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기는 옥 항아리와 같고 은혜롭기는 봄바람과 같다(淸如玉壼 惠似淸風 : 淸心)” 청렴한 수령이 깨끗한 정사(政事)를 펴자 그 고을을 지나면서 청렴한 분위기를 파악하고 수령을 칭찬했던 내용의 하나입니다. “맑은 기운이 사람에게 스며 들어온다(淸氣襲人:同上)” 이 말 또한 청렴한 수령이 근무하는 고을을 지나면서 느낌을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형조판서(刑曹判書)를 지낸 이규령(李奎齡)이 젊어서 수원 부사를 역임했는데 그 무렵 청렴하고 자애로운 정치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자,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편지를 보내 “큰물이 산을 둘러싸면 지척에서 말하는 사람의 소리도 들을 수 없지만 유독 어진 소리만은 귓전에 쟁쟁하다(淸心)”고 칭찬했습니다. 조선 5백 년, 부정과 부패가 판치던 세상이었지만, 곳곳에는 그렇게 청렴한 목민관이 많아서 무너져가는 나라를 지탱해주었습니다.
세상에 무서운 것은 부정이고, 비리이고, 부패입니다. 부패한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았던 것도 인류 역사상 정확한 진리였습니다. 다산의 『목민심서』는 망해가는 나라를 바로 세우고, 무너져가는 공직사회를 올바르게 바로잡아 국운이 더 길게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서 지은 책이었습니다. 72조항으로 구성된 그 책에는 조항마다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없지만, 목민관이나 공직자들은 결단코 청렴해야만 된다고 강조한 ‘청심(淸心)’ 조항과 하급 관리들을 제대로 단속하여 치밀하고 정성스러운 행정을 펴도록 단속하라는 ‘속리(束吏)’ 조항에 역점을 두었음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청백리의 역사를 서술하고 어떤 사람이 청백리고 또 어떻게 해야 청백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참으로 자상하게 기록한 내용이 바로 ‘청심’ 조항입니다. 아랫사람을 단속하여 참으로 청백한 고을을 만들려는 의지는 우선 목민관 스스로 솔선수범하여 털끝 하나의 티끌이라고 묻지 않아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 될 때에만 아랫사람들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탐관오리들이 백성을 무한대로 착취하던 조선왕조 후기로부터 식민지 시대를 지나 새롭게 정부가 세워진 뒤에도 부정부패는 사라지지 않아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바로 힘없는 일반 백성들입니다.
“청렴하다는 소리가 사방에 퍼져서 잘한다는 소문이 날마다 들려오면 역시 인간 세상에서의 지극한 영화이다(淸聲四達 令聞日彰 亦人世之至榮也 : 淸心)”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지극한 영화는 부귀호강에 있지도 않고, 고관대작이 되어 권력을 누리는 재미도 아니고, 오직 조그마한 고을의 목민관인 낮은 지위더라도 청렴하고 깨끗한 정사를 편다는 소문이 사방에 퍼진다면 그 이상의 영화가 없다니, 청렴의 뜻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가를 힘주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청렴한 고을을 지나면 맑은 기운이 사람에게 스며든다는 그런 청렴, 옥 항아리처럼 맑고 봄바람처럼 은혜롭다는 청렴, 오늘의 목민관들도 그런 칭찬을 받을 수는 없을까요.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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