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모든 정보기기 사이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른바 모바일 컨버전스의 확산이다. 다양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모바일 컨버전스의 확대를 위해 필요한 5가지 성공 조건을 살펴본다.
퓨전, 컨버전스 등은 이미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정보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욱 고도화 되고 복잡해지는 소비자의 요구에 발맞춰, 기업은 융합화된 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기술이나 서비스 및 제품들의 유사화 또는 복합화에 따른 융합 비즈니스가 21세기의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데는 이제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바야흐로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이(異)업종간의 활발한 교류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창출하는 컨버전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컨버전스 시대의 도래
‘내 손안의 작은 세상’으로 표현되는 휴대폰은 이러한 컨버전스를 통한 변화의 움직임 중에서도 가장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
과거에는 음성통화가 휴대폰의 주 사용 목적이었다지만 휴대성과 개인성을 확보한 기기의 특성과 고객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휴대폰은 더 이상 단순한 의사소통 기구에 머물지 않고 있다.
100만 화소급 이상의 디지털 카메라, 게임기, 캠코더, TV 수신기, 네비게이터, MP3, 무전기, 메신저까지 내장된 똑똑한 휴대폰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기술 발전 양상을 보면 휴대폰의 복합화와 지능화를 통한 컨버전스의 경향은 더욱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다가올 4G 구현을 위해서도 그 핵심 기기인 휴대폰의 기능과 활용영역을 더욱 확대해 인간의 생활과 관련된 모든 기능을 통합한 ‘올인원(All-in-one)’ 단말기의 개발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 휴대 전화의 모습은 전자결제, 카메라, 캠코더 기능 등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나가면서 스마트폰으로 발전한 뒤 유비퀴터스의 허브기기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휴대폰이 모든 정보기기 사이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 이것이 바로 모바일 컨버전스가 꿈꾸는 세상이다.
가치 사슬의 재구성
모바일 컨버전스가 진행되면 기존의 가치 사슬은 급격히 파괴된다. 즉, 유선과 무선, 방송 등과 같이 전파 매체 위주로 구분되던 기존의 산업이 TV, 인터넷, 증권서비스 등과 같이 응용 서비스의 차원에 따른 수평 분할구조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TV라는 서비스 자체가 유효할 뿐이지 더 이상 유선이냐 무선이냐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는 말이다.
최근 들어 컨버전스로 인한 전방위 경쟁 현상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TV 카드를 자체 내장한 휴대폰을 통해 TV 시청을 공짜로 한다든지 인터넷망을 활용한 VoIP 전화기가 이동통신사업자의 음성 및 데이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는 것도 그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미 이와 같은 산업 환경의 변화를 자사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단말기 제조업체인 노키아의 행보를 보아도 이미 음성 통화 위주의 제품에서 탈피, 부가적인 기능을 통한 차별화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그림> 참조).
모바일 컨버전스 확대를 위한 성공조건
그러나 국내의 경우 당초 기대했던 것 만큼의 시장 파괴적인 모바일 컨버전스의 흐름이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생각 밖으로 그 확대의 속도가 더디다는 말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오히려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2.4GHz 대역의 무선랜과 1.8GHz 대역의 CDMA2000 1x EV-DO망을 합친 결합 서비스가 출시되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그렇다면 모바일 컨버전스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특히, 조만간 다수의 통신 사업자들이 휴대인터넷, 위성 DMB 등을 통해 본격적인 컨버전스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용한 일이 될 것이다. 선진 기업의 사례를 통해 모바일 컨버전스 확대를 위해 필요한 5가지의 성공 조건을 알아본다.
1. 박형, 소형 휴대폰만이 인기가 있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에는 작고, 가벼운 휴대폰만이 인기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음성 통화가 사용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컨버전스가 진행되면서 휴대폰의 기능이 복합화, 지능화 됨에 따라 박형, 소형 휴대폰에 대한 선호에서 탈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출시되는 EV-DO 전용 폰들만 보아도 대형화면에 두껍고 무거운 단말기가 다시금 부활 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손에 들고 다니기 편한 휴대성의 개념과 다양한 컨버전스의 기능이 첨가되는 기능성의 개념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나 게임 등을 자유롭게 사용 할 수준의 단말기는 적어도 현재 출시되는 PDA 크기 이상의 대형 화면을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작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지금과 같은 휴대폰의 외양과 디자인의 적용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실제로 멀티미디어를 통한 컨버전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휴대폰 자체의 외양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 기능을 내장한 NTT 도코모의 D505i와 SO505i가 그 대표적인 경우로 1백만 화소가 넘어가면서 보다 안정된 촬영을 위해 휴대폰의 크기와 디자인 자체가 기존의 디지털 카메라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사진> 참조).
이 과정에서 향후 새로운 컨버전스 제품이 출시될 때 마다 주력 디자인이 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임은 물론이다. 제품 컨셉 및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폴더형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력 디자인의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 핵심 부품에 대한 동반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모바일 컨버전스가 확대될 수 있는 가장 큰 전제조건 중의 하나는 모든 기기를 이동중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모바일에 기반한 핵심 부품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충전식 배터리를 탈피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연료전지, 키보드를 대신할 적외선 입출력 장치, 나노 기술을 활용한 초소형 대용량 메모리, 다양한 컨버전스 기능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구현하는 원칩(One-chip)등과 같은 핵심 부품의 개발 여부가 향후 더욱 중요해진다.
물론 이외에도 컨버전스의 진행 상태에 따라 향후 무수히 많은 필수 핵심 부품들이 등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래의 휴대폰 사업에 있어 게임의 법칙은 이와 같은 핵심 부품의 제약 상황을 얼마나 잘, 그리고 빨리 극복하느냐에 크게 좌우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 같은 제약 조건의 극복은 오히려 미래의 경쟁 우위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 단계 부터의 개발 협력을 통해 시장 개발에 대한 리스크를 서로 나누어 가지면서 시장 자체의 파이를 함께 키워나갈 수 있도록 부품 업체와 셋트 업체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동반 발전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 채널에 기반한 신규 마케팅 전략의 수립은 기본
실제 고객을 위한 판매에 있어서는 제품의 컨버전스 뿐만 아니라 영업 전략 측면에서의 컨버전스 마케팅 역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3백만 화소 이상의 카메라를 장착한 휴대폰을 카메라 가게에서 사는 것은 왜 불가능한 것일까? MP3 플레이어를 장착한 휴대폰을 음반가계에서 구입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동안의 유통 관행을 무시한 급격한 변화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향후 휴대폰을 통한 컨버전스의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 과거의 유통망은 전면 재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이미 노키아의 경우 게임기와 결합한 휴대폰 N-Gage를 출시하면서 자사의 광범위한 휴대폰 판매망 뿐만 아니라 기존의 게임 판매망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오프라인에서의 게임 구매라는 기존 판매망을 파괴하고 휴대폰을 이용해 온라인 직접 구매가 가능토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4. 공급자 보다는 사용자 위주의 서비스로 승부하라
우리가 특히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휴대폰을 만드는 것과 실제로 이 휴대폰을 소비자들이 사용하게끔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컨버전스를 활용한 융합, 복합 단말기를 개발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단말기를 활용해 실제로 고객이 이용할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3G라는 진화된 네트워크를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한 도코모에 맞서 기존의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개발로 대응한 J-Phone의 성공 사례는 그러한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카메라 내장폰을 기반한 컨버전스 서비스로 도코모가 선전한 3G 화상전화 서비스에 대응한 것이다.
일본 소비자들의 실제 반응은 화상 전화보다 샤메일로 불리는 카메라 폰에 더욱 열광했고 샤메일 서비스는 J-Phone의 순증 가입자를 늘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화상전화가 되는데, 무슨 사진메일이야….”라고 생각했던 도코모마저 신형 3G 단말기에 카메라 폰을 활용한 영상 메일 첨부 서비스를 도입하게 된다.
휴대폰 단말기와 서비스는 어느 것 하나만 먼저 간다고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부품 개발이 선행되어야 서비스가 진행되지만 서비스 자체의 확대가 핵심 부품 자체의 확산에도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경우 공급자 측면의 개발 논리 보다 실제 시장에서의 고객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5. 시장 표준을 위한 협력을 이루어야 한다
원활한 컨버전스의 진행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기술과 제품이 융합할 수 있는 시장 표준이 성립되어야 한다. 융합을 하려해도 서로 다른 기술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이(異)업종의 서비스일 경우 융합 자체가 어렵거나 많은 비용이 들 수 있기 마련이다.
국내의 경우만 해도 유선과 무선 사업자가 명확히 분리돼 있어 이를 해소할 통합 서비스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협력을 위해서는 타 사업에 특화된 자산의 공유와 특허, 공동 연구 개발, 시장 표준 제정 등과 같은 노력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최근에 벌어졌던 모바일 결제 시장을 둘러싼 이동통신사와 기존의 카드 결제 업체들과의 영역 다툼과 같은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컨버전스의 현상을 단순히 새로운 시장 경쟁자의 진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시점은 시장의 파이를 함께 키워나가려는 파트너라는 생각으로의 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자간 이해 조정과 원활한 전략적 제휴를 위해서는 법규 변경 등과 같은 정책적인 배려도 필요하다.
진정한 컨버전스 혁명은 반걸음 앞선 소비자의 니즈로부터
HP의 피오리나 회장의 말에 따르면 IT 혁명은 단순함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기능이 복합화된 제품이라도 소비자들이 사용할 때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컨버전스 제품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의 니즈와 동떨어진 복잡하기만 한 결합 제품은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더 크다는 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결국 해답은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가치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단위의 기존 제품을 사는 것보다 융합제품을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고, 더 나아가 단순 융합이 아닌 부가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때에 소비자의 구매 의도가 증대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시장 선도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버리는 일이다. 실제로 안전면도기는 질레트가 등장하기 20년쯤 전에 상품화됐으며 레이저 프린트 시장의 개척자는 휴렛팩커드가 아니라 IBM과 제록스였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기술보다는 5~1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로드맵의 기반하에 다음 세대로 연결되는 지속적인 히트 상품의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비자의 니즈를 앞서가지만 지나치지 않은 제품 개발이 절실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휴대폰이 모든 정보기기 사이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른바 모바일 컨버전스의 확산이다. 다양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모바일 컨버전스의 확대를 위해 필요한 5가지 성공 조건을 살펴본다.
퓨전, 컨버전스 등은 이미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정보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욱 고도화 되고 복잡해지는 소비자의 요구에 발맞춰, 기업은 융합화된 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기술이나 서비스 및 제품들의 유사화 또는 복합화에 따른 융합 비즈니스가 21세기의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데는 이제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바야흐로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이(異)업종간의 활발한 교류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창출하는 컨버전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컨버전스 시대의 도래
‘내 손안의 작은 세상’으로 표현되는 휴대폰은 이러한 컨버전스를 통한 변화의 움직임 중에서도 가장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
과거에는 음성통화가 휴대폰의 주 사용 목적이었다지만 휴대성과 개인성을 확보한 기기의 특성과 고객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휴대폰은 더 이상 단순한 의사소통 기구에 머물지 않고 있다.
100만 화소급 이상의 디지털 카메라, 게임기, 캠코더, TV 수신기, 네비게이터, MP3, 무전기, 메신저까지 내장된 똑똑한 휴대폰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기술 발전 양상을 보면 휴대폰의 복합화와 지능화를 통한 컨버전스의 경향은 더욱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다가올 4G 구현을 위해서도 그 핵심 기기인 휴대폰의 기능과 활용영역을 더욱 확대해 인간의 생활과 관련된 모든 기능을 통합한 ‘올인원(All-in-one)’ 단말기의 개발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 휴대 전화의 모습은 전자결제, 카메라, 캠코더 기능 등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나가면서 스마트폰으로 발전한 뒤 유비퀴터스의 허브기기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휴대폰이 모든 정보기기 사이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 이것이 바로 모바일 컨버전스가 꿈꾸는 세상이다.
가치 사슬의 재구성
모바일 컨버전스가 진행되면 기존의 가치 사슬은 급격히 파괴된다. 즉, 유선과 무선, 방송 등과 같이 전파 매체 위주로 구분되던 기존의 산업이 TV, 인터넷, 증권서비스 등과 같이 응용 서비스의 차원에 따른 수평 분할구조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TV라는 서비스 자체가 유효할 뿐이지 더 이상 유선이냐 무선이냐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는 말이다.
최근 들어 컨버전스로 인한 전방위 경쟁 현상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TV 카드를 자체 내장한 휴대폰을 통해 TV 시청을 공짜로 한다든지 인터넷망을 활용한 VoIP 전화기가 이동통신사업자의 음성 및 데이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는 것도 그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미 이와 같은 산업 환경의 변화를 자사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단말기 제조업체인 노키아의 행보를 보아도 이미 음성 통화 위주의 제품에서 탈피, 부가적인 기능을 통한 차별화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그림> 참조).
모바일 컨버전스 확대를 위한 성공조건
그러나 국내의 경우 당초 기대했던 것 만큼의 시장 파괴적인 모바일 컨버전스의 흐름이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생각 밖으로 그 확대의 속도가 더디다는 말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오히려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2.4GHz 대역의 무선랜과 1.8GHz 대역의 CDMA2000 1x EV-DO망을 합친 결합 서비스가 출시되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그렇다면 모바일 컨버전스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특히, 조만간 다수의 통신 사업자들이 휴대인터넷, 위성 DMB 등을 통해 본격적인 컨버전스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용한 일이 될 것이다. 선진 기업의 사례를 통해 모바일 컨버전스 확대를 위해 필요한 5가지의 성공 조건을 알아본다.
1. 박형, 소형 휴대폰만이 인기가 있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에는 작고, 가벼운 휴대폰만이 인기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음성 통화가 사용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컨버전스가 진행되면서 휴대폰의 기능이 복합화, 지능화 됨에 따라 박형, 소형 휴대폰에 대한 선호에서 탈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출시되는 EV-DO 전용 폰들만 보아도 대형화면에 두껍고 무거운 단말기가 다시금 부활 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손에 들고 다니기 편한 휴대성의 개념과 다양한 컨버전스의 기능이 첨가되는 기능성의 개념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나 게임 등을 자유롭게 사용 할 수준의 단말기는 적어도 현재 출시되는 PDA 크기 이상의 대형 화면을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작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지금과 같은 휴대폰의 외양과 디자인의 적용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실제로 멀티미디어를 통한 컨버전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휴대폰 자체의 외양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 기능을 내장한 NTT 도코모의 D505i와 SO505i가 그 대표적인 경우로 1백만 화소가 넘어가면서 보다 안정된 촬영을 위해 휴대폰의 크기와 디자인 자체가 기존의 디지털 카메라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사진> 참조).
이 과정에서 향후 새로운 컨버전스 제품이 출시될 때 마다 주력 디자인이 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임은 물론이다. 제품 컨셉 및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폴더형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력 디자인의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 핵심 부품에 대한 동반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모바일 컨버전스가 확대될 수 있는 가장 큰 전제조건 중의 하나는 모든 기기를 이동중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모바일에 기반한 핵심 부품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충전식 배터리를 탈피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연료전지, 키보드를 대신할 적외선 입출력 장치, 나노 기술을 활용한 초소형 대용량 메모리, 다양한 컨버전스 기능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구현하는 원칩(One-chip)등과 같은 핵심 부품의 개발 여부가 향후 더욱 중요해진다.
물론 이외에도 컨버전스의 진행 상태에 따라 향후 무수히 많은 필수 핵심 부품들이 등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래의 휴대폰 사업에 있어 게임의 법칙은 이와 같은 핵심 부품의 제약 상황을 얼마나 잘, 그리고 빨리 극복하느냐에 크게 좌우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 같은 제약 조건의 극복은 오히려 미래의 경쟁 우위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 단계 부터의 개발 협력을 통해 시장 개발에 대한 리스크를 서로 나누어 가지면서 시장 자체의 파이를 함께 키워나갈 수 있도록 부품 업체와 셋트 업체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동반 발전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 채널에 기반한 신규 마케팅 전략의 수립은 기본
실제 고객을 위한 판매에 있어서는 제품의 컨버전스 뿐만 아니라 영업 전략 측면에서의 컨버전스 마케팅 역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3백만 화소 이상의 카메라를 장착한 휴대폰을 카메라 가게에서 사는 것은 왜 불가능한 것일까? MP3 플레이어를 장착한 휴대폰을 음반가계에서 구입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동안의 유통 관행을 무시한 급격한 변화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향후 휴대폰을 통한 컨버전스의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 과거의 유통망은 전면 재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이미 노키아의 경우 게임기와 결합한 휴대폰 N-Gage를 출시하면서 자사의 광범위한 휴대폰 판매망 뿐만 아니라 기존의 게임 판매망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오프라인에서의 게임 구매라는 기존 판매망을 파괴하고 휴대폰을 이용해 온라인 직접 구매가 가능토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4. 공급자 보다는 사용자 위주의 서비스로 승부하라
우리가 특히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휴대폰을 만드는 것과 실제로 이 휴대폰을 소비자들이 사용하게끔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컨버전스를 활용한 융합, 복합 단말기를 개발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단말기를 활용해 실제로 고객이 이용할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3G라는 진화된 네트워크를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한 도코모에 맞서 기존의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개발로 대응한 J-Phone의 성공 사례는 그러한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카메라 내장폰을 기반한 컨버전스 서비스로 도코모가 선전한 3G 화상전화 서비스에 대응한 것이다.
일본 소비자들의 실제 반응은 화상 전화보다 샤메일로 불리는 카메라 폰에 더욱 열광했고 샤메일 서비스는 J-Phone의 순증 가입자를 늘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화상전화가 되는데, 무슨 사진메일이야….”라고 생각했던 도코모마저 신형 3G 단말기에 카메라 폰을 활용한 영상 메일 첨부 서비스를 도입하게 된다.
휴대폰 단말기와 서비스는 어느 것 하나만 먼저 간다고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부품 개발이 선행되어야 서비스가 진행되지만 서비스 자체의 확대가 핵심 부품 자체의 확산에도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경우 공급자 측면의 개발 논리 보다 실제 시장에서의 고객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5. 시장 표준을 위한 협력을 이루어야 한다
원활한 컨버전스의 진행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기술과 제품이 융합할 수 있는 시장 표준이 성립되어야 한다. 융합을 하려해도 서로 다른 기술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이(異)업종의 서비스일 경우 융합 자체가 어렵거나 많은 비용이 들 수 있기 마련이다.
국내의 경우만 해도 유선과 무선 사업자가 명확히 분리돼 있어 이를 해소할 통합 서비스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협력을 위해서는 타 사업에 특화된 자산의 공유와 특허, 공동 연구 개발, 시장 표준 제정 등과 같은 노력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최근에 벌어졌던 모바일 결제 시장을 둘러싼 이동통신사와 기존의 카드 결제 업체들과의 영역 다툼과 같은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컨버전스의 현상을 단순히 새로운 시장 경쟁자의 진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시점은 시장의 파이를 함께 키워나가려는 파트너라는 생각으로의 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자간 이해 조정과 원활한 전략적 제휴를 위해서는 법규 변경 등과 같은 정책적인 배려도 필요하다.
진정한 컨버전스 혁명은 반걸음 앞선 소비자의 니즈로부터
HP의 피오리나 회장의 말에 따르면 IT 혁명은 단순함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기능이 복합화된 제품이라도 소비자들이 사용할 때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컨버전스 제품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의 니즈와 동떨어진 복잡하기만 한 결합 제품은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더 크다는 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결국 해답은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가치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단위의 기존 제품을 사는 것보다 융합제품을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고, 더 나아가 단순 융합이 아닌 부가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때에 소비자의 구매 의도가 증대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시장 선도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버리는 일이다. 실제로 안전면도기는 질레트가 등장하기 20년쯤 전에 상품화됐으며 레이저 프린트 시장의 개척자는 휴렛팩커드가 아니라 IBM과 제록스였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기술보다는 5~1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로드맵의 기반하에 다음 세대로 연결되는 지속적인 히트 상품의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비자의 니즈를 앞서가지만 지나치지 않은 제품 개발이 절실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휴대폰이 모든 정보기기 사이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른바 모바일 컨버전스의 확산이다. 다양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모바일 컨버전스의 확대를 위해 필요한 5가지 성공 조건을 살펴본다.
퓨전, 컨버전스 등은 이미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정보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욱 고도화 되고 복잡해지는 소비자의 요구에 발맞춰, 기업은 융합화된 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기술이나 서비스 및 제품들의 유사화 또는 복합화에 따른 융합 비즈니스가 21세기의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데는 이제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바야흐로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이(異)업종간의 활발한 교류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창출하는 컨버전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컨버전스 시대의 도래
‘내 손안의 작은 세상’으로 표현되는 휴대폰은 이러한 컨버전스를 통한 변화의 움직임 중에서도 가장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
과거에는 음성통화가 휴대폰의 주 사용 목적이었다지만 휴대성과 개인성을 확보한 기기의 특성과 고객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휴대폰은 더 이상 단순한 의사소통 기구에 머물지 않고 있다.
100만 화소급 이상의 디지털 카메라, 게임기, 캠코더, TV 수신기, 네비게이터, MP3, 무전기, 메신저까지 내장된 똑똑한 휴대폰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기술 발전 양상을 보면 휴대폰의 복합화와 지능화를 통한 컨버전스의 경향은 더욱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다가올 4G 구현을 위해서도 그 핵심 기기인 휴대폰의 기능과 활용영역을 더욱 확대해 인간의 생활과 관련된 모든 기능을 통합한 ‘올인원(All-in-one)’ 단말기의 개발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 휴대 전화의 모습은 전자결제, 카메라, 캠코더 기능 등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나가면서 스마트폰으로 발전한 뒤 유비퀴터스의 허브기기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휴대폰이 모든 정보기기 사이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 이것이 바로 모바일 컨버전스가 꿈꾸는 세상이다.
가치 사슬의 재구성
모바일 컨버전스가 진행되면 기존의 가치 사슬은 급격히 파괴된다. 즉, 유선과 무선, 방송 등과 같이 전파 매체 위주로 구분되던 기존의 산업이 TV, 인터넷, 증권서비스 등과 같이 응용 서비스의 차원에 따른 수평 분할구조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TV라는 서비스 자체가 유효할 뿐이지 더 이상 유선이냐 무선이냐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는 말이다.
최근 들어 컨버전스로 인한 전방위 경쟁 현상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TV 카드를 자체 내장한 휴대폰을 통해 TV 시청을 공짜로 한다든지 인터넷망을 활용한 VoIP 전화기가 이동통신사업자의 음성 및 데이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는 것도 그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미 이와 같은 산업 환경의 변화를 자사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단말기 제조업체인 노키아의 행보를 보아도 이미 음성 통화 위주의 제품에서 탈피, 부가적인 기능을 통한 차별화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그림> 참조).
모바일 컨버전스 확대를 위한 성공조건
그러나 국내의 경우 당초 기대했던 것 만큼의 시장 파괴적인 모바일 컨버전스의 흐름이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생각 밖으로 그 확대의 속도가 더디다는 말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오히려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2.4GHz 대역의 무선랜과 1.8GHz 대역의 CDMA2000 1x EV-DO망을 합친 결합 서비스가 출시되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그렇다면 모바일 컨버전스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특히, 조만간 다수의 통신 사업자들이 휴대인터넷, 위성 DMB 등을 통해 본격적인 컨버전스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용한 일이 될 것이다. 선진 기업의 사례를 통해 모바일 컨버전스 확대를 위해 필요한 5가지의 성공 조건을 알아본다.
1. 박형, 소형 휴대폰만이 인기가 있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에는 작고, 가벼운 휴대폰만이 인기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음성 통화가 사용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컨버전스가 진행되면서 휴대폰의 기능이 복합화, 지능화 됨에 따라 박형, 소형 휴대폰에 대한 선호에서 탈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출시되는 EV-DO 전용 폰들만 보아도 대형화면에 두껍고 무거운 단말기가 다시금 부활 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손에 들고 다니기 편한 휴대성의 개념과 다양한 컨버전스의 기능이 첨가되는 기능성의 개념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나 게임 등을 자유롭게 사용 할 수준의 단말기는 적어도 현재 출시되는 PDA 크기 이상의 대형 화면을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작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지금과 같은 휴대폰의 외양과 디자인의 적용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실제로 멀티미디어를 통한 컨버전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휴대폰 자체의 외양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 기능을 내장한 NTT 도코모의 D505i와 SO505i가 그 대표적인 경우로 1백만 화소가 넘어가면서 보다 안정된 촬영을 위해 휴대폰의 크기와 디자인 자체가 기존의 디지털 카메라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사진> 참조).
이 과정에서 향후 새로운 컨버전스 제품이 출시될 때 마다 주력 디자인이 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임은 물론이다. 제품 컨셉 및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폴더형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력 디자인의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 핵심 부품에 대한 동반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모바일 컨버전스가 확대될 수 있는 가장 큰 전제조건 중의 하나는 모든 기기를 이동중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모바일에 기반한 핵심 부품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충전식 배터리를 탈피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연료전지, 키보드를 대신할 적외선 입출력 장치, 나노 기술을 활용한 초소형 대용량 메모리, 다양한 컨버전스 기능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구현하는 원칩(One-chip)등과 같은 핵심 부품의 개발 여부가 향후 더욱 중요해진다.
물론 이외에도 컨버전스의 진행 상태에 따라 향후 무수히 많은 필수 핵심 부품들이 등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래의 휴대폰 사업에 있어 게임의 법칙은 이와 같은 핵심 부품의 제약 상황을 얼마나 잘, 그리고 빨리 극복하느냐에 크게 좌우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 같은 제약 조건의 극복은 오히려 미래의 경쟁 우위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 단계 부터의 개발 협력을 통해 시장 개발에 대한 리스크를 서로 나누어 가지면서 시장 자체의 파이를 함께 키워나갈 수 있도록 부품 업체와 셋트 업체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동반 발전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 채널에 기반한 신규 마케팅 전략의 수립은 기본
실제 고객을 위한 판매에 있어서는 제품의 컨버전스 뿐만 아니라 영업 전략 측면에서의 컨버전스 마케팅 역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3백만 화소 이상의 카메라를 장착한 휴대폰을 카메라 가게에서 사는 것은 왜 불가능한 것일까? MP3 플레이어를 장착한 휴대폰을 음반가계에서 구입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동안의 유통 관행을 무시한 급격한 변화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향후 휴대폰을 통한 컨버전스의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 과거의 유통망은 전면 재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이미 노키아의 경우 게임기와 결합한 휴대폰 N-Gage를 출시하면서 자사의 광범위한 휴대폰 판매망 뿐만 아니라 기존의 게임 판매망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오프라인에서의 게임 구매라는 기존 판매망을 파괴하고 휴대폰을 이용해 온라인 직접 구매가 가능토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4. 공급자 보다는 사용자 위주의 서비스로 승부하라
우리가 특히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휴대폰을 만드는 것과 실제로 이 휴대폰을 소비자들이 사용하게끔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컨버전스를 활용한 융합, 복합 단말기를 개발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단말기를 활용해 실제로 고객이 이용할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3G라는 진화된 네트워크를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한 도코모에 맞서 기존의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개발로 대응한 J-Phone의 성공 사례는 그러한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카메라 내장폰을 기반한 컨버전스 서비스로 도코모가 선전한 3G 화상전화 서비스에 대응한 것이다.
일본 소비자들의 실제 반응은 화상 전화보다 샤메일로 불리는 카메라 폰에 더욱 열광했고 샤메일 서비스는 J-Phone의 순증 가입자를 늘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화상전화가 되는데, 무슨 사진메일이야….”라고 생각했던 도코모마저 신형 3G 단말기에 카메라 폰을 활용한 영상 메일 첨부 서비스를 도입하게 된다.
휴대폰 단말기와 서비스는 어느 것 하나만 먼저 간다고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부품 개발이 선행되어야 서비스가 진행되지만 서비스 자체의 확대가 핵심 부품 자체의 확산에도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경우 공급자 측면의 개발 논리 보다 실제 시장에서의 고객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5. 시장 표준을 위한 협력을 이루어야 한다
원활한 컨버전스의 진행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기술과 제품이 융합할 수 있는 시장 표준이 성립되어야 한다. 융합을 하려해도 서로 다른 기술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이(異)업종의 서비스일 경우 융합 자체가 어렵거나 많은 비용이 들 수 있기 마련이다.
국내의 경우만 해도 유선과 무선 사업자가 명확히 분리돼 있어 이를 해소할 통합 서비스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협력을 위해서는 타 사업에 특화된 자산의 공유와 특허, 공동 연구 개발, 시장 표준 제정 등과 같은 노력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최근에 벌어졌던 모바일 결제 시장을 둘러싼 이동통신사와 기존의 카드 결제 업체들과의 영역 다툼과 같은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컨버전스의 현상을 단순히 새로운 시장 경쟁자의 진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시점은 시장의 파이를 함께 키워나가려는 파트너라는 생각으로의 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자간 이해 조정과 원활한 전략적 제휴를 위해서는 법규 변경 등과 같은 정책적인 배려도 필요하다.
진정한 컨버전스 혁명은 반걸음 앞선 소비자의 니즈로부터
HP의 피오리나 회장의 말에 따르면 IT 혁명은 단순함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기능이 복합화된 제품이라도 소비자들이 사용할 때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컨버전스 제품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의 니즈와 동떨어진 복잡하기만 한 결합 제품은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더 크다는 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결국 해답은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가치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단위의 기존 제품을 사는 것보다 융합제품을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고, 더 나아가 단순 융합이 아닌 부가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때에 소비자의 구매 의도가 증대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시장 선도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버리는 일이다. 실제로 안전면도기는 질레트가 등장하기 20년쯤 전에 상품화됐으며 레이저 프린트 시장의 개척자는 휴렛팩커드가 아니라 IBM과 제록스였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기술보다는 5~1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로드맵의 기반하에 다음 세대로 연결되는 지속적인 히트 상품의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비자의 니즈를 앞서가지만 지나치지 않은 제품 개발이 절실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