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대체 왜 이럴까?
글쓴이 : 조우석 문화평론가/ 자유일보
곤혹스러움을 넘어 황당하다. 이웃 종교인 한국천주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더 이상 봐줄 수가 없다. 지난주 가톨릭대 교수의 절반인 108명이 시국선언을 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대일 굴욕외교를 규탄하는 내용이다. 그렇게 시대착오적일 수가 있을까?
그게 전부가 아니다. 10여 일 전 정의구현사제단은 윤 대통령 비판 시국기도회를 별도로 열었다.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한다는 명분이다. 그렇게 하는 게 "정의와 평화의 참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저들은 강변했지만, 헛웃음부터 나온다. 누가 그 목소리에 공감할까? 천주교가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가에 대한 의문만 증폭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면 고질병이다.
지난해 말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 박주환은 소셜미디어에 대통령 부부가 탄 전용기의 추락을 기원하는 "비나이다"라는 문구를 올려 성무(聖務) 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지 않은가? 그걸로 눈 가리고 아웅했을 뿐 진정한 변화를 거부하니까 이번 일이 다시 터진 것이다. 이 정도면 신앙공동체이기를 포기한 셈인데 실제로 한국천주교는 변한 게 없다.
전용기 추락을 기원했던 신부도 한심했지만, 당시 역성을 들었던 또 다른 신부 박홍표도 얼척없었다. 그는"박주환 같은 분이 있어 교회가 깨시민의 사랑을 받는다"고 황당한 응원을 보냈음을 기억해두자. 그게 이 나라 천주교의 집단 멘탈리티다. 새삼 밝히지만 신부 박주환·박홍표는 나름 기여를 했다. 천주교의 밑천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여준 것이다.
오늘 진실을 전한다. 천주교는 위계질서가 탄탄한 걸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전체가 망가졌다. 예전엔 평신부 일부가 날뛰었지만, 지금은 주교·대주교·추기경까지 ‘좌빨 사제’로 분류된다. 이 와중에 가톨릭대학까지 저 지경이다. 사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반대 선언을 정구사의 이름으로 했던 게 천주교였다. 그게 안 통하자 이제는 집단적 몽니로 발전한 것이다.
상식적이라면 천주교 최고의결기관인 주교회의 이름으로 정중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기정화와 개혁에 나서야 하는데, 그런 기적이 일어날까? 현재 천주교 내부에는 그런 동력 자체가 없다. 그래서 비극이다. 한 신앙공동체가 저렇게 망가지는 케이스도 드물다. 1970년대 한때 좋았던 한국천주교는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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