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아름드리꿈터 선생님들과 지난 1월부터 사회사업 글쓰기 주제로 공부해오고 있습니다.
아름드리꿈터는 장애인주간활동지원센터입니다.
5월 공부 과제는 <월평빌라 도전행동 보고서>였습니다.
보고서를 읽고 쓴 김충권 선생님 글을 허락을 얻고 소개합니다.
눈물 흘릴 일이 있음을 복으로 여기고
- 김충권
1.
「도전 행동 보고서」 읽으며
영성적 대응
믿음과 희망을 굳게 붙잡습니다.
그래도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누군가를 위해 고뇌하고 아파하고 눈물 흘릴 일이 있음을 사회사업가
이기에 오히려 복으로 여기고 감내합니다.
참조 : 복지영성 ‘눈물 흘릴 일이 있는 사회사업가’
작년에 월평빌라의 도전 행동 보고서를 읽고 나름으로 도전 행동 보고서를 써봤습니다.
참여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싶습니다.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참여자가 가진 수많은 강점을 먼저 보고 싶습니다. 도전 행동 보고서를 작성하는 이유입니다.
도전적 행동에 대응하는 데 급급하지 않도록 묻고 토론하고 기록하고자 합니다.
다 알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을 알기도 어려운데 어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속속들이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조금이나마 마음을 헤아려 볼 뿐입니다. 존중합니다. 의논합니다. 이를 잊지 않고 지원하고자 합니다.
언젠가 도전적 행동에 대한 정의와 유형까지 정리하고자 합니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므로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공부하고 궁리하다 보면 자연스레 쌓일 거라 믿습니다.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음을 부끄러워하겠습니다. 계속 고치고 추가하겠습니다.
보고서라는 거창한 이름을 썼지만 우선 한 참여자의 사례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사례가 쌓이고 개념을 정립하며 보고서를 보고서답게 만들어 가겠습니다.
2024.1. 최중호
보고서는 일에 관한 내용이나 결과를 글로 알리는 문서입니다.
동료에게 일관된 지원을 함께 해보자는 뜻에서 적었던 보고서입니다.
그렇다면 참여자에겐 이와 같은 설명을 충분히 해왔는가?
당신의 행동을 도전적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할 때 당사자가 빠져있는 상황이 맞는 걸까?
깊이 고민하고자 쓴 글임에도 정말 당사자를 헤아리며 쓴 것이 맞는지 되묻게 됩니다.
그마저도 월평의 생각을 그대로 보고 베낀 수준입니다. 부족한 밑천이 드러난 듯해 부끄럽습니다.
도전적 행동을 공부할수록 고민이 깊어집니다.
용어 정의부터 지원 방안까지 공부할수록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참여자의 마음이 걱정됩니다.
이 어려움이 당사자의 어려움만 할까요. 그저 매일을 살아가는 참여자를 멋대로 규정하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까 겁납니다.
그러니 어렵더라도 공부해야겠습니다.
요즘에 들어서 도전적 행동을 공부할 때 바뀌어야 할 건 참여자의 행동이 아닌 지원자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눈물 흘릴 일이 있음을 복으로 여기고 나아갑니다.
* 글 제목은 「복지영성」 (사회복지정보원) ‘눈물 흘릴 일이 있는 사회사업가’에서 인용
2.
당사자와 직원을 돕는 3가지 요령에 대하여 –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김귀옥 씨와 직원을 돕는 3가지 요령
지원 요령 중의 중요한 하나는, 도전 행동 뒤에 직원이 해야 할 다음의 원칙입니다.
「시설 이용자의 도전적 행동에 대한 개인별 지원계획 방안 연구보고서, 김미옥, 2015」를 공부하고 적용할 것을 찾아 발췌했습니다.
1)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묻지 않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유익이 없고, 당사자와 상황을 더 어렵게 합니다.
2) 책임져야 할 행동 뒤에는 반드시 책임지게 합니다. 공공장소에서 대소변을 봤을 때는 직접 치우고,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본인이 옷을 세탁합니다. 혼자 할 수 있습니다.
3) 이때, 직원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도덕적 판단과 훈계를 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감당할 일이라는 것만 알려주고 권합니다.
「도전 행동 보고서」, 월평빌라, 16쪽
참여자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 악수나 포옹, 뽀뽀와 같은 스킨십을 합니다.
애정을 원하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상대가 원치 않는다면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참여자에게 악수로 반가움과 애정을 표현해주길 부탁하지만 참여자는 꼭 악수와 포옹, 뽀뽀를 해야합니다.
이때 어려움이 생깁니다. 상대가 원치 않을 때도 꼭 스킨십 해야 하는 참여자의 행동은 도전 행동일까?
참여자가 힘을 주어 상대를 붙잡고 강하게 다가가는 이 상황에 지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강제는 권력이나 위력(威力)으로 남의 자유의사를 억눌러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킨다는 뜻을 가집니다.
지원자에게 권력과 위력이 있는가? 참여자의 완강한 태도 앞에서 매번 드는 생각입니다.
참여자로서는 ‘나는 그저 상대가 좋고 그걸 표현하고 싶을 뿐인데
왜 다들 나를 막아 세우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왜?” 당사자가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이 한마디가 지원자를 철학적 고민에 빠져들게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참여자가 반가움을 표현하고 싶은 대상에게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상대는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반가움의 표현을 원하는데 그걸 당사자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러길 원치 않는 겁니다.
이럴 때 지원자가 할 일은 적당한 반가움의 표현을 알려주고 권하는 겁니다.
원하는 스킨십을 하지 못할 때 참여자가 흥분해 있다면 분리된 공간에서 심호흡할 수 있도록 이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신체적 개입이 발생합니다. 가정과 센터에서 고민하고 동의한 사항이지만 가장 마음이 흔들리는 때입니다.
이동 후 참여자와 심호흡 할 때도 그렇습니다. 이유를 묻고 싶고 따지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더는 묻지 않고 함께 심호흡합니다. 대신 참여자가 기분이 좋고 차분한 때에 악수로 인사합니다.
이렇게 인사해도 충분히 반가움과 애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평소에 알려줍니다.
3.
복 받을 겁니다
김민경 씨에게 커피믹스 이미지를 출력해서 드렸습니다. 며칠 전에는 천 원 지폐 이미지를 출력해서 드렸고요.
커피 달라 손 내밀기에 깨끗한 빈 봉지 드리니, 들고 있던 헌 봉지 세 개를 버리고 커피는 마시지 않겠답니다. 굉장히 좋아하시네요.
민경 씨는 신장 요로 결석으로 2015년 2018년에 수술했습니다.
결석에 해로운 음식 첫째가 ‘카페인’입니다. 그리고 유제품. 커피믹스는 둘 다 있지요. 그래서 안 된답니다.
민경 씨가 쓰레기통을 뒤지면 찾는 게 뻔합니다. 그러니 깨끗한 커피믹스 빈 봉지나 빈 음료수 팩을 드려요.
혹은 씻어서 가지라고 부탁해요. 씻어 주시면 고맙고요. 이 정도는 도전 행동이라 하기 민망합니다.
제가 민경 씨 입장이라도 이럴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매일 비싼 커피를 몇 잔씩 마십니다.
저는 커피믹스를 하루 세 잔 이상 마십니다. 거기에 비하면 빈 봉지와 이미지는 껌값이죠. 미안하고요.
사진과 빈 봉지에 기뻐 어쩔 줄 모르는 민경 씨가 귀엽잖아요. 짠하고….
2020년 4월 18일, 어느 동료의 글
「도전 행동 보고서」, 월평빌라, 21쪽
위 내용을 읽고 참여자 지원에 적용했습니다. 이름에 ‘-깡’이 들어가는 과자를 좋아하는 참여자에게
과자 대신 브랜드별 과자 봉지를 사진으로 출력해서 드립니다.
그러면 봉지를 오리고 과자 이름이 적혀 있는 활동지에 붙입니다. 카탈로그처럼 편철해서 가지고 다니기도 합니다.
참여자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활동할 수 있다면 그만큼 도전 행동을 할 시간도 줄어든다는 뜻이니
지원자로서는 순수한 의도만으로 준비한 건 아닙니다.
여자 배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여자 배구 팀별 선수 사진과 이름, 포지션, 등번호를 활동지로도 만듭니다. 참여자가 좋아합니다.
월평의 지원 의도는 참여자 마음을 헤아리고 그분의 미소를 위함이었는데, 지원자의 마음을 다시 돌이켜보니 부끄럽습니다.
참여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인격적 관계를 넘어 인간적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언젠가 선물처럼 그런 날이 다가오길 바랍니다.
4.
시간이 필요하고 번거롭더라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직원이나 이웃을 꼬집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도 그러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만두도록 설득합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을 때는 A씨가 공간을 떠나도록 하는 것보다 직원이나 이웃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편이 효과가 큽니다.
우선 상황과 떨어진 후에 앞의 경우와 같이 A씨가 더 객관적으로 일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설명합니다.
A씨가 이미 알고 있는 일이고 잘 지킬 수 있다는 것을 꼭 알립니다.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고 진정할 수 있도록 기다립니다.
그 후에는 이유를 따져 묻지 않으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으니 직접 사과하도록 권합니다.
자기 목소리로 사과하고 상대방의 용서를 구하도록 돕습니다. 경험에 비추어 A씨 눈빛이나 기분을 어렴풋이 짐작합니다.
정말 본인의 뜻으로 그럴 때도 있지만, 가끔은 본인 의사와 큰 상관없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잘못된 표현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음을 이해합니다.
물론 적절하지 못한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전담 직원으로서 말리는 과정 중에 갈등을 겪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니 어쩔 도리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이해하는 마음 반, 순간의 감정으로 얼굴 붉히는 일 반으로 전담 직원이라는 호칭이 무색하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재차 생각하고 다짐합니다. 시간이 필요하고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반응하고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개인별 지원 계획서』‘위험요소에 대한 지원’
「도전 행동 보고서」, 월평빌라, 35쪽
현장에는 도전 행동과 관련해 여러 기담이 떠돌지요. 어느 기관에 지원자는 피부가 벗겨지고 누구는 허벅지살이 파였고
누구는 머리카락이 500가닥은 뽑혔다…. 막 입사한 신입 사회복지사가 듣기엔 참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일하다 보면 피부가 벗겨지진 않아도 손톱자국이 멱살에 깊게 나고 몸에 멍들고
머리채 붙잡히는 일은 다반사라는 걸 알게 됩니다.
도전 행동은 결과이므로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원인을 알기 위해 공부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공부해도 찾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감정이 요동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자리를 피합니다.
자리를 피하고 다시 생각합니다. 더 나은 지원 방안은 없을까?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옳은 걸까?
그럴 땐 딴전이 필요합니다.
4) 문제만 붙들고 씨름하다 보면 힘듭니다. 만성이 된 문제라면 더욱 그러
합니다. 탈출 환기 충전이 필요합니다. 때때로 문제와 상관없는 일,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
재미있거나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겁니다. 그로써 잠시나마 숨 돌리고 웃고 즐기다 보면,
인정받고 성취감 자존감을 느끼면, 문제에 초연해
지거나 견딜 만하게 되기도 합니다. 문제를 다룰 힘과 의지, 희망과 용기, 둘레 사람과 자원이 생기기도 합니다.
「도전 행동 보고서」, 월평빌라, 35쪽
도전 행동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대응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사고가 갇힙니다. 요즘 지원자는 퇴근 후에 책을 읽습니다.
주변 동료와 수다 떨며 취미 이야기 나눕니다. 오히려 딴전을 피우며 참여자 지원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도 합니다.
도전 행동에 대해 알아가는 일도, 대응하는 법을 찾아가는 데에도 필요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다가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