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극한의 땅 홋카이도의 첫 전동차.
일본의 가장 북쪽 지역인 홋카이도에 전철화가 시작된것은 다른곳보다 좀 더 늦은 1968년의 이야기이다. 하코다테본선 오타루-삿포로-타키카와 구간에 처음으로 교류 2만V 50Hz 전철이 도입되면서 이를 위한 교류 전용의 근교형 전동차로서 711계가 1967년 도입되었다. 먼저 2량짜리 선행양산편성이 도입되어 테이네-제니바코 구간에서 시험운행을 거친 뒤 1968년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그간 큐슈나 호쿠리쿠, 도호쿠 지역에는 직류구간 운행을 고려했기 때문에 직교겸용 전동차들을 도입해왔지만 711계는 국철이 처음으로 도입한 "교류 전용" 전동차로 기록되었다.
2. 교류 전원 전동차의 장점을 잘 살린 전동차.
직류 전기차량의 속도제어는 별 다른 방법 없이 저항기나 전동기의 연결방식을 바꿔가면서 제어하는 저항제어와 직병렬조합제어, 그리고 약계자 제어 세가지를 혼합한 복잡한 제어장치로 되어있으나 교류 전기차량의 경우엔 역시 직류전동기를 사용하고 크고 비싼 주변압기와 주정류기가 들어가지만 주변압기의 권선 수를 바꿔가며 속도를 제어하는 탭제어, 그리고 여기에 반도체인 사이리스터를 붙여 더욱 매끄럽게 제어할 수 있는 사이리스터 연속 위상제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신간선 0계 전동차의 경우 주변압기의 2차 권선의 수를 조절하여 속도를 제어하는 저압 탭제어가 사용되었으며 711계는 이 사이리스터 위상제어가 전동차에서는 처음으로 채용되었다. 이 사이리스터 위상제어는 직류의 저항제어는 물론이고 일반적인 쵸퍼제어보다도 효율적인 제어로 가속시에 매끄러운 승차감을 보여주며 견인전동기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국철 표준의 MT54 전동기를 영구병렬로 물려 사용함에도 정격출력은 30kW 높은 150kW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저항제어처럼 저항기에 연결된 커다란 캠축을 돌리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겨울에 캠축이 얼어붙는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갖고 있었다. 3량 기준으로 동력차는 한개만 배치해 1M2T로 가속력이 1.1km/h/s밖에 안되지만 역간거리가 길고 평탄한 지역을 운행하기 때문에 별 문제점이 없었다. 제동장치는 저항기나 계자가 없기 때문에 발전제동이나 회생제동을 사용할 수 없었으며 전기제동이 없는 순수 공기제동의 전자직통공기제동만을 갖고 있었다.
"JNR 711 series EMU 102" by Tennen-Gas - 投稿者自身による作品. Licensed under CC 表示-継承 3.0 via ウィキメディア・コモンズ.
- 모하 711형을 옆에서 본 사진. 하부의 기기가 직류 전동차보다도 더 간단하게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출입문 우 상부에 보이는 전동기 통풍구 또한 눈의 침입을 최대한 방지한 구조로 되어있다.
- 711계의 대차는 키하 40계의 극한지용 버전과 동일하다. 제석기에 커다란 삽날처럼 된 스노우 플로우가 설치되어있고 에어스프링은 최대한 노출이 안되는 곳에 숨겼으며 1차 서스펜션인 코일스프링 또한 눈이 유입되지 않도록 원통으로 밀폐했다.
- 화장실? 아닙니다. 전동기 통풍구로 유입된 공기중 눈을 분리하기 위한 원심분리장치와 히터가 이 안에 있었다.
- 사이리스터 위상제어는 주정류기가 주제어기의 기능을 함께 수행할 수 있었다. 100번대는 사이리스터 블럭이 4개로 되어있어 효율성이 더 좋아졌다.
- 711계의 주변압기, 자연냉각식은 아니었기 때문에 송풍기가 달려있지만 운행중 주행음으로 나는 소리가 이 주변압기 송풍기 밖에 없을 정도였다고 할 정도로 정숙성이 뛰어났다.
- 마치 103계의 제어대를 보는듯한 711계의 제어대. 그래도 말기엔 ATS-Dn까지 달려있었다.
3. 극한의 땅 홋카이도에 알맞는 최고의 내한내설 대책들.
711계는 가장 춥고 눈이 많이 오는 홋카이도 땅에 알맞도록 최고 수준의 내한내설 대책을 세웠다. 일단 사이리스터 위상제어를 채택한것 부터가 내한내설 대책의 일환이었지만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은 최대한 방한처리를 하고 눈이 들어갈만한 곳은 최대한 메워 겨울에 대한 대비를 탄탄하게 갖췄다. 차체는 전동차로서는 처음으로 키하40계와 같은 고장력강판을 최대한 사용한 강철차체로 되어있으며 하부의 기기는 눈이 최대한 침입하지 못하는 구조로 하여 견인전동기 냉각용 덕트도 지붕으로 올리고 안쪽에 눈을 분리하는 공간을 두어 눈이 견인전동기로 들어가는것을 최대한 방지했다. 대차는 에어스프링 방식의 볼스터 대차로서 에어스프링이 눈에 얼어붙어 횡강성이 저하되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인다이렉트 마운트 구조를 택했으며 코일스프링 또한 밀봉하여 눈이 들어가는것을 방지했다. 동력차의 제동장치는 답면제동으로서 제륜자 두개를 동시에 물리는 양압식으로 하여 제동능력을 강화했다.
실내는 근교형임에도 실내 보온을 위해 양끝에 출입문을 두는 데크 구조로 되어있어 마치 근교형으로 전환된 급행형 전동차의 느낌을 갖고 있다. 창문 크기도 최대한 줄이고 이중창 구조로 되어있어 김서림을 최대한 방지했다. 내장재 안쪽으로 단열재가 최대한 사용되어 보온능력을 높였으며 그래도 바닥은 홋카이도 특유의 나뭇바닥이 아닌 리놀륨 바닥으로 했다. 시트는 데크 주변의 롱시트를 제외하면 크로스시트로 되어있으며 시트피치나 폭이 급행형 수준으로 되어있어 급행열차에 사용되어도 될 정도의 거주성을 자랑했다.
- 711계는 홋카이도 전동차의 스타일 대로 행선표시기 위에 두개의 전조등이 추가되어 있다.
- 711계는 이런 환경에서도 최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 80년대 말 급행형 전동차를 근교형화 개조한듯한 711계의 실내는 68년 데뷔 당시의 거의 그대로를 간직했다.
- 당시 2단 상승-하강 방식의 유니트식 창문이 대세였지만 홋카이도의 추운 환경에서는 사치였고 이렇게 작은 1단 상승식 창문으로도 충분했다.
- 객실에는 선풍기만 달려있다. 2001년부터 겨우 냉방화가 시작되었지만 선풍기 만으로도 견딜 수 있는 환경이었다.
- 중간문이 추가된 차량 또한 데크벽이 설치되어 있어 차내 보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711계나 721계까지 볼 수 있었고 이후에는 에어커튼이나 반자동 도어가 설치되면서 사라졌다.
4. 홋카이도의 땅에서 근 50년간 장수를 누리다.
1968년부터 양산되기 시작한 711계는 69년 아사히카와까지 전철화 구간이 연장되면서 50번대 2차 증비, 80년 치토세공항선 개통으로 100번대 3차 증비가 이루어지면서 총 38개편성 114량이 제작되었다. 50번대에서는 제어능력을 강화해서 기존 2분할이었던 사이리스터 제어기를 4분할로 늘리고 직병렬 조합을 추가했고 100번대에서는 주변압기나 주정류기에 독성물질 사용을 억제하였으며 선두부 위에 전조등 두개를 추가하고 화장실에 순환식 오물처리장치도 갖췄다. 최초 711계는 보통열차 뿐만 아니라 급행 "카무이", "사치카제"등 전철화 구간 급행서비스에도 투입되었으며 삿포로-아사히카와간 논스톱으로 표정속도 85.5km/h를 기록, 특급열차 수준의 성능을 자랑했다. 이런 운행은 1975년 485계 1500번대가 도입되면서 줄어들었지만 이 485계가 추위에 견디지 못해 고장때문에 적극적인 운용을 못하면서 급행열차는 적정선을 유지 결국 781계가 도입된 1986년이 되어서야 폐지되었다.
1987년에는 삿포로 시내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승하차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일부 차량에 중간문을 설치하는 개조도 이뤄지며 민영화를 맞았고 민영화 후에도 721계 도입 전까지 치토세공항의 쾌속 "에어포트"운행을 맏기도 하면서 근근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721계, 731계 등 신형차량이 밀려들어 오면서 하나 둘씩 퇴역하는 차량도 늘어났다. 2001년에는 냉방화나 싱글암 팬터그래프 개조 등 현대화 개조를 받아가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결국 데뷔 48년만인 2015년 3월에서야 마지막 3개 편성이 퇴역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다.
- 퇴역 헤드마크를 붙인 711계. 도색은 위의 완전 빨강색과 이런 장미색(아카덴) 두가지가 있었다.
- Last Updated : 2015. 6. 14 (鶴見線103系님 사진 추가)
- 글 : 송승학(부운영자, 787-ARIAKE)
- 사진 : 김성수, 일철연 공동사진DB, 鶴見線103系님, 201系님,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