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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으로 멈춘 차량, 구원열차가 들이받아 피해 커
[부산CBS 김혜경 기자] 22일 부산 도시철도 3호선에서 진행 중인 전동차가 갑자기 멈춰 서고, 이를 견인하려던 구원열차가 그대로 들이받으면서 승객 수십 명이 부상당한 사고와 관련해 부산도시철도의 비상대처능력이 바닥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구원열차는 멈춰선 열차의 정확한 위치를 모른 채 그대로 내달려 추돌한 것으로 드러나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인한 사고로 드러났다.
이날 오전 8시 15분쯤, 부산도시철도 3호선 배산역을 출발한 3038 전동차가 기관 고장으로 멈춰 서자 기관사는 고장 사실을 종합상황실에 알렸다.
부산교통공사 운전 지령실은 바로 4분 뒤 따라오던 3040 차량에 있던 승객들을 배산역에 모두 하차시킨 뒤 바로 견인할 것을 지시했다.
3040호 열차는 지시대로 1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정확한 사고 위치를 몰라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꽝'하는 굉음을 내며 3038열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특히, 사고가 난 지점은 오르막에다 곡각 지점이어서 구원열차는 추돌 직전까지 열차가 코앞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돌 충격으로 구원 차량 바퀴 2개가 탈선했고, 기관사실 앞유리에 큰 금이 갔다.
또, 사고 열차에 빽빽하게 몰려 있던 승객들이 충격 여파로 넘어지면서 서로 뒤엉켜 밟고, 밟히는 등 순식간에 열차 내부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구원열차가 견인을 할 경우 시속 5km 이하 속도로 서행을 해야 한다. 현재 밝혀진 바로는 현장에 출동한 구원열차가 서행하지 않고 속도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할 연제경찰서는 구원열차 기관사와 목격자 등을 불러 규정 속도를 지켰는지와 사고 대처 메뉴얼 대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를 조사한 뒤 과실이 드러나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열차 정차사고가 열차끼리 추돌사고로 이어진 원인이 인재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산교통공사의 위기대처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교통공사측은 열차가 멈춰 서자마자 안내방송을 한차례 만 했을 뿐 방송 운전실 배전반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객실에 스며들어 승객들이 공포에 떨고 있어도 이렇다 할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탈선한 열차에 대한 복구까지 늦어지면서 3호선 수영역~연산역까지 양방향 열차 운행이 3시간 넘게 중단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8월27일 1호선 대티역 화재사고로 승객 40여 명이 연기를 흡입한 사고 이후 또 부산 도시철도에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고가 일어남에 따라 안전강화를 위한 조직혁신과 근무기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