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어해시(魯魚亥豕)
비슷한 글자를 잘못 쓰거나 읽는 일
魯 : 노나라 로(魚/4)
魚 : 고기 어(魚/0)
亥 : 돼지 해(亠/4)
豕 : 돼지 시(豕/0)
노나라 노(魯) 자와 고기 어(魚) 자를 잘못 쓰거나, 돼지라는 뜻의 亥(해) 자와 豕(시) 자를 잘못 읽는 일은 인쇄술이 발달한 오늘날엔 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 죽간, 목판에 새길 때 실수가 자주 있었던 모양이다.
글자 모양이 서로 비슷하여 잘못 쓰거나 읽어서 틀리기 쉽다는 말이 전해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거기에 잘못 알고 글자가 틀려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도 가리키게 됐다.
요즘의 출판이나 신문 제작에 교열, 교정을 필수로 두고 있는 것도 이런 오류를 막기 위함이다. 사소한 잘못 하나라도 역사가 되는 신문에선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秦始皇(진시황)의 생부로 알려졌고 정치가이자 대상인이었던 呂不韋(여불위)가 편찬한 ‘呂氏春秋(여씨춘추)’에 이 성어가 나온다.
孔子(공자)의 제자 子夏(자하)가 晉(진)나라로 가는 길에 누군가가 역사책을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 들어보니 ‘진나라 군대가 진을 칠 때 돼지 세 마리로 황하를 건넜다(晉師伐秦 三豕渡河)’라는 뜻으로 잘못 풀이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자하는 三豕(삼시)가 아니고 己亥(기해)라고 바르게 고쳐줬다. 그러면서 몸 기(己)와 석 삼(三)자가 모양이 비슷하고, 돼지 시(豕)자와 돼지 해(亥)자도 닮아 잘못 읽기 쉽다고 했다.
己亥는 옛날 사람들이 60갑자로 날짜를 표시하는 것이므로 ‘기해 날에 강을 건넜다(己亥渡河)’로 되는데 잘못 읽은 것이다.
진나라에 가서 다시 알아보니 ‘진나라 군대가 기해년에 황하를 건넜다’라고 되어 있었다. 六論 察傳篇(육론 찰전편)에 실려 있다.
어떤 사항을 옮길 때 어중간하게 아는 말로 하면 자칫 망신을 당하기 쉽다. 신문과 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 외에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가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잘못된 정보가 진실인양 인식될 우려가 크다.
눈 깜짝할 새 퍼지는 이들의 영향력은 한곳에서 잘못 인용한 것이 순식간에 진실이 된다. 보도경쟁이 과열돼 사안의 본질과 동떨어진 선정적 기사,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를 쏟아내 우려를 자아냈다. 잘못된 보도라도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 魯(노나라 로/노, 노둔할 로/노)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음(音)을 나타내는 물고기 어(魚; 물고기, 로)部와 말하다의 뜻인 白(백; 나중에 曰로 쓰여짐)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말하는 것이 둔한 일, 바뀌어 어리석다는 뜻으로 ①노둔(老鈍)하다(늙어서 재빠르지 못하고 둔하다) ②미련하다 ③노(魯)나라 ④성(姓)의 하나 ⑤나라의 이름(주나라의 제후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완고할 완(頑)이다. 용례로는 미련하고 둔함을 노둔(魯鈍), 어리석고 미련함을 노망(魯莽), 둔하고 미련한 성질을 노질(魯質), 아내를 남편의 무덤에 합장함을 노부(魯祔), 어리석고 소박함을 노박(魯朴), 魯자와 魚자가 틀리기 쉬운 데서 글씨의 오류를 이르는 말을 노어(魯魚), 어리석고 미련함을 박로(朴魯), 거칠고 노둔함을 황로(荒魯), 글자를 잘못 쓰기 쉬움을 가리키는 말을 노어지오(魯魚之誤), 魯와 魚는 글자 모양이 비슷해 틀리기 쉽다는 뜻으로 글자를 잘못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노어지류(魯魚之謬), 노양공의 창이란 뜻으로 위세가 당당함을 이르는 말을 노양지과(魯陽之戈), 魚자와 魯자를 식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매우 무식함을 이르는 말을 어로불변(魚魯不辨), 공맹孔孟의 고향이란 뜻으로 예절을 알고 학문이 왕성한 곳을 이르는 말을 추로지향(鄒魯之鄕), 두 나라의 정치가 서로 비슷하다는 말을 정여노위(政如魯衛) 등에 쓰인다.
▶️ 魚(고기 어)는 ❶상형문자로 漁(어)의 고자(古字), 鱼(어)는 통자(通字)이다. 물고기 모양을 본뜬 글자로, 한자의 부수로서는 물고기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魚자는 ‘물고기’를 그린 글자이다. 魚자는 물고기를 그대로 그린 상형문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魚자를 보면 물고기의 주둥이와 지느러미가 잘 묘사되어 있었다. 이후 해서에서 물고기의 몸통과 꼬리를 田(밭 전)자와 灬(불 화)자로 표현하게 되면서 지금의 魚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魚자는 물고기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활용될 때는 주로 어류의 종류나 부위, 특성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魚(어)는 성(姓)의 하나로 ①물고기 ②물속에 사는 동물의 통칭(通稱) ③바다 짐승의 이름 ④어대(魚袋: 관리가 차는 고기 모양의 패물) ⑤말의 이름 ⑥별의 이름 ⑦나(인칭대명사) ⑧고기잡이하다 ⑨물에 빠져 죽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생선을 가공해서 말린 것을 어물(魚物), 물고기 잡는 그물을 어망(魚網), 물고기를 잡거나 기르는데 쓰이는 항아리 모양으로 만든 유리통을 어항(魚缸), 물고기의 알을 어란(魚卵), 물고기와 조개를 어패(魚貝), 생선 파는 시장을 어시장(魚市場), 물고기의 종류를 어종(魚種), 낚시로 고기잡이하는 데 쓰는 배를 어선(魚船), 물고기를 기름 또는 기른 물고기를 양어(養魚), 말린 물고기를 건어(乾魚), 미꾸릿과의 민물고기를 추어(鰍魚),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를 청어(靑魚), 멸치과에 딸린 바닷물고기를 행어(行魚), 퉁가리과의 민물고기를 탁어(馲魚), 은어과의 물고기를 은어(銀魚), 가오리과에 딸린 바닷물고기를 홍어(洪魚), 가물치과에 딸린 민물고기를 흑어(黑魚), 학꽁치과의 바닷물고기를 침어(針魚), 멸치과의 바닷물고기를 약어(鰯魚), 동자개과에 딸린 민물고기를 종어(宗魚), 잉어과의 민물고기를 타어(鮀魚), 철갑상어과의 바닷물고기를 심어(鱘魚), 제사 상을 차릴 때에 어찬은 동쪽에 육찬은 서쪽에 놓음을 이르는 말을 어동육서(魚東肉西), 어魚자와 노魯자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몹시 무식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어로불변(魚魯不辨), 물고기와 물처럼 친한 사이라는 뜻으로 임금과 신하의 친밀한 사이 또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 사이를 일컫는 말을 어수지친(魚水之親), 물과 물고기의 관계와 같이 매우 친근한 사이를 일컫는 말을 어수지교(魚水之交), 고기 대가리에 귀신 상판때기라는 뜻으로 괴상 망측하게 생긴 얼굴을 형용하는 말을 어두귀면(魚頭鬼面), 고기가 솥 속에서 논다는 뜻으로 목숨이 붙어 있다 할지라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을 비유하는 말을 어유부중(魚遊釜中), 잉어가 용으로 화한다는 뜻으로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 양명함을 이르는 말을 어룡장화(魚龍將化), 물고기의 눈과 연산의 돌이라는 뜻으로 두 가지가 옥과 비슷하나 옥이 아닌 데서 허위를 진실로 현인을 우인으로 혼동함을 이르는 말을 어목연석(魚目燕石), 물고기는 대가리 쪽이 맛이 있고 짐승 고기는 꼬리 쪽이 맛이 있다는 말을 어두육미(魚頭肉尾), 물고기 떼나 새 때가 흩어져 달아난다는 뜻으로 크게 패망함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어궤조산(魚潰鳥散),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었다는 뜻으로 어릴 적에는 신통하지 못하던 사람이 자란 뒤에 훌륭하게 되거나 아주 곤궁하던 사람이 부귀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어변성룡(魚變成龍), 글자가 잘못 쓰였다는 뜻으로 여러 번 옮겨 쓰면 반드시 오자誤字가 생긴다는 말을 어시지혹(魚豕之惑), 용과 같이 위엄 있는 모양을 하고 있으나 실은 물고기라는 뜻으로 옳은 듯하나 실제는 그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어질용문(魚質龍文) 등에 쓰인다.
▶️ 亥(돼지 해)는 상형문자로 돼지의 모양을 본떴다. 豕(시; 돼지)와 같다. 나중에 구별(區別)하여 썼다. 음(音)을 빌어 십이지(十二支)의 열둘째 글자로 쓴다. 그래서 亥(해)는 (1)십이지(十二支)의 하나. 열 둘째로 끝임. 돼지를 상징(象徵)함. 십이지(十二支) (2)해시(亥時) 등의 뜻으로 ①돼지 ②해, 열둘째 지지(地支) ③열두 번째 ④해시(亥時: 밤 아홉 시부터 열한 시까지) ⑤해방(亥方: 24방위의 하나) ⑥단단하다 ⑦간직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12지의 끝시간 곧 밤 9시~11시까지의 시간을 해시(亥時), 해시가 끝날 무렵 곧 오후 11시쯤을 해말(亥末), 해시의 한 가운데 곧 저녁 열 시를 해정(亥正), 해시의 처음 곧 오후 아홉 시를 해초(亥初), 사람이 해년 곧 돼지 해에 태어남을 해생(亥生), 음력 10월의 딴 이름을 해월(亥月), 말세를 달리 이르는 말을 해세(亥世), 六十甲子의 열 두째를 을해(乙亥), 스물 넷째를 정해(丁亥), 서른 여섯째를 기해(己亥), 마흔 여덟째를 신해(辛亥), 마지막인 예순째를 계해(癸亥), 글씨가 서로 엇비슷하여 쓸 때에 잘못 써서 다른 뜻으로 잘못 전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해시지와(亥豕之譌), 魚와 魯를, 豕와 亥를 구별 못한다는 뜻으로 문자가 비슷하여 해석을 잘못 한다는 말을 어로시해(魚魯豕亥) 등에 쓰인다.
▶️ 豕(돼지 시)는 ❶상형문자로 豖(시)의 본자(本字)이다. 돼지의 머리, 네 다리와 꼬리의 모양을 본떴다. ❷상형문자로 豕자는 '돼지'를 그린 글자이다. 豕자는 인간이 사육하던 돼지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豕자를 보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돼지가 이미지그려져 있었다. 돼지는 체질이 건강해 어느 기후나 풍토에도 잘 적응하며, 짧은 기간에 많은 새끼를 낳는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인류가 가장 선호하는 가축이기도 하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肉(고기 육)자만으로도 돼지고기를 뜻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한자에는 유달리 돼지와 관련된 글자가 많다. 豕자도 그러한 글자 중 하나로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돼지나 몸집이 큰 동물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豕(시)는 돼지를 뜻한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돼지 해(亥), 돼지 저(猪)이다. 용례로는 돼지의 우리를 시권(豕圈), 돼지처럼 식식 숨을 쉼을 시식(豕息), 모양이 솥과 같이 생겼으며 밑에 달린 세 개의 발이 돼지 대가리처럼 생긴 제기의 한 가지를 시정(豕鼎), 욕심이 많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돼지 같은 마음을 시심(豕心), 돼지 입과 같다는 뜻으로 인상印象에 욕심이 많아 보이는 사람의 비유한 말을 시훼(豕喙), 큰 돼지를 봉시(封豕), 우리 안의 돼지를 권시(圈豕), 문견이 좁은 사람이 흔히 있는 사실을 자기 혼자 신기하게 생각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연시(燕豕), 약재로 단풍나무의 뿌리에서 생기는 버섯을 시탁(豕槖), 교외에 나가서 천지의 신에게 교제郊祭를 지낼 때 희생으로 쓰는 돼지를 교시(郊豕), 견문이 넓지 못한 사람이 신기하게 여기고 떠드는 것이 알고 보면 별 것 아닌 흔한 것인 경우에 쓰이는 말을 요동시(遼東豕), 돼지처럼 대하고 짐승처럼 기른다는 뜻으로 사람을 예로써 대우하지 않고 짐승같이 대한다는 말을 시교수축(豕交獸畜), 글자가 잘못 쓰였다는 뜻으로 여러 번 옮겨 쓰면 반드시 오자誤字가 생긴다는 말을 어시지혹(魚豕之惑), 魯와 魚 그리고 亥와 豕는 글자 모양이 비슷해 잘못 쓰는 오류를 범하기 쉬움을 이르는 말을 노어해시(魯魚亥豕), 글씨가 서로 엇비슷하여 쓸 때에 잘못 써서 다른 뜻으로 잘못 전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해시지와(亥豕之譌), 뱀처럼 모로 가다가 돼지처럼 갑자기 돌진한다는 말을 사횡시돌(蛇橫豕突), 식욕이 왕성한 큰 돼지와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는 긴 뱀이라는 뜻으로 탐욕한 악인을 두고 이르는 말을 봉시장사(封豕長蛇)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