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자교육은 다 된 죽에 코풀기이다 |
|
<기고>세종대왕기념사업회 홍현보 연구원 '초등학교 한자교육 반대 까닭' 세종정신, 독립정신, 건국이념, 민주화 거쳐 통일로 이어갈 깊은 뜻 한글 |
|
홍현보
|
|
|
한국한문교육학회와 한국한자한문교육학회가 지난 24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초등학교 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하자, 한글 관련단체들이 연대한 '초등학교 한자교육 반대 범국민위원회'가 현장을 항의 방문했다. 이와 관련, 범국민위원회 소속 세종대왕기념사업회의 홍현보 연구원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글을 <환타임스>에 보내 와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
한글은 오롯이 우리말을 옹골차게 담아내는 유일한 나랏글이다
△한글(훈민정음)은 서슬 퍼런 한문 시대가 천 년을 이어가던 1443년에 태어났다. 그때는 바로 수백 년 동안 왕조실록을 기록할 만큼 모든 글을 한자로 쓰던 시대였으니, 그럼에도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한문이 우리말과 전혀 다르고 배우기 어려우며 백성의 삶을 도저히 담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고, 특별히 백성을 가르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 말미암아서이다. 더욱이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 석학들이 인정하는 바이며 인류 문명과 문자의 발달사에서도 이미 훌륭한 발명품으로서 자리매김 되고 있다.
△고종황제는 한글교육이 전혀 없었던 1894년 11월 21일에 이른바 ‘국문 칙령’(칙령 제1호 제14조)을 공포하면서, ‘법률과 칙령은 모두 나랏글(훈민정음)을 기본으로 하여야 하며 한문을 덧붙여 번역하거나 국한문을 혼용할 수 있다.’(法律勅令 總以國文爲本 漢文附譯 或混用國漢文)라고 명령하였으니, 겨레의 선현들은 이 나라 교육의 바탕이 한글이어야 한다는 숭고한 뜻을 품고 제국을 세웠음이다.
△대한민국 제헌국회는 1948년 10월 1일 국회 제78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139명의 서명으로 발의된 ‘한글 전용법’을 재석 131명 중 96대 22로 가결하여 통과시켜 10월 9일에 법률 제6호로 제정하였다. 이는 나라를 세워 대대손손 영원한 교육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핵심으로 자리 잡아야 옳은지를 만천하에 선언한 것이다.
△1945년 광복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으로부터 모든 선각자에 이르기까지 한목소리로 학교교육에서 한글 전용 원칙을 최우선으로 지켜왔다.(단 1964년부터 6년간 한자 노출 혼용함) 이러한 원칙을 지켜온 우리나라 교육철학의 뿌리는 바로 세종대왕의 자주, 애민, 탐구 정신에 닿아 있으며, 독립 정신과 건국이념, 그리고 제헌국회의 민주 입법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단체(한국한문교육학회, 한국한자한문교육학회) 주장은 허구성을 가진다
△교육과정평가원이 교과부에 제출한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한자교육을 넣어야 한다.’라는 보고서 내용은 억지투성이로서, 저들의 여론조사는 조사 기관의 객관성이 전혀 없는 표본조사에 불과하다. 지금 당장 누리그물(인터넷) ‘다음’이나 ‘네이버’의 누리꾼들에게 물어본다면 그 허구성이 유리 속처럼 훤히 드러날 것이다.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한자 타령만 하다가 엉뚱하게 이제는 초등학생에게 짐을 지우려 한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현행법 안에서 국어정책이 세워져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국어기본법’을 벗어난 정책을 펼치는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으로서 자격을 이미 잃는 행위이며 위법행위를 하는 것이다. 현행법(국어기본법)에는 정부 기관 문서나 공문서에 한자를 혼용할 수 없도록 명시되어 있다.(제5조, 제14조)
△그동안 비교과교육활동이라고 하면서 눈을 가리고 조금씩 한자교육을 시키더니 이제 그것을 교과교육활동으로 정규교과과정에 넣으려는 불순한 행동을 하면서 어문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 지난 1964년부터 1969년까지 6년간의 시행착오로 진단 결과는 확실함에도, 돌팔이 의사가 오만 가지 약을 한꺼번에 어린이 입에 강제로 먹이는 격이다.
△이번 토론회 식순에는 언어학자도 없고, 역사학자도 없으며, 국어학자는 더더욱 없고, 반대하거나 생각을 달리하는 발표자도 없으니, 토론회 기본을 무시한 ‘탁상행정’ 또는 ‘탁상공론’임이 드러난다. 시류를 틈타 한 나라의 교육을 영리와 결탁한 자들에게 넘기려는 매우 위험천만한 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저들의 주장과는 달리 교육현장에서는 한자교육이 ①창의력 개발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②젊은 한글세대에게는 매우 어색하고 불필요하며, ③학생들에게 쓸모없는 학과부담만 늘리고, ④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증폭시키며, ⑤우리나라 과학기술 발달에도 역행할 뿐만 아니라, ⑥정보화 사회에서 후진성을 따라가게 되고, ⑦세계화 시대를 위한 중국어 교육, 일본어 교육에 큰 장애를 줄뿐더러, ⑧자유와 민주주의의 교육철학도 저버리고, ⑨지역 계층 간 위화감만 조장하며, ⑩남북통일 시대를 대비한 교육에도 부적합하다는 것이 판명 나 있다.
한자교육을 주장하며 시대를 역행하는 자들은 어느 시대에서나 있었다
△집현전 학자 최만리 일파는 세종이 만든 훈민정음을 반대하여 3년 뒤에야 반포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지금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주장하는 자들의 실마리인 셈이다.
△연산군은 쉬운 한글(언문)로 임금에게 바른 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기훼제서율을 써서 모든 한글문서를 불태우고 쓰지도 못하게 하였다. 바로 한글은 백성의 글이요 국민의 소리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의 사대부들은 훈민정음을 언문이니 암글이니 뒷간 글이니 하면서 무시하여 앵무새처럼 한자만을 답습하게 하여 한자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하였다.
△고종의 칙령에 국한문 혼용이라는 단서 조항을 붙이도록 주장을 펼쳐 더 큰 발전을 가로막은 부류가 있었다. 그 뒤, 당시의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 이 ‘국한문 혼용’이란 말은 학문 이론이나 창제 이론을 왜곡하는 논자들의 빌미가 되었다. 한자만 교육해 온 현실을 조금이나마 극복하려는 단서조항을 내세워 끝까지 한자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
△광복을 맞이하여 제헌국회가 이른바 한글전용법[대한민국의 공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 동안 필요할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을 만들 때에도 단서 조항을 넣어 우리 말글 발전에 걸림돌을 들이댄 자들이 있었다. 문자는 한글만으로 충분하다.
△중국이나 일본이 제나라 글자임에도 한자 버리기를 주장하는 이가 많이 나타나고, 라틴어가 많아도 라틴어 표기를 가르치지 않는 영어권 나라들을 보면서, 그리고 몽고말처럼 제나라 말글을 지켜내지 못하여 잃어버린 나라들 앞에서, 오직 한글로만 번역된 ‘성경책’이나 매일 쏟아지는 ‘신문’과 빛나는 문학 ‘서적’을 읽을 때, 한자를 혼용하지 않아 문제가 많으니 당장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이 시대를 살고 있다. 한자를 가르치다보면 일본 한자말을 가르치게 되는 엄청난 오류로, 잿밥에만 눈이 먼 자들이 제 잘못도 모른 채 역사의 죄인이 되려 한다.
21세기 한자교육은 다 된 죽에 코풀기이다
△세종정신, 독립정신, 건국이념, 민주화를 거쳐 통일로 이어갈 깊은 뜻이 한글에 있다.
△한자교육은 중국어(간자체)나 일본어(약자체) 교육, 외교 또는 창의력 학습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걸림돌이 될 뿐이며, 초등학교 한자교육은 다 된 죽에 코풀기로서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21세기 교육은 과학적인 한글로서 창조적 학문을 발전시키고, 역사적인 한글로서 겨레 정신과 교육 철학을 이끌어야 하며, 아름다운 한글로서 세계 으뜸이 되어야 하고, 한글의 기계화로 정보 통신, 첨단 기술을 더욱 북돋아야 할 것이다. [홍현보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연구원]
| |
첫댓글 참! 속 시원하게 썼습니다. 역시 '싸내'답습니다.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