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콩고공화국의 바콩고도(道) 카상굴루군(郡) 키부야 마을은 콩고에선 잘사는 마을 소리를 듣는다. 한국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워간 키부야 사람들이 2004년부터 채소 농사를 시작했다. 고추 같은 것을 재배해 비싼 값에 팔았다. 양어장도 만들고 염소도 키웠다. 한국에서 파견나간 새마을본부 사람들은 황토벽돌을 찍어 집 짓는 법을 가르쳤다. 지붕과 창문틀은 한국에서 자금을 대 지원해줬다.
▶근사한 벽돌집들이 생기자 인근 마을에서 자기네도 집을 짓겠다며 벽돌을 사갔다. 소문을 듣고 견학 오는 사람들도 생겼다. 사람들이 꼬이면서 마을엔 구판장도 형성됐다. 400명쯤 사는 키부야 마을은 50달러 수준이던 주민 소득이 600달러로 뛰었다. 콩고엔 키부야 같은 '새마을 촌락'이 다섯 군데 생겨났다. '콩고 새마을센터'라는 NGO도 법무부 등록을 마치고 활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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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분당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선 콩고공화국과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20명의 아프리카 사람이 연수를 받고 있다. 지난 8일엔 방한한 미젠고 피터 핀다 탄자니아 총리가 장관 2명, 도지사 2명을 동반하고 새마을본부를 찾아왔다. 탄자니아엔 한국서 연수받은 10명이 음푸르 음왐바오 마을과 은지안네 마을에서 우물 만들기, 마을 진입로 포장, 교실 짓기 등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해외에선 이렇게 한국 브랜드로 자리잡은 새마을운동이지만 국내에선 오랫동안 침체 분위기였다. 권력 주변사람들이 한때 새마을조직을 틀어쥐고 비리를 저지르면서 새마을을 권력종속적 단체로 전락시킨 후유증이 컸다. 새마을이 최근 변신을 꾀하고 있다. '녹색 새마을운동'이란 기치를 들었다. 에너지 절약, 국토 청소, 자전거 타기, 나무 심기 등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내년 새마을운동 출범 40주년을 앞두고 18일 경북 구미에선 새마을박람회도 열렸다.
▶새마을은 전국 3562개 읍·면·동마다 조직이 없는 곳이 없다. 지도자만 18만명이다. 이렇게 국토 구석구석마다 지역과 밀착된 활동가가 있는 시민 조직이 또 없다. 1970년대식 새마을운동이 지금도 통한다고는 할 수가 없다. 그러나 헌신적이고 사명감 있는 18만명의 새마을 조직이 사회를 위해 중요한 기여를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새마을이 과거의 상의하달식, 인원동원식 방법을 탈피하고 세련된 사회운동 전략을 개발해 진짜 국가 전체를 위해 기여하는 21세기형 사회운동 조직으로 거듭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