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촉촉하게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태풍이 몰려온다고 대비를 잘 해야한다고 하니
더욱 지난 주말 산에서의 빛나던 가을 햇살이 절로 생각난다.
지난 주말 산으로 갔다.
여름동안 게으름을 피우느라 느지막히 출발하면 차들이 많아 고생했던 터라 이번에는 새벽에 일어나 출발했다. 아침 일찍 경심이 생일 축하글을 올려놓고 향숙이는 벌교로 갔고 벌써 부지런한 친구들의 댓글이 달려있고 주인공의 감사 글까지, 하여간 모두들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7시 조금 넘어 출발했는데도 차들이 상당히 많다. 가만 생각해보니 개천절 징검다리 연휴가 있었네. 우리 목적지 산 아래에 있는 오토캠핑장에도 이른 시각인데도 벌써 텐트가 많은 걸 보니 그들은 연휴내내 그 곳에서 지낸 것일까?
차를 주차하는 곳에 지난 여름부터 눈독을 들이고 익어서 벌어지기만을 기다렸던 으름 열매들이 한 두개 높은 곳에 손이 닿지않는 곳을 제외하고는 싹 없어진 것을 보니 가슴이 쓰리면서도 결국 우리가 주인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고나 할까.
그동안 피어있던 물봉선은 이제 시들어가고 참취, 수리취 꽃들도 내년을 기약하면서 꽃은 지고 열매를 맺고 있다.
무거운 베낭을 지고 올라가는 길에 아침 이슬인지 서리인지 물기가 촉촉하고 역시 한여름의 더위는 아니기에 쉬엄쉬엄 올라가는 길이 훨씬 수월하고 시간도 덜 걸려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간단히 점심 먹을 것과 물만 챙겨들고 귀목봉을 향해 출발,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높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에는 여름 못지않게 땡볕이 내리쐬는 능선 길을 걸어간다.
날이 더워서인지 아니면 체력이 떨어져서인지 얼마 가지 않았는데도 벌써 힘들고 지치기 시작한다. 시간을 벌기위해서 빵과 행동식으로 챙겨가서 점심을 먹고나니 그럭저럭 오뚜기 고개까지 도착, 일단 귀목 삼거리까지 가보고 거기서 다음 행동을 결정하기로 했다.헉헉거리면서도 귀목 삼거리까지 도착하니 돌아갈 시간을 계산해보니 귀목봉까지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하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서 왔다.
가져간 물을 거의 다 먹었기에 오뚜기령에서 강씨봉휴양림쪽으로 잠시 내려가 물을 찾아서 채워넣고 다시 강씨봉으로 오른다. 산은 완연한 가을 분위기, 나뭇잎들도 자기의 역할을 다했음을 아는 지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고 억새만이 이제 제 철이라면서 흔들거리고 있다.
열심히 야영지까지 도착해보니 벌써 6시, 서둘러 텐트를 치고 저녁준비를 한다. 간단히 씻고 와서 쌀까지 씻어 놓고 맛있는 안주와 술 한잔. 알딸딸해진 상태에서 저녁을 먹고 정리하고 나니 달은 없고 별도 보이질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없는 적막한 산 속, 멧돼지가 짖어도 걱정이고 조용해도 걱정이니 그게 참 우스울 뿐.
낮에는 조용하던 산 속에 밤이 되니 바람이 세게 불어온다. 물소리 바람소리 외에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가끔 들리는 밤,그토록 야영을 많이 했지만 역시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이룰 수 없다.
한밤중에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초저녁엔 보이지 않던 별들이 달빛이 없어서인지 더욱 총총해서 옛날 어릴 적 여름 밤에 평상에 누워서 보던 은하수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십여년전에 동해안에 다녀오다가 충북 증평 근처에서 한밤중에 올려다 본 그 많던 별들 이후로 얼마만인지!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추워서 들어왔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바람은 계속 불어대고 그 바람에 잣나무 솔가리들이 노랗게 떨어져 땅을 뒤덮고 있어서 깜짝 놀랬다. 밤새 부스럭거리던 곳은 땅이 파여있어 다람쥐들이 잣을 까먹고 땅에다 묻어두려고 그랬을까? 짐작만 할 뿐.
아침을 먹고 다시 짐을 꾸려서 땅에 떨어진 다람쥐 먹이를 몇개 주워서 집으로 돌아온다.
일년 내내 언제나 자연은 우리에게 한없는 위안과 안식을 주지만 이즈음의 자연이 모든 면에서 참 여유롭고 생각할 거리를 준다. 소박하게 하룻밤을 쉬고 가능한 한 욕심을 버리려고 하지만 속물인지라 도시로 돌아오면 똑같은 일상에 젖어버리니 .쯧쯧.
그래도 한 주를 견디고 이겨낼 힘을 얻고 또 주말을 기다린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날 기다려준다는 걸 알기에.
첫댓글 매주 토욜마다 산행을 한단는 것이 대단하다...
멧돼지가 무서워서 어찌 자니?
기숙이의 여유가 참 부럽네~
산따라~~ 물따라~~
자연을 벗삼아~~
번잡한 도시의 생활에서 벗어나,
항상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한다니 부럽기 그지없네...
친구 건강한 모습
참 보기좋네...
귀여운 속물.ㅎ 소심하게 도토리 몇알 주워왔구나?ㅋ
항상 너에게선 산자락 수풀 내음이 난단다.
오늘도 잘 살아보자.ㅎ
여기 다람쥐 먹이는 잣이란다. ㅎㅎ 올해 잣이 대풍년인듯 하더라 바람 불면 잣이 우수수 떨어진단다
나는 자연인이다.~ㅎㅎ
쉽지않은일을 실행할수 있는 친구!
멋지게 보인다,~~
자연은 우리에게 한없는 위안과 안식을 주지만
이즈음의 자연이 모든 면에서 참 여유롭고 생각할 거리를 준다
는 너의 말은
누구의 말을 빌 것 없이
10년 면벽참선한 심령에서 나오는 것과 같구나^^
자연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삶은
생명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근본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지...
그런 위안을
느끼게 하는 니 글 속의 마음을
내 가슴에 담아
나도 니처럼
멋진 하루, 한 주간을 지내야 겠구나 ^^
자연이 벗이 될 수 잇다는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게 느껴지는구나... 신랑하고 가면 벗아 없어 재미 없다고 안 따라가거든~~
좋은 글 고맙구나...^^
기숙의 쌓인 내공에 산속의 미물인들 어찌 감탄치 않겠냐??
자연을 벗삼고 자연과 대화하는 이가 자연이 아니고 무었이겠는가~
우린 자연에서 왔고 자연을 칭구로 두면서 결국 자연으로 가는구나~~ㅎ
정답은 아니까 자연으로 갈때 가드라도 카페에 좋은글도 실어주고 여행기도 올려주~~~~~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