, 마테라*

[CalebPark]

*시간이 멈춘 도시, 마테라*

이탈리아의 마테라(Matera)는 매우 특별한 도시다. 2000년 전 예루살렘을 재현한 듯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10편 정도의 그리스도 영화와 20편 정도의 그리스도 TV드라마가 촬영됐다. 그리스도의 영화 중에서는 멜 깁슨이 2004년에 만든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 이탈리아의 파졸리니 감독이 만든 “마태복음”이 유명하다. 걷는 길에 가슴 속 깊이 바흐의 마태수난곡이 들려온다. 바이올린의 애절한 선율과 함께 들리는 아리아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여행자는 하나님의 은혜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탈리아 남부하면 아말피, 카프리, 소렌토, 나폴리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숨겨진 보석은 마테라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장 스펙터클한 풍경을 자랑한다.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풍스럽다. 함께 여행한 임종범 변호사는 마테라 갈은 곳은 세상에 없을 것이라 감탄한다. 마테라는 이탈리아 최초의 인간 정착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발견된 것은 기원 전 7000년 경에 지은 신석기 시대의 동굴, 고대 그리스의 동전, 3000년 전에 빚은 도자기, 800년 경에 세워진 교회 그리고 사라센 침공의 유적 등이다. 마테라는 9000년 전 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동굴 속에 지은 마을은 사시(돌)라 부른다. 지금까지 사시에서 발굴된 동굴거주지는 1,500여개. 그러나 발굴된 곳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도 마을의 70%는 바위 속에 묻혀있는 것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마테라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그리스인, 로마인, 비잔틴인, 사라센인, 아라곤인 등이 들어 왔다고 한다. 그 후손들 중 일부가 사시에 주저 앉은 것이다. 주로 농민이었던 마을사람들은 매일 아침 계곡을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해가 질때 쯤 돌아 온 농부들은 작은 안뜰에서 공동생활을 했다. 주민들은 오븐에서 전통빵을 굽고 지하 항아리에 보관했다. 빵에는 자신의 것을 구별하 수 있도록 표시를 해두었다. 밀가루와 이스트를 사용해 만든 빵은 일주일 정도는 신선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리고 먹다 남은 빵은 빵수프라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빵수프에는 올리브 오일, 고구마, 양파, 파슬리 그리고 소금과 물이 들어갔다. 이탈리아에는 약 600가지의 빵 종류가 있다. 마테라의 전통빵도 그 중 하나인데 직접 구입해 먹어 보니 맛은 없었다. 버터, 우유, 설탕 등이 전혀 들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1926년 고고학자 움베르토 비앙코는 마테라를 방문하고 이곳은 단테의 지옥과도 같은 곳이라고 보고한다. 그만큼 백년 전 마테라는 못살고 더럽고 낙후된 도시였다. 20세기 중반까지도 마을에는 수도, 전기, 하수도가 없었다. 주민들은 동굴에서 닭, 개, 양 등 동물과 함께 생활했다. 변기는 대야를 사용했다고 한다.

1945년 마테라의 열악함이 전세계에 알려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토리노 출신의 의사 카를로 레비가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라는 책을 발간한 것이다. 책에는 열 명의 남자로 부터 열 번이 넘는 임신을 한 줄리아라는 여인 이야기와 길거리 아이들이 퀴니네를 구걸한다고 자세히 기록했다. 퀴니네는 말라리아 치료제이지만 과량 섭취할 경우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아칼로이드이다. 당시 마테라는 질병이 많고 유아 사망률은 이탈리아 전체에서 1위였다. 정부와 교회 지도자들은 마테라를 방문하고 이지역은 사람들이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그리고는 마테라에서 4마일 떨어진 곳에 집과 축사를 짓고 이주시킬 계획을 세웠다. 모든 재정은 마샬플랜을 통해 유럽 재건축 자금을 지원하던 미국이 도왔다. 1954년 주민들은 라 마텔라로 강제 이주하게 됐다. 이후 마테라는 마약범들과 집없는 떠돌이들의 소굴이 됐다. 1961년 이탈리아의 기자가 사시를 방문했을 때 몇 명의 마약범을 제외하고는 도시가 거의 비어 있었다. 이것을 본 기자는 마테라에 대한 기사를 쓰고 도시 전체를 박물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때부터 마테라는 정부의 관심을 받게 됐다. 정부는 전기 시설과 배관 공사를 했고 마을 사람들은 워크숍, 베이커리 등을 차렸다. 1991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대성당을 방문하고 마테라를 위한 미사를 드렸다. 이후 마테라는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으며, 2019년에는 “유럽을 상징하는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마테라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는 사시 반대편의 무르지아 공원이다. 이곳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그만큼 공원은 골고다 언덕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준다. 하지만 영화 촬영이 없을 때는 신혼부부들의 사진 촬영 장소로 변한다. 마침 젊은 신혼부부가 나타났다. 하얀 드레스 입은 신부와 이탈리아 경찰 간부 신랑이다. 두 사람은 마테라를 배경으로 섰고 웨딩 사진사가 촬영한다. 고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사진은 신혼부부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들러리 친구들도 양 손을 올리며 추억을 담는다. 아름다운 신혼부부와 들러리 친구들의 멋진 순간들이다. 내가 열심히 촬영하는 것을 보고 웨딩 사진사가 나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진 찍는 모습도 촬영해 달라 손짓한다. 우리는 서로를 촬영했으며 후에 이메일로 사진을 교환했다.

마테라에는 선사시대 동굴과 150개 정도의 동굴교회가 있다. 교회 중에는 13세기에 지은 성 아고스티노 교회, 산 피에트로 카베오조 교회, 마돈나 데 이드리스 교회 등이 있다. 옛날 성도들은 무릎으로 기어서 교회로 올라갔다. 입술을 바닥에 대고 용서를 빌며 예배당에 입장한 것이다. 불쌍한 저희를 긍흉히 여겨 달라는 신앙의 고백이다. 13세기 비잔틴 스타일의 프레스코화는 성모와 성인들의 고귀함을 나타낸다. 성화가 많이 벗겨지기는 했지만 감동 받기에는 충분하다. 오랫동안 시간이 멈추었던 도시 마테라. 세상은 빠른 속도로 문명의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마테라는 앞으로도 수 천 년 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노 타임 투 다이”는 2019년 11월 개봉할 예정의 007영화였다. 그러나 감독이 바뀌고 코로나 사태가 겹치며 개봉은 연기됐다. 그 것도 다섯 번이나 바뀌며 개봉일은 2021년 10월 8일이 됐다. 하지만 이것도 연기될 가능성이 많다. 11월에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7이 개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007의 제임스 본드와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가 싸움을 벌인다? 흥미진진한 일이다. 하지만 한 쪽은 처절한 패배를 맛보게 볼 것이다. 영화전문가들은 노 타임 투 다이를 내년 1월 또는 2월에 개봉하라고 조언한다. 2022년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 60주년이 되는 해다. 새로운 007 영화로 60주년을 맞이하라는 충고다. 이 영화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다섯 번째 007영화이자 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출연작이다. 그를 좋아하는 전세계의 수많은 팬들은 그의 마지막 007 영화를 주목한다. 노 타임 투 다이를 감상한 영화관계자들은 이 작품이 007 작품 중에는 가장 스펙터클하고 가장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 말한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영화는 자메이카, 노르웨이. 페로 제도,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촬영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촬영한 곳은 단연 마테라다. 본드는 애스틴 마틴에 장전된 기관단총으로 악당들을 제거하고, 모터사이클로 높은 담을 뛰어 넘는다. 이 멋진 장면은 유튜브 예고편에서 볼 수 있다. 마테라는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황금의 도시다.

글, 사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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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노 타임 투 다이 예고편>

NO TIME TO DIE Trailer – In Cinemas October 2021

https://www.youtube.com/watch?v=BIhNsAtP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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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ie Eilish - No Time To Die

https://www.youtube.com/watch?v=BboMpayJo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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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