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로 꼽히는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녹턴'(NOCTURNE)이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최우수상(성 게오르기 은상) ПРИЗ «СЕРЕБРЯНЫЙ ГЕОРГИЙ» ЗА ЛУЧШИЙ ФИЛЬМ ДОКУМЕНТАЛЬНОГО КОНКУРСА을 받았다.
한자리에 모인 수상자들/사진출처:영화제 홈피
현지 언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러시아 한국문화원은 8일 폐막한 제42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최우수상을 받은 '녹턴'의 정관조 감독을 대신해 위명재 한국문화원장이 대리 수상했다고 밝혔다. MBC PD 출신인 정 감독은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로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녹턴'은 자폐증이 있는 음악 청년 성호와 그의 재능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뒷전으로 밀려난 동생 등 한 가족이 갈등을 딛고 화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다큐멘터리 부문에선 '녹턴'을 포함해 9편이 경쟁을 벌였다.
최우수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녹턴'의 장면들/출처:영화제 홈피
신종 코로나로 6개월 가까이 늦게 열린 제42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경쟁부문 최우수상(성 게오르기 금상) ГЛАВНЫЙ ПРИЗ «ЗОЛОТОЙ ГЕОРГИЙ» 은 안드레이 자이체프 감독(러시아)의 영화 '봉쇄 일기'(Blockade Diary, Блокадный дневник)에게 돌아갔다.
'봉쇄 일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의 레닌그라드 봉쇄로 엉망이 된 시민들의 삶과 저항을 담은 영화다. '레닌그라드 마돈나'로 불리는 여류 시인 올가 베르골츠 Ольга Берггольц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작가 다닐 그라닌의 회고록 등에서 확인되는 당시 상황을 재현해 냈다고 한다.
자이체프 감독의 '봉쇄 일기',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최우수상 수상/얀덱스 캡처
자이체프 감독과 주연 여배우의 회견(위)와 폐막식 장면. 자이체프 감독이 소감을 밝히는 장면이다/러시아 TV 캡처
최우수 여우주연상는 영국의 청소년 영화 '힐다' (Hilda)에 출연한 메간 퍼비스 (Megan Purvis)가, 최우수 남우주연상은 영화 '버터 속 치즈처럼' (Like Cheese in Butter)에 출연한 이스라엘 감독겸 배우 구르 벤트위치 (Gur Bentwich)에게 돌아갔다. 리쉬 팔람 (Rishi Palam) 감독의 '힐다'는 최우수감독상까지 거머쥐면서 2관왕에 올랐다.
10월 1~8일 모스크바서 열린 이번 영화제는 신종 코로나로 출품 작품도, 철저한 방역조치로 관람자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13편의 영화 중 러시아 영화는 5편이었다.
영화 '봉쇄 일기'의 한 장면/사진출처:영화제 홈피
영화제 '그랑프리' 작품인 '봉쇄 일기'는 독일군의 봉쇄가 시작된 첫번째 겨울, 1942년 2월이 배경이다.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강추위에 물 공급과 전기는 끊겼고, 많은 시민들이 추위와 굶주림 등으로 죽어간다.
주인공인 젊은 여성 올가는 방금 남편을 묻은 뒤 자신도 곧 굶주림으로 죽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아버지를 찾아간다. 대중 교통 수단이 끊어진 눈덮힌 도시를 걸어가는 올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만나 작별 인사를 하고 용서를 빌기 위해서다. 영화는 올가를 중심으로, 레닌그라드 주민들의 어려웠던 삶을 기록한 봉쇄 오디세이라고 주최측은 평가했다.
이 영화는 레닌그라드 봉쇄가 끝난 기념일인 1월 27일(2021년)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 '봉쇄 일기'의 바탕이 된 작가 그라닌(위)과 여류시인 올가 베르골츠/얀덱스 캡처
자이체프 감독은 1975년 생으로, 모스크바국립대학(엠게우)를 나와 다큐멘터리 및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TV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영화 스튜디오 '9월' (Сентябрь, September)의 책임자로,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가장 최근 작품이 2015년 개봉한 '14+' 다.
모스크바 영화제는 옛 소련 시절인 1935년 처음 개최됐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됐다가 1959년부터 재개됐다. 주요 부문, 다큐멘터리 부문, 단편영화 부문 등 3개 경쟁부문으로 나뉘어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