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월
마을에 바닷물을 데운 해수탕이 두 곳 있다. 짭짤한 탕에 담갔다 나오면 개운한 게 어디가 좋을 것으로 여긴다. 바다가 가까워도 관을 넣어 끌어들이고 정수하는 작업이 쉽나. 한 곳은 힘들어서 그만두고 맹물을 넣는다. 이게 정말 맞을까 하고 혀를 대 보면 간간하다. 기수이다.
길 건너 레포츠센터가 있다. 지하에 목욕탕이 있어 그곳을 많이 들랑거린다. 남녀 탕이 좌우로 큼직하다. 되게 싸다. 직원들이 친절하고 어딘지 모르게 내 집 욕실 같은 게 편하다. 왜 이럴까. 허름한가 했는데 그렇지 않다. 깔끔하고 좋다. 처음은 수면실도 있어서 피곤할 때 폭신한 눕힌 의자에 푹 한잠 자기도 한다.
예전에 염전인 이 황량한 바닷가를 쓸모 있을까 해서 드넓게 돋우어 택지로 조성했다. 도심과 떨어져 오래도록 잡초만 무성하게 자랐다. 그러다 먼저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섰는데 차츰 뒤이어 아파트가 서면서 주택지로 만들어졌다. 연기가 풀풀 날자 주민들이 철거를 외쳤다. ’소각장은 물러가라.‘ 는 현수막이 곳곳에 나붙기 시작했다.
높은 굴뚝도 세웠다. 힘들게 만든 거대한 현대식 소각장이다. 옮길 장소도 마땅치 않아 눈치를 보면서 그냥 눌러앉았다. 조심하면서 검은 연기가 나오지 않게 흰 연기만 나오게 했다. 낮으로 적게 하고 주로 밤에 연소시켰다. 그래도 야단이다. 왜 이런 것이 여기 들앉아 있느냐며 늦게 들어온 사람이 먼저 자리 잡은 터줏대감을 나가라 한다. 궁여지책으로 옆에 3층 레포츠센터를 짓고 주민들 편이를 제공했다.
수영장과 목욕탕 각종 여가시설을 만들었다. 명지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서 계속 있게 해 달라 몸짓했다. 그래선가 조금 누그러졌다. 수영장이 인기다. 사철 사람이 들끓는다. 목욕탕도 넘쳐난다. 2, 3층 각종 시설도 사람들로 꽉 찼다. 주차장이 모자라 길가에다 줄줄이 대다 보니 북새통이다. 걸핏하면 구청 단속차가 다니며 옮기라는 방송을 계속 내보낸다. 연락받은 사람들이 목욕하다 말고 반쯤 걸치고 뛰쳐나와 어수선하게 움직였다.
소각하는 열을 이용해 물을 데워 보낸다. 쌀쌀한 날 수영장 물은 따끈한 물을 섞어서 미적지근하게 해 풍덩풍덩 헤엄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린아이처럼 어른들도 물이라면 좋아한다. 이리 북적이다 보니 입장객 안내와 방마다 청소며 각 실 관리 일꾼이 필요하다. 수영장은 물관리와 안전요원, 수영강사가 있어야 했다.
전기와 상수도, 건물 유지 비용이 엄청나다. 직원이 자꾸 늘어나 인건비가 부담이다. 어찌할 수 없어서 조금씩 받아야만 했다. 멀리서 훌륭한 목욕탕이라 자자한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요즘은 교통도 좋고 바닷가 산책 겸 자가용으로 어디든 쉬 가진다. 해안 방풍림이 두텁고 커다란 숲길이 3킬로를 넘는다.
맨발로 걷는 길도 있어 인기다. 가운데로 자주 다녀 길이 났다. 가을엔 솔밭 속 가운데 심은 상수리에서 도토리가 쏟아져 줍느라 자루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붐빈다. 파도 소리 들린다 해서 명지라 이르는데 해풍이 늘 불어와 공기가 맑다. 소각장 연기를 북쪽 하늘로 밀어 올려서 연기를 마시거나 먼지가 떨어져 뿌옇게 쌓이는 게 적다.
매연 안 나게 말려서 강한 불로 여러 번 태운다. 몇 번 거듭 가열해서 굴뚝으로 나갈 땐 많이 걸러져 빠지게 된다. 여기에서 데워진 뜨거운 물이 목욕탕으로 보내져 철철 넘친다.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막 쓴다. 필요할 때만 틀어야 하는데 켜놓곤 내버려 둔다. 저러면 안 되는데 가까이 가서 막아주고 싶지만 미안해서 그러지 못한다.
때밀이 수건도 쓰곤 바닥에 내버려 둬서 칭칭 감긴다. 비눗물도 쓸어내리지 않고 엉킨 걸 그대로 얼룩진 채 자리를 비운다. 샤워기를 사방으로 흩날려 물이 여기저기 막 튄다. 일하는 사람이 다니며 일일이 주워 통에 넣고 잠그기를 계속해야 한다. 비누도 아껴 쓰면 좋을 텐데 마구 문질러 턱없이 사용한다.
공용을 흔전만전 쓰는 버릇이 들어서 풍족하게 사용한다. 집에선 다 아끼고 짠돌이로 살면서 여기는 되나마나 저러는 게 아닌가 싶다. 드라이기로 머리만 말리는 게 아니라 발바닥까지 사타구니와 온몸을 누비며 사용하는가 그러지 말라는 부탁을 곳곳에 적어놨다. 대중 물건은 흐지부지 써도 되는 줄 알고 무심코 그런다.
나도 그러지 않겠나 싶어 조심에 조심한다. 머리 감으면서 샤워기를 옆 사람에게 날려 불편을 주지 않았나 뒤돌아봐야 한다. 다 젊잖아서 참고 말이 없다. 비눗물을 옆자리에 흘리진 않았을까. 수건을 질퍽하게 내버려 뒀나 살펴야 한다. 어설프게 내던지고 가면 뒷사람이 불편을 느낀다.
수건을 한 장만 쓰면 될 텐데 여러 장 뒤적인다. 얼굴 닦고 머리 문질러 물 끼를 뺀 뒤 가슴과 등허리, 다리, 발바닥까지 할 수 있다. 조금 축축해도 그랬으면 좋겠다. 한 장 쓰고 두 장 닦으며 서너 장 거듭한다. 마치 휴지 들어내듯 지저분하다며 발바닥 깔개까지 하는 사람을 본다. 거기다 스킨과 크림을 얼굴 손만 묻히면 되지 팔다리까지 발라댄다.
세탁해서 봉고에 가득 싣고 오는 수십 개 뭉치가 모두 수건이다. 그리 써 대니 낡을 대로 허름한 모양이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매달 상당수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왜들 이러는가. 잘 사는 요즘 어디에 쓰길래 가져가는가. 아마 이것저것 닦아내는 걸레가 필요해서일까. 그래도 그렇지, 이제 여자 탕처럼 남자에게도 비누와 수건을 가져오라 할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러면 자이 불편해서 어쩌나.
첫댓글 재밋게 읽었습니다
늘 건강하신 모습 선합니다
대중탕들은 사양 길 입니다
집가까운 곳에 좋은 시설이 행운이예요
수고하셨습니다
근사한 목욕탕이 있어 좋습니다.
겨울 한 철 주말마다 갑니다.
이곳 주민은 쌉니다.
사우나의 매력에 빠진사람들은 결코 저렇게 비양심적인 행동은 하질 않습니다.
저도 사우나갈때마다 매번 샘이 지적하신것들을 눈에 거슬려하는사람입니다.
양심없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선진국민....이러면 안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