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3-1 3 은일隱逸 숨어서 사는 일 1 유거幽居 그윽한 곳에 살다
유거와소상幽居臥小牀 그윽한 곳 작은 평상에 누웠으니
정실일연향靜室一煙香 고요한 방안에 향 연기 가득하네.
야우림화윤夜雨林花潤 밤비에 수풀 꽃 윤택해지고
매천풍기량梅天風氣凉 6, 7월 바람 기운 서늘하구나.
엽농금어경葉濃禽語警 잎새 짙어 새들은 시끄럽게 지저귀고
니습연비망泥濕燕飛忙 진흙 젖어 제비는 바삐 나네.
하이소장일何以消長日 무엇으로 긴긴 날을 소일할거나!
신시사수행新詩寫數行 새 詩나 두어 줄 써보는 게지.
►은일隱逸 ‘숨을 은隱’ ‘편안할 일逸’
세상을 피하여 숨음. 국화菊花. 숨은 學者로서 임금이 特別히 벼슬을 준 사람.
염계濂溪 주돈이周惇頤가 ‘애련설愛蓮說’에서
‘국화지은일자야菊花之隱逸者也 국화는 꽃 중의 은일이다.’라 함에서 유래함.
굴여은일자屈汝隱逸姿 너의 은일한 모습 굽히게 하노니
아기진구차我豈眞苟且 내 어찌 참으로 한때의 미봉책을 쓰는 것이랴?
/<이우李隅 양양동헌국襄陽東軒菊>
<죽계육일竹溪六逸>
죽계의 주당酒黨 여섯 사람.
죽계는 호북성湖北省 죽계현에 있는 명승지.
당나라 천보天寶 연간에 활동했던 사람들인
이백李白 공소보孔巢父 한준韓準 배정裴政 장숙명張叔明 도면陶沔
이들은 지금의 산동성山東省 태안현泰安縣 동남의 조래산徂徠山 아래의 죽계竹溪에서
주우酒友로서 결사結社한 뒤 술에 탐닉하며 세상을 잊었었다.
►유거幽居 쓸쓸하고 궁벽窮僻한 곳에서 사는 일. 또는 그런 곳에 있는 집.
●유거幽居/월사月沙 이정구李廷龜(1564-1635)
유거지벽단과종幽居地僻斷過從 사는 곳 구석지어 찾는 발길 끊기는데
수기한재만사용睡起閑齋萬事慵 한가한 잠 깨어도 할 일이 전혀 없고
유유우시심미이猶有憂時心未已 그래도 마음 안 놓여
석양부장간전봉夕陽扶杖看前峯 저물녘 지팡이 의지 해 앞산 바라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