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석의 축구스타 클래식 4.
서독의 황금 시대를 이끌었던 '왼발의 마술사' 볼프강 오베라트는 74년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자 독일 축구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미드필더다.
고향 팀인 SV지그부르크04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낸 오베라트는 1963년에 이적한 FC쾰른에서 급성장하며 스무살 직전에 서독 대표팀에 충격적으로 데뷔했다.
오베라트는 볼을 잡으면 '생사를 걸고' 상대 선수와 1대1승부를 했고, 또 그 승부 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는 투사형 플레이어였다. 아울러 브라질 선수들과 비교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의 화려한 발재간도 갖고 있었다. 이러한 능력 때문에 약관인 21세에 FC쾰른의 주장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쾰른에서 뮌헨 그라드바하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 당시(70년 대), 명장인 바이스바일러가 이끄는 보르시아MG는 15년 간에 걸쳐 바이에른 뮌헨과 우승 전쟁을 벌일 만큼의 막강한 팀이었다. 그 보르시아MG의 게임 메이커는 독일 최고의 판타지스타 귄터 네처!
오베라트는 자신의 팀이 보르시아MG 보다 강하지도 않았고, 인기도 없었던 거에 자존심이 상했다. 솔직히 말 하자면 한 살 아래인 귄터 네처의 활약상에 더 크게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오베라트는 그 울분을 대표팀에서 폭발시켰다. 대표팀에서 만큼은 보르시아MG의 '천재 지휘관'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 대표팀 A매치 기록이 그 걸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오베라트의 81시합/17골에 비해 귄터 네처는 37시합/6골 밖에 되질 않으니까....
지난 번, 귄터 네처 편에서 언급을 했었지만 72년 잉글랜드에서 벌어진 유럽컵에서 서독이 우승을 차지했을 때 서독의 주전 게임 메이커는 귄터 네처였다.(그 무렵 오베라트는 부상 중이었다.) 그 대회에서 서독 대표팀은 금발의 장신 판타지스타인 귄터 네처의 조율 아래 '아트 사커'를 펼치며 우승을 했다.
그런 아티스트들이 2년 후인 74년 월드컵에선 전사(戰士)로 바뀌어 있었다. 그 전사들을 조율한 선수는 귄터 네처 보다 '작은 키의 검은 머리' 볼프강 오베라트였다. 오베라트는 판타지스타인 귄터 네처와는 달리 줄기찬 기동력에 경이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게임메이커다.
74년 월드컵을 앞두고 서독 대표팀의 헬무트 쉔 감독은 오베라트와 귄터 네처 둘을 놓고 많은 고심을 했다. 그래서 두 선수를 평가전 때 동시에 기용도 해 봤으나 둘의 호흡은 전혀 맞질 않았다. 결국 쉔 감독은 74년 월드컵에서 오베라트를 주전 게임메이커로 중용했다.
쉔 감독의 결정이 '정답'이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 듯, 오베라트는 매 게임 발군의 기량을 보여줬다. 특히 오베라트는 네덜란드와의 결승전 때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74년 월드컵 결승전 경기 화면을 보면 '토탈 사커'를 구사하는 네덜란드 선수들 보다 오히려 서독 선수들이 훨씬 더 많이 뛰고 더 무섭게 뛰는 걸 볼 수 있는데 그 중 12번 오베라트의 운동량은 양 팀 통틀어 군계일학이었다.
오베라트가 귄터 네처 보다 기동력과 스피드가 앞서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강점은 세계의 어떤 팀과 맞붙더라도 오베라트는 자신의 플레이를 유감 없이 발휘한다는 데 있었다. 오베라트는 기회가 주어지면 그 기회를 반드시 살리는 타입의 선수였다. 이미 66년 월드컵 결승 진출, 70년 월드컵 3위가 그것을 입증해 주는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마디로 '적응성'이 '창조성'을 누른 것이다.
오베라트는 FC쾰른 시절(63-77),강팀인 바이에른 뮌헨과 보르시아MG등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며 리그 우승 한 차례, 서독컵 우승 두 차례 등을 차지한 바 있다. 그 공적을 인정받아 쾰른에는 '오베라트 슈트라세'라고 이름 붙여진 거리가 존재한다.
볼프강 오베라트(Wolfgang Overath) 국적: 독일(서독) 나이: 1943년생. 포지션: 미드필더. 신장: 176cm 소속팀: SV지그부르크04(51-63)-FC쾰른(63-77)
서독 대표팀 데뷔: 1963년 A매치 기록: 81시합/17골 월드컵 출전: 66, 70, 74년
주요 타이틀 66년 월드컵 준우승. 70년 월드컵 3위. 74년 월드컵 우승.
글쓴이 김유석은 '스포츠 커뮤니티의 전설'이라 할 웹사이트 <후추>에 서식하는 수많은 매니아 중에서도 단연 최강의 내공을 자랑하는 고수다. 30대 후반의 나이처럼 한국 축구의 격동기를 몸소 거쳐낸 그의 머릿속에는 한국은 물론 세계 축구계의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김유석의 [스타 클래식]은 우리가 세월속에서 잃어버린 흘러간 스타들에 관한 소중한 기억을 꼼꼼히 재복원해주는 소중한 코너가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