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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도 다양한 드라마들이 우리를 웃게하고 울게했다. 가상 현실 속 누군가의 삶을 보면서 함께 공감하고 분노하고 웃고 울고. 늘 드라마를 보면서 '에이, 저런게 어딨어!' 라고 말하지만 과장된 드라마의 스토리 속에는 우리 삶의 희노애락이 모두 들어있다. 주연 배우 몸 값 문제, 신선한 소재의 부재, 제작 환경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했던 2008년 대한민국 드라마계는 이런 문제들 속에서도 어김없이 주옥같은 드라마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올 한 해 드라마를 총 정리하는 방송 3사 '연기대상' 시상식도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 해 연기대상은 MBC가 30일, KBS와 SBS이 31일 시상할 예정이다.
올 해를 정리하면서 2008 테마트리 어워드에 어울리는 드라마 부문 시상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한 것이 바로 드라마 조연 부문이다. 카메라와 조명은 주연 배우들을 향해 돌아가고 주연 배우에 턱없이 부족한 출연료를 받으면서도 뛰어난 연기 실력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완성 시키는, 그야말로 약방의 감초같은 빛나는 조연배우들.
박철민, 김혜옥, 김갑수, 박광정
이름만 듣고는 '누구지...?' 라는 생각이 들어도 얼굴을 보면 '아~ 이 사람!' 하고 무릎을 칠 2008 드라마 속 조연들을 선정해보았다.
드라마 조연 부분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바로 배우 박철민이다. MBC 뉴하트와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각각 배대로, 배용기라는 이름으로 출연했다.
박철민은 1988년 노동연극 전문극단 '현장' 입단을 시작으로 영화, 드라마, 연극 할 것 없이 다양한 장르에서 그만의 캐릭터로 활약해왔다. 번지점프를 하다, 신라의 달밤, 혈의 누, 미스터 소크라테스, 화려한 휴가 등 40개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하면서 입지를 다져온 박철민은 2005년에는 KBS 연기대상 남자 조연상을, 2008 제5회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남자조연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MBC 뉴하트 '배대로'
특히 올 해 드라마 출연작인 뉴하트와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그의 코믹하고 재치있는 연기가 더욱 빛을 발했다. 2007년 12월 12일부터 2008년 2월 28일까지 방영한 드라마 뉴하트에서 박철민은 배대로라는 코믹한 흉부외과 의국 치프역을 맡았다. 박철민은 이 드라마에서 파트너인 '미미'와 함께 인기를 끌었고 "뒤질랜드!"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뉴하트라는 인기 드라마에서 '배용기'와 '뒤질랜드'라는 또 하나의 캐릭터를 확실히 각인시켜주었다.
▲ MBC 베토벤 바이러스 '배용기'
'뒤질랜드 배대로'의 기억이 차츰 차츰 희미해질 때 쯤, 이번에는 캬바레 출신 트럼펫 연주자 배용기씨가 나타났다. 박철민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말 끝마다 '어험~ 어험~'하는 소리를 내면서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고 내뱉어버리는 배용기씨가 되었다. 배용기씨의 멜빵 바지, 코믹한 말투와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감정 표출은 올 한해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인 강마에의 단원들 중 단연 눈에 띄었다. 여기서도 역시 극 중 주희를 따라다니며 능글맞게 귀여운 연기를 소화해냈다. 현장에서도 넘치는 에너지와 촌철살인 애드립으로 모든 스텝들을 즐겁게 한다는 배우 박철민. 주연을 더 빛나게 하는 조연. 더불어 조연이 보고 싶어 채널을 돌리게 만드는 매력적인 배우이다.
매번 드라마마다 엄청난 연기 변신으로 놀라운 배우가 있다면 바로 김혜옥 일 것이다. 때로는 조용하고 순종적인 어머니로, 공주병 엄마로, 푼수 아줌마로 변신하는 배우 김혜옥은 그야말로 연기파 조연 배우다.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Dr. 갱, 홍콩 익스프레스, 올 해 방영했던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등 약 서른 개 정도의 드라마에서 늘 반복되는 캐릭터가 아닌 매 역할마다 새롭게 변신했다.
SBS 프리미엄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김혜옥은 주인공 은수의 엄마로 등장했다. 집에서 가사일만 돌보고 무뚝뚝한 남편과 무심한 아이들에게 지친 엄마로 등장하는 김혜옥은 결국 참지 못하고 가출해도 갈 곳이 없어 아들 면회를 갔던 군대 근처 호텔로 간다. 여기서 김혜옥은 자존감 없는 이 시대 어머니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팔색조 배우라는 호칭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배우 김혜옥은 요즘 '내 인생의 황금기'에서 [황. 금. 기] 세 아이들을 키우는 복미자로 열연중이다.
날카로운 이미지의 소유자인 배우 김갑수도 숨어있는 올 해의 조연이다. 김갑수는 올 해 무려 5개의 드라마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그래서 한 때 의도치 않게 동 시간대에 타짜와 그들이 사는 세상에 겹쳐 출연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동일 인물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확연히 다른 연기를 보여주어 PD들이 왜 겹치기 논란까지 감행하면서 김갑수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조연상으로 불리기에는 1994년 서울 연극제 남자연기상, 1995 대종상 남우 주연상 2005 SBS 연기대상 조연상, 2006 SBS 연기대상 최우수 연기상 등을 수상하며 그 이름을 알렸다. 지금까지 출연작은 연애시대, 부활, 칼잡이 오수정, 개와 늑대의 시간, 토지, 해신, 영웅시대, 연개소문 등으로 화려하다.
올 해 선보인 KBS2 아침드라마 착한여자 백일홍에서 가난하고 우유부단한 덕희의 남편 서준만으로, KBS2 주말드라마 대왕세종에서 황희 역으로 SBS 월화드라마 타짜에서 원시적 악마성을 지닌 전설의 타짜. 내기에서 이기면 상대의 손목을 자르는 악취미로 유명한 아귀로, KBS 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챙기며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 하여 국장 자리에 오른 역대 최고의 국장으로 올 한 해 찍은 4편 가량의 드라마에서만 4가지의 상반된 캐릭터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 이 시대 또 한 명의 '명품 조연'이 있었다. 늘 드라마 어딘가에서 든든히 스토리를 받혀주던 이 사람은 지난 해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기 뿐만 아니라 연출까지 했었던 이 사람은 브라운관, 스크린 안에서 여러가지 인생을 살다가 지난 15일 9개월의 투병 끝에 폐암으로 숨을 거두었다.
드라마 좋은 사람, 압구정 종갓집, 아일랜드, 하얀거탑, 뉴하트 등에서 열연한 배우 박광종이다. 박광종은 드라마, 영화 등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비치면서 한편으로는 극단 대표로 연극 무대에 올랐다. '파크'라는 극단의 대표로 또 오대박으로, 태한으로 김영희로... 그가 산 40여년의 인생은 짧았지만, 그 누구보다 길지 않았을까.
드라마 속 조연들이 있기 때문에 주연이 더 빛날 수 있다. 조연이 없는 주연은 주연이 될 수 없다.
늘 드라마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명품 조연 연기자들에게 '진짜 배우'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이 더 명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조연들에게도 관심어린 애정을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드라마에는 조연이 있지만, 그들의 인생 주연은 자기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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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연이 있기에 더욱 빛나는 주연.. 화이팅..^^..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