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상 1:49]
아도니야와 함께한 손들이 다 놀라 일어나 각기 갈 길로 간지라...."
아도니야가 함께 한 손들 - 여기서 '손들'이란 말은 직역하면 '초대받은 자들'이란 뜻이다. 분명 이들은 하나님과 다윗 왕의 뜻이 솔로몬에게 있는 줄을 알면서도 아도니야의 역모 책동에 솔깃하여 훗날 한자리 차지해 보려는 얄팍한 계산 하에 몰려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이 그르치게 되자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에 급급하여 황급히 도주해 버렸던 것이다.
다 놀라 일어나 각기 갈 길로 간지라 - 아도니야의 불의한 반역 거사 초대에 응했던 무리들(9절)이 솔로몬의 즉위 소식을 듣자 생명에 위협을 느껴 뿔뿔이 해산하는 광경이다. 여기서 (1) 그들이 그토록 쉽게 공포에 사로잡힌 것은 애초부터 확신이 없었음을 보여주고, (2) 또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당황하여 급히 일어남은 용기가 없었음을, (3)그리고 각기 제멋대로 처음부터 자기 잇속을 차리기 위해 모인 무리들인 것을 보여 준다.
[왕상 1:50]
아도니야도 솔로몬을 두려워하여 일어나 가서 제단 뿔을 잡으니..."
제단 뿔을 잡으니 - 제단 뿔은 곧 번제단의 네 모퉁이에 튀어나온 돌기 부분이다. 제사를 드릴 때 여기에 짐승을 매기도 했고, 또 희생 제물의 피를 바르기도 하였다 그런데 성경에서 '뿔'은 주로 힘과 능력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제단의 뿔은 하나님께로부터 임하는 힘과 능력을 상징한다.
아울러 그러한 하나님의 힘과 능력으로 약자와 억울한 자 및 죄인을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한다. 따라서 이 제단 뿔을 잡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보호를 호소하는 상징적 행위이다). 그런데 이처럼 제단 뿔을 도피처로 삼는 행위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단지 출애굽 이후 오살자의 도피 제도와 더불어 시작되었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왜냐하면 출애굽 시대 이후부터 성소의 제단은 실수로 사람을 죽인 범죄자의 피신처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출21:12-14). 이후 모세 율법은 이러한 자들을 위한 사회적 보호제도로 도피성 규례를 만들었고, 그 규례는 가나안 정착 후 그대로 실시되었다. 여하튼 그때 이후 성소의 제단은 도피성과 아울러 범죄자가 하나님의 보호와 긍휼을 호소하고 바라는 피신처의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맥락 하에서 반역 거사를 주도한 아도니야도 사형 집행을 두려워 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간절히 바란다는 의미로 이처럼 제단 뿔을 잡은 것이다. 한편, 그런데 아도니야가 피신하여 붙든 제단 뿔은 분명 예루살렘의 시온 성막 내에 있는 번제단 뿔일 것이다.
[왕상 1:51]
혹이 솔로몬에게 고하여 가로되 아도니야가 솔로몬왕을 두려워하여 지금 제단 뿔을 잡고 말하기를 솔로몬왕이 오늘날 칼로 자기 종을 죽이지 않겠다고 내게 맹세하기를 원한다 하나이다..."
아도니야가 솔로몬 왕을 두려워하여 - 여기서는 5절과 관련하여 아도니야이 성품이 교만할 뿐만 아니라 비겁하기도 함이 나타난다. 만일 아도니야가 자신의 왕위 계승 자격을 굳게 확신했더라면 이토록 비루하게 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하나님의 약속으로부터 나오는 참된 신념이 있었다.
솔로몬 왕이 자기 종을 죽이지 않겠다고 - 아도니야는 자신의 입으로 솔로몬을 '왕'으로 시인하고, 자신을 그의 '종'으로 인정함으로써 이제 왕위(王位)을 포기했음을 고백한다. 아울러 목숨만을 구걸하는 허울좋은 겁장이로 나타남으로써, 그의 오만함이 솔로몬의 권위 아래 여지없이 부숴진 사실이 적나라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아도니야는 교활했다.
일단 대세가 솔로몬쪽으로 완전히 기울자 이초럼 굴복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역모를 계획하다가 결국 처형당하고 말았다. 맹세하기를 원한다 하나이다 - 히브리인들 맹세 속에는 여호와 하나님의 성호가 들어 있다. 따라서 하나님이 맹세의 증인이 된다.
그러므로 만일 누가 맹세를 하고도 그 맹세를 어기면 그는 하나님을 모덕한 죄를 범한 자가 되고 만다. 이런 이유로 인해 맹세는 그 엄숙함과 불변성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아도니야도 자기의 생명 보장에 대해 솔로몬이 맹세로써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왕상 1:52]
솔로몬이 가로되 저가 만일 선한 사람이 될찐대 그 머리카락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려니와 저의 가운데 악한 것이 보이면 죽으리라 하고...."
솔로몬이 가로되 - 아도니야의 요구와 달리 솔로몬은 맹세는 하지 않고 다만 말로써 약속할 뿐이다. 오히려 조건부로 약속한다. 그러므로 다음장의 아도니야의 죽음은 이러한 조건부 약속을 어긴 결과인 것이다. 선한 사람이 될진대 - 문맥상 이 말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즉 이제 아도니야가 왕권에 대한 불의한 욕심을 버리고,
더이상 선동적인 역모를 꾀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사적인 생활을 보낸다면 그의 생명은 확실히 보장될 것이란 뜻이다. 악한 것이 보이면 - 여기서의 '악함'이란 도덕적 악함이라기 보다 왕이 되려는 '불측한 의도'를 말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이 악함의 성격은 '비겁함'이다. 왜냐하면 본절에 '악함'에 대비되는 '선함'의 원어적 의미는 '용감성'이기 때문이다
아도니야의 반역 음모는 처음부터 떳떳하지 못하게 몰래 솔로몬과 그의 세력을 해치우려 했던 비겁한 행위로 비쳐졌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솔로몬은 만일 아도니야가 왕권에 대한 욕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비겁한 역모를 꾀할 경우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고 엄중히 경고하면서 조건부로 아도니야의 목숨을 살려 주었던 것이다.
[왕상 1:53]
사람을 보내어 저를 제단에서 이끌어 내리니 저가 와서 솔로몬왕께 절하매 솔로몬이 이르기를 네 집으로 가라 하였더라...:"
네 집으로 가라 - 솔로몬의 이러한 처분은 그의 관용을 나타낼 뿐 아니라, 경고의 의미가 크다. 왜냐하면 이와 비슷한 명령을 다른 기록에서 찾아보면 언제나 징계, 연금의 의미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소한 왕궁을 노리던 아도니야에게 사적인 개인으로서 이제 제 집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앞으로는 분수에 넘는 짓하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는 경고가 충분히 담겨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