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맘 때의 초록은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다.
아침에 일어나 주방쪽 문을 열고 나서 뒷베란다로 가 문을 열면 밤새 기다린 초록이 싱싱한 미소를 지으며 불쑥 들어온다.
베란다 문을 열면 정말 행운이다 싶게 초록 모자를 쓰고 있는 봉화산 꼭대기가 바로 보인다.
초록은 생명의 색이다.
조그만 저 산도 초록밑 땅속에서 부터 땅 위나 나무 위나 풀잎, 이끼속까지 수없이 많은 생명이 살아숨쉬고 있겠지.
더위를 피해 멱감으러 간 윗동네 계곡의 소(沼)도 짙은 초록이었다.
겉으론 평온해 보여도 속은 소용돌이가 있어 사람이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용소의 색깔도 짙푸른 초록이었다.
앞집 종구 할머니가 양아들의 구박이 서러워 밤을 기다려 소에 뛰어들려고 갔다가 한밤중 계곡 물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겁나고 무서워, 뒤집어 쓴 치마만 내동댕이치듯 버리고 물귀신이 쫒아올까봐 날듯이 집으로 도망왔다지.
밤이라 보이진 않았어도 낮에 보았던 짙은 초록의 빙빙 도는 소가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초록은 가히 생명의 색이다.
하지가 지나면 어정쩡하던 연두도
확실한 초록으로 갈아입겠지.
더 많은 생명들이 초록 아래에서 숨쉬고 살아내고 커 간다.
성하의 계절에 산을 바라보면 산은 푸르다 못해 검어진다.
그 검어진 산으로 나는 가고 싶다.
아니 가야한다.
검푸른 산으로 가 초록의 공기를 마시며 가슴 가득 생명력을 채우련다.
폐 가득, 심장 가득 맑은 공기로 채워 온 몸이 배추벌레처럼 초록이 되어 집으로 오는 길의 그지없이 상쾌함은 나만 아는 기쁨은 아닐 것이다.
🌲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육신이 버거웠어요 한참을ᆢ
컨디션의 부침이 롤러코스터 닮았구요 ㅎ
초록의 싱싱한 기를 받고 싶어서 몇줄 끄적였답니다 ^^
첫댓글 읽는 이로 하여금 사색에 들게하는 명징한 언어들의 글에 깊이 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김동출 두손
늘 고맙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