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개구쟁이1학년 교실

[에버그린]

개구쟁이들/ 김경빈(시인, 아동문학가)

“학교 다녀왔습니다.”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 민수를 보고 민수의 엄마는 아들의 오늘 학교생활이 재미없었음을 직감합니다.

“ 민수야, 고구마 범벅 먹을래? 엄마가 우리 민수 좋아하는 고구마로 간식 만들었어.”

자기 방으로 들어가기가 썩 내키지 않은지 엄마 앞에 나와 앉습니다.

“ 오늘은 학교생활 잘했지?”

“ 오늘은 재수 없는 날이야.”

씰룩거리면서 화가 풀리지 않은 모습입니다. 1학년 입학하고 적응을 제대로 할까 고민을 하고 날마다 학교생활을 묻곤 하지만 오늘처럼 아이의 얼굴이 밝지 않으면 민수 업마의 마음은 불안합니다.

그런데 민수와 대화 도중에 예진 엄마의 글이 핸드폰 카톡방에 올라옵니다.

‘ 오늘은 재훈이와 민수가 다투어서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고 하네요?’

갑자기 불안해진 민수 엄마는 귀찮아하는 민수를 돌려 앉혀가며 시시콜콜 따져 물어봅니다. 재훈이가 늘 엄마들의 입에 오르내려도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민수까지 엄마들의 입에 올라오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민수를 다그치기 시작합니다.

“재훈이랑 싸웠어? 다친 데는 없니?”

민수는 다시 교실 분위기로 돌아간 듯이 얼굴을 찡그립니다.

“우리 선생님은 나빠, 내 말은 끝까지 듣지도 않고 나불나불 말하는 재훈이 말만 듣고 나한테 더 야단을 쳤어.”

“무슨 일이 있었냐고?”

“응, 내가 예진이하고 체스를 하고 있었는데 재훈이가 성률이를 데리고 와서 예진이 편만 들면서 나를 화나게 했어.”

“그래서?”

“넌 저리가 하고 밀쳤어.”

“재훈이가 그냥 갔어?”

“아니, 블록으로 만든 팽이로 내 머리를 쳤어, 아파서 울고 있는데, 선생님이 나와 재훈이를 불러서 혼을 냈어. 난 밀치기만 했는데, 재훈이는 세게 쳤단 말이야 .”

화를 짓누르고 아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던 민수 엄마는 울어서 부은 얼굴이랑 머리에 살짝 슬킨 자국이 있는 걸 보자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그렇잖아도 재훈이 때문에 속상하다는 다른 엄마들의 말을 한 쪽으로만 듣고 말았는데, 막상 아들이 싸우고 속상해 하니 교실에 대한 불신이 커지기만 합니다.

“그 앤 나쁜 애야! 같이 놀다가 지가 지면 내 것을 밀어버리고, 내가 이기면 나중엔 날 때리고 심술부려, 그래서 난 재훈이가 놀자고 해도 같이 안 놀려고 하는 거야. 다른 친구들도 재훈이가 지 마음대로만 하려고 해서 싫어해. 친구들도 그 애가 나쁜 걸 다 알 걸? 그 애는 친구도 없어. 날마다 그 애 때문에 여자 애들도 안 우는 날이 없어 ”

“선생님께 그런 사실을 다 말하지 그랬어?”

“우리 선생님도 재훈이한테 뒤에 가서 손들고 1분 반성하라고 하거나 소리만 질러. 재훈이는 선생님이 안 때리니까 쉬는 시간만 되면 다시 애들 놀리고 여자애들한테 장난 걸고 놀려. 그런데 선생님은 맨 날 시간 없다고 하면서 싸운 것은 둘 다 나쁘다고 빨리 화해하라고만 해. 누가 더 잘못했는지 잘 알아보고 혼내야 되는 거 아냐? 무조건 ‘미안해!’ 라고 말하면 다 되는 줄 알아.”

둘이 싸운 것은 잘못이라고는 하지만 재훈이에 대한 횡포가 하루 이틀이 아닌 것이 사실임을 느껴가기 시작합니다.

민수와 엄마가 속상해하고 있는데 전화기가 울립니다.

“뭐라고요? 우리 민수 머리에 상처 난 것은 몰랐다고요?”

“ 재훈이 말로는 민수가 밀쳐서 선생님께 혼났대요. 그렇잖아도 선생님한테 늘 우리아들만 지적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속상해서 전화했어요.”

“담임선생님께 확인도 하셨어요?”

“아뇨? 어머니께 먼저 전화하는 거예요.”

재훈이 엄마와 통화하는 것을 보자 민수는 얼른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전화를 끊고 민수를 불러내지만 민수는 됐다는 말로 말을 끊어버립니다. 갑자기 재훈이 엄마의 전화가 민수의 마음을 닫게 만드는 것이 조금 불안감을 느낍니다.

다음 날 담임께 상담을 신청한 민수와 재훈이 엄마가 교실에 앉아있습니다.

“어제 제가 민수 머리에 상처가 난 것을 자세히 못 보았나봅니다. 민수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살펴볼 때는 잘 안보인 게 시간이 지나 조금 나타났나봐요. 다음에는 좀 더 세심하게 아이들의 상태를 돌보겠습니다. “

“아뇨, 선생님이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개구쟁이 아이들이 모두 인형처럼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게 아녜요?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더 신경을 서 주세요.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니라서 제가 아이 지도를 하고 말려고 했지만 재훈 어머니가 우리 민수가 아주 잘못한 것처럼, 우리 민수 때문에 재훈이가 담임한테 혼난 것처럼 책임을 뒤집어씌우니 속이 상했습니다.”

재훈이 엄마는 담임한테 말할 기회다 싶어 얼른 나섭니다.

“선생님은 맨날 우리 재훈이가 장난이 심하다고만 하시지 않아요? 어제는 민수가 먼저 밀친 게 맞잖아요?”

“아니요? 우리 민수는 자기가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아이입니다. 어제도 우리 민수는 예진이와 체스를 하고 있었고, 성률이와 재훈이가 예진이 편을 들기 때문에 저리가라고 하면서 조금 민 것뿐이랍니다. 그런데 재훈이는 블록으로 민수의 머리를 친 것이고요. 아이가 아프면 우는 것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리고 재훈이가 아이들 괴롭히는 것이 어디 한 두 번인가요? 담임선생님이 바쁘다고 무조건 사과만 하라고 해서 우리 민수도 속이 상해 있었단 말입니다.”

담임이 이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려면 CCTV를 돌려보거나 주변에 있었다는 설률이나 예진이를 불러야 하는데 교실마나CCTV설치된 것은 없고 어린 아이들이 지나간 사건에 대한 정황을 말한다는 것도 어른들의 어리석은 생각일 뿐입니다. 더구나 괜히 어린 아이들이 불러 물어보고 따지고 그러다보면 아이들의 마음만 멍이 들 것은 뻔 한데도 두 엄마는 애들 불러 삼자대면식 상황을 따질 기세입니다.

“어제 상황을 말씀드리면, 전 쉬는 시간이라서 업무 잠깐 들여다보는 중이었고요, 우는 소리가 나서 민수 머리를 살펴보았고 그 때 있었던 아이들한테 상황을 물어보니 민수가 저리가라고 밀치니까 재훈이가 민수를 때렸다고 해서 재훈이 테는 말로 해야 하는데 밀었던 것이 잘못되었다고 했고, 재훈이는 때린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파악하고 둘이 화해시켜서 들여보내고 바로 공부를 했어요. 제가 나름대로 지도를 했는데도 어제의 오후 시간부터 오늘까지 두 가정에선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선생님, 재훈이가 교실에서 아이들 괴롭히고 있다는 것은 모르세요? 지금 카톡방에 올라오는 교실 상황이 얼마나 많은지 담임선생님께서도 좀 아셔야 할 것 같아요.”

“그게 1학년 아이들이란 아직 공동생활에 익숙하지 못하다보면 자기 욕심을 부리는 아이들이 있을 수는 있죠.”

“그러면 우리 재훈이가 자기 욕심만 부리느라 아이들 괴롭힌다는 엄마들의 말이 사실이라는 거예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아이들은 누구나 자기 위주로 부모님께 거짓말을 합니다. 자기합리화라 하죠? 우리가 어려서 부모님께 혼나지 않으려면 둘러대거나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잖아요? 아직 개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경우에는 총분히 나타날 수 있어요. 특히 엄마한테 과한 칭찬을 바라거나 자기 잘못을 숨기려는 의지입니다. 부모님께서 집에서 아이 행동을 자세히 보면 아이 성향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가정에서 너무 받들다보니 거짓말을 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부모라고 그냥 먹이고 입히고 예전처럼 욕심만 가지고 우리 아이가 제일 잘한다는 생각만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공동생활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못과 잘함을 공평하게 이유이기도 합니다. 부모님이 좀 더 객관적으로 아이를 볼 수 있어야 하고 자녀와의 대화에 시간을 많이 양보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음날 재훈이가 복도로 달려가고 예진이가 울고 있습니다.

“선생님, 재훈이가 예진이를 밀쳐서 넘어졌어요.”

성률이가 담임한테 말합니다.

“재훈이 이리와!”

담임의 목소리가 강하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다가옵니다.

“네가 예진이 밀쳤어?”

“그게 아니고요, 내가 가고 있는데 예진이가 제 발에 걸려서 넘어진 거예요.”

“그러면 왜 도망을 가? 네가 잘못했으니까 도망가는 거 아냐?”

“선생님한테 혼날까봐서 그랬어요.”

“예진이가 너 발에 걸려 넘어졌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먼저 했어야지?”

성률이가 도중에 끼어듭니다.

“선생님, 분명히 재훈이가 손으로 툭 밀쳤어요? 미나야 너도 봤지?”

미나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제 재훈엄마한테 지도를 부탁했는데 오늘도 시끄러운 교실입니다. 그렇다고 시시콜콜 부모들과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다 말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집에 가서 밀친 아이는 자기가 장난친 것은 쏙 빼고 선생님이 뭐라고 했다고만 말할 것이고, 또 울었던 아이는 괴롬힘을 당한 이야기로 엄마 앞에서 울 게 뻔합니다. 부모들은 또 카톡방에서 아이들을 이어서 서로 말싸움 글 싸움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개구쟁이들의 공동 질서 찾아가기는 좀 더 시간이 가고 2학년, 3학년으로 커가면서 안정을 찾아갈 텐데 1학년 교실에서 서로 다른 성격이 부딪쳐서 한 사람의 장난은 다른 사람에게 고통이 되고 있는 사실에 담임은 머리가 아픕니다.

[seonghae]

1학년은 공동 질서를 찾아 가는 출발점인데 결국 담임 선생님 역할이 크군요. 아이들의 말이 정확한 정보도 아니니 어머니들끼리는 싸움이 되고.

[에버그린]

감사합니다. 그 개구쟁이들이 4학년 5학년이 되면 체면을 찾아가고 질서를 다 찾아가더라구요, 사랑만이 사람을 기르는 자양분이라 생각합니다.

[풋볼]

오랫만에 다른세상을 경험합니다
카톡이 발달을 해서 서로의 정보간 실 시간으로 공유되니 더욱 힘드시겠어요
추워 이불을 뒤집어 쓰고 오랫만에 좋은 글 읽으니 가슴이 훈훈해 집니다
꼭 고국에 있는것 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