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협약 위반 ‘현장실습 제도’ 폐지하라
지난 2월 9일 ILO가 발간한 협약ㆍ권고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의 보고서는 한국의 직업계고 학생들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 ILO 138호 협약 3조 ‘위험에 노출된 한국 청소년 노동의 금지’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ILO 전문가위원회는 한국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에 대한 안전 보장 및 충분한 훈련 감독의 부재에 관한 상황을 인식하고, 한국의 현장실습제도와 일-학습병행제도가 ‘18세 미만 청소년을 위험한 노동에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ILO 138호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위원회는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18세 미만의 현장실습생이 위험한 종류의 노무, 특히 근로기준법 65조에 따른 18세 미만 금지 직종에 해당하는 노무를 수행하지 않도록 요청”하고 동시에 “정부가 이에 관한 진전 상황과 이 문제에 관해 관련 노사 단체와 진행한 협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고용노동부)가 2022년 9월 ILO 협약 비준 협약 이행 보고에서 “현장실습이 훈련 중 제공하는 노무에 해당하므로 16세 이상 청소년 취업에 관한 협약 6조(교육·훈련으로 이루어지는 노동 예외)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에 대해 “협약 6조는 최저연령에 관한 요건일 뿐이고, 협약 제3조(위험한 노동에 대한 최저연령)의 요건은 직업훈련 또는 도제제도 참여자를 포함한 모든 아동 및 청소년에게 적용된다.”라면서 한국 정부의 잘못된 해석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 같은 ILO의 지적에 반성은커녕 잘못이 없다는 배째라 식의 한국 정부의 태도에 우리는 통탄을 금하지 못한다. 2월 16일~17일 “ILO 한국 현장실습제도, ILO 협약 위반 우려” 등 언론 보도 이후,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협약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는 종래의 의견 대신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각국 회원국에 대한 실행지침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 절하하면서, “직업계고 현장실습은 「초·중등교육법 제23조 등에 따른 교육과정으로 근로가 아닌 학습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정부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 교육과정의 하나이며, 근로가 아닌 학습중심으로 운영한다고 억지를 펴고 있다. 그러나, ‘산업체 채용형 현장실습’, ‘연계교육형 현장실습(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과 같은 변형된 현장실습은 현장실습생들에게 배움과 기술을 제공하기보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조기 취업노동으로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산업체 실정이 교육적 실습을 운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으며, 따라서 교육적 의미를 갖는 현장실습을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부분적인 보완책만으로 노동 위주의 현장실습 자체를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폐지하는 것이 현장실습에 의한 학생들의 인권 침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충분한 구체적 지도 없이 직업계고 학생을 ‘청소년의 건강, 안전 또는 도덕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환경’에 노출시키고 있는 점, 취약한 노동안전보건 의무 이행, 현장실습 중 감독의 부족, ILO 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 제도 설계, 위험한 노동 규정/검토/수정, 교육·훈련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조건 결정 과정에서 - ‘노사단체와의 협의’가 부재한 점, 그동안 파행적으로 운영된 현장실습의 운영방식에 산업체와 학교들이 모두 익숙해져 있는 점,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단순한 노동 형태의 체험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체험교육을 통하여 보다 효과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 등 현장실습을 폐지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리는 줄곧 직업계고 학생들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 학습권 등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현장실습 제도의 즉각적인 중단과 폐지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현장실습 제도를 중단하기는커녕 현장실습생의 사망 등으로 현장실습에 대한 폐지 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현장실습 제도의 개선을 약속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학생들의 사망 사고는 물론, 학생들의 인권 침해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ILO 전문가위원회의 ‘현장실습 폐지’ 권고는 한국 정부가 잘못된 제도를 반성하고 시정할 수 있는 계기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지난 17일 노동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ILO의 협약 위반 지적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물론, ILO의 협약 위반 지적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거짓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ILO 협약 위반은 물론, 한국의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을 위반하여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명백히 다시 한 번 밝힌다. 한국은 ILO 협약 비준국으로서 ILO 협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ILO의 한국 정부에 대한 협약 위반 지적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협약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즉각적인 시정과 개선에 돌입할 것을 촉구한다. 이 같은 우리들의 진지한 비판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학습권 침해 등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에 대해 자인하고 반성하지 않을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그 위법 여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현장실습 제도의 위법성과 인권 침해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요구한다.
1. 청소년의 건강, 안전, 도덕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환경에 노출시키는 산업체 현장실습을 즉각 폐지하라!
1. ILO에 의해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철폐협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폐지하라!
2024년 2월 20일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