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으로 읽는 북간도 독립운동 이야기⌟를 추천하며
조태영 (전 한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대한제국의 멸망과 국권 상실 이래 우리 민족의 역사적 과제는 통일된 독립국가를 수립하는 일이 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어떤 국가를 세울 것인지에 대하여 우리 민족에게는 통일된 노선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 민족이 근대국가로의 노선을 선택하고 결정할 겨를도 없이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아 국권 자체를 상실해 버렸던 것은 우리 민족에게 너무나 뼈아픈 일이었다. 근대국가로의 노선을 결정하기 이전에 일제로부터 국권을 되찾는 일이 절대 과제가 된 상태에서 결국 독립투쟁을 하면서 독립국가의 노선을 결정해야만 하는 이중의 과업을 짊어졌던 것이 일제 식민지배 아래 우리민족의 처지였다.
독립운동 반세기 동안 민족사회는 독립국가 수립의 노선을 두고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로 분열된 상태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하였고, 2차세계대전 종전으로 일제 식민지배에서 해방되기까지 노선의 통일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 결과 동서 제국들의 냉전구도 속에서 우리 민족은 남북으로 분단되는 비극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민족이 염원하였던 통일된 독립이 아니라 반쪽의 독립, 민족 분단이라는 기구한 상태를 가져다 주었다. 민족 분단은 우리 민족이 역사의 과제를 완수하지 못한 결과 생긴 불구의 상태요, 존립의 미완성 상태이다. 자주적이고 통일된 독립이라는 민족의 역사적 과제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통일은 민족이 자주적이고 독립된 인격으로 평화롭게 통합된 삶을 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민족의 인격적 삶을 완성하는 일이다. 민족의 분열 상태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상극의 분쟁과 충돌을 강요한다. 해방 후 숨 돌릴 겨를도 없이 골육상쟁의 전쟁을 겪었고, 아직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분단체제에서 전쟁은 끝이 없고, 비극은 계속된다. 민족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는 일은 민족의 독립을 완성하는 일, 곧 반쪽의 독립을 완전한 독립으로 완성하는 일이다.
북간도지역의 독립운동은 우리 민족 독립운동사의 주축에 해당한다. 거기가 온갖 독립운동의 산실이자 요람이었고, 갖가지 독립투쟁의 갈래들이 부침했던 무대요 각축장이었다. 민족교육과 무장투쟁이 가장 활발하고 치열했던 땅, 독립국가 실현의 노선을 놓고 독립운동 세력들의 분화와 대립이 첨예하게 분출하였던 곳이 바로 간도 조선인사회였다. 이곳의 독립운동사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는 우리 민족의 현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현재 남과 북의 사회에서 이 지역의 독립운동사에 대한 인식은 각각의 이념적 정치적 편향으로 인하여 매우 빈약하고, 그나마도 굴절되고 왜곡되어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마당에 북간도 독립운동사를 남과 북의 체제와 이념의 시각을 뛰어넘어 오롯이 간도의 자리에서, 분단 이전 북간도의 시각으로 본 ⌜뜻으로 읽는 북간도 독립운동 이야기⌟가 나온 것은 만시지탄이 있지만 놀랍고 고마운 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분단체제의 일반인으로서는 여간 접하기 어려운 현지의 사료들을 풍부하게 찾아내어 소개하고 통찰력 있게 분석해 줌으로써 솔직하게 사시를 면치 못하고 살던 사람의 막혀 있던 시야를 탁 트이게 뚫어준다. 저자는 남한에서 접하기 어려운 연변 사학계의 사료와 연구서들을 폭넓게 섭렵하고, 뿐만 아니라 선교사로서 여러 해 동안 북간도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샅샅이 밟으며 찾아낸 숨은 이야기들을 풍부하게 발굴한 내용들을 책에 담았다.
이 책이 가진 특별한 의의를 몇 가지 지적하자면
첫째, 몇몇 명망 있는 지도자에 과도하게 편향된 대부분의 독립운동사의 시각을 벗어나서 이념적 편향과 정치적 이유로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였거나 소홀히 다루어졌던 인물들을 극력 재조명하여 그들의 존재와 공로를 복원한 것이다. 기독교의 십자가 신앙으로 자주독립이라는 민족의 십자가를 지고 간 사람들의 이야기,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넘나들며 양자를 관통하는 독립운동의 궤적을 그리고 간 인물들의 이야기들은 통일된 자주독립을 독립의 완성으로 내다보는 오늘의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과 영감을 준다.
둘째, 무엇보다도 이 책의 진가는 대부분의 역사서들이 “나라와 민족의 핵이요, 본질인 민초, 작은 사람들은 무시하고 영웅, 거인, 지도자들만 이야기”하는 것에 반하여 독립운동사의 근본적 주체를 민초로 보고 그들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역사에 부각시킨 것이다.
셋째, 교회의 존재가 역사 속에서 시대와 민족의 과제에 응답하고 그 십자가를 감당하는 데 있다는 것을 보여준 북간도 교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교회의 선교가 또한 그러한 것임을 캐나다선교부 북간도지회의 감동적인 활동을 상세하게 복원하여 드러낸 것이다.
저자가 ⌜뜻으로 읽는 북간도 독립운동 이야기⌟에서 보여준 북간도의 독립운동 역사는 놀랍게 북간도 교회의 역사와 일치한다. 북간도 독립운동사는 북간도 십자가의 역사이다. 이는 오늘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여주는가? 이는 오늘의 우리에게 커다란 영감을 준다. 십자가는 하늘과 땅의 평등을 실현하는 자리요, 좌와 우가 소통하는 자리요, 과거와 미래가 수렴하는 자리 아닌가? 비록 통일된 자주독립을 자력으로 실현하지 못하고 외세가 강제한 분단독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비극적 해방을 맞이하였지만, 북간도 독립운동사는 살아 있는 교훈으로서 통일독립을 완수해야 할 오늘의 우리 앞에 빛을 비춘다.
북간도 독립운동이 가진 뜻을 생생히 바라보고 기억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저자의 모든 노력이 바로 오늘의 독립운동이요, 북간도의 십자가를 계승하는 신앙임을 생각하며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