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다. 특히 그것을 집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더더욱 그러하다. 부부라는 인연은 거의 90%가 성격, 취향, 가치관 등이 다르다고 한다. 나도 그중에 한사람이다. 젊었던 시절에는 다른 생각때문에 서로가 틀렸다고 하다 보니 부부싸움도 잦았고 말수도 적었다.
그런 부부사이라도 한 30년 이상을 살다보면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 성격이 둥글둥글해 지면서 틀림을 다름으로 인정한다. 그때부터 서로의 삶을 존중하면서 친구가 된다. 나와 집사람이 절친이 된 것은 불과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술꾼의 남편들은 자신의 아내와 친구가 되지 못한다.
친구의 조건은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면 지속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우친 것이 7년전인 내나이 59세였다. 술을 끊는다고 해서 집사람이 바로 친구가 되어주지 않는다. 몇년간을 지켜보고 이인간이 정말 변한 것이지 살펴보고 판단을 내린다. 나의 경우는 그기간이 2년이였다.
술을 좋아하던 시절에는 친목회 모임이 참으로 많았다. 하지만 집사람은 성격적으로 나와 달라 평생 모임이 1~2개 고작이였다. 그것도 내업때문에 지역을 옮겨 자주 참석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였다. 지금 내가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한지가 15년이 흘렀지만 이곳에서도 2개의 모임에만 참여하고 있다.
그 하나가 파크골프 모임으로 한5년간 지속되었는데 지금은 몸이 좋지않아 필드에서 라운딩은 거의 하지 못하고 정기 월례회나 특별 모임이 있으면 식사만 하는 정도이고 또하나는 금년에 결성된 목욕탕 모임이다. 이 모임은 집근처 헬쓰장에 오는 사람들로 목욕탕을 함께 이용하면서 띠동기라야 자격이 주어진다고 했다. 즉, 돼지띠로써 6명의 목욕탕 동기모임이라고 했다.
처음엔 농담으로 들었다. 무슨 여자들이 할일없이 목욕탕에서 빈둥대는 그런 모임에 참여를 하는냐고 핀잔을 주었다. 집사람도 처음엔 나와 같은 생각이였지만 주선자가 하도 간곡한 부탁을 하고 대화를 해보니까 배울점이 많아 가입했다는 것이다. 이팀들은 1달에 최소 2번이상 맛집, 산행, 여행 등으로 모임을 가진다고 했다. 그리고 항상 모임 이후에는 나에게 수다겸 보고를 한다.
오늘은 그멤버들 전원이 관광차로 강원도 묵호 여행을 갔다. 이른 새벽에 관광차가 출발하는 곳까지 가야 하기에 내가 자청하여 우리집 아파트 정문까지 오면 그곳까지 내차로 모셔드리기로 했다. 모두가 초면인지라 깍듯이 인사를 하니 하나같이 이른새벽에 잠도 주무시지 못하고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전혀 아니라고 했다. 혹시나 인사치례로 받아 들일 것 같아 제가 몇시에 일어나는지 아세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새벽6시? 아니요!! 그럼 새벽5시?? 그것도 아니고요!! 그럼 새벽4시??? 그것도 아닌데요!!! 라고 하자 집사람 왈! 이사람은 새벽1~2시가 기상시간이라고 했다. 실은 내가 얘기해 주고 싶었던 것은 기상시간이 아니라 취침시간였는데 전달되지 못했다.
집사람은 신경이 예민하여 평소에도 잠을 잘 못자지만 오늘처럼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면 전날 꼬빡 밤을 지샌다. 어제도 잠이 오질않아 혼자 투털대면서 하얀 밤을 지새웠다. 여행도 좋지만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데 사전 약속이라 어쩔 수 없었다. 일행을 태워가는데 다들 한마디씩 하여 실내가 산만하여 누군가가 운전에 방해가 되는데 조용히 하자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분위기가 너무 조용해져 내가 말문을 열었다. 목욕탕 친구들로 재미있는 모임인것 같네요. 너무 부러운데 혼자들만 즐기시지 마시고 불쌍한 남편들도 끼워 주세요 라고 하니 원하신다면 언제라도 좋다고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나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오늘 즐거운 시간 보내시시라고 깍듯이 인사하고 특히 울 집사람 한숨도 못자 잘 부탁한다고 하고 돌아왔다.
점심때 문자가 들어와 피곤하지 않느냐고 하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 9시 이후에 집에 도착할 거니까 미리 자라고 했다. 그런데도 잠이 오지않아 내일 새벽에 쓸 글을 미리 당겨 쓰고 있다. 오늘 집사람 친목회를 주제로 글을 쓰지만 전하고져 하는 메세지는 상대가 하고픈 것이 있으면 웬만하면 받아 주라는 것이다.
주는 것만큼 고스란이 돌아오는 황금율 법칙이 부부를 친구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가 없어 봐야 중요성을 느끼고 또한 나중에 혼자가 되어도 홀로서기가 가능한 것이다. 남자들도 취사, 세탁, 청소, 설겆이 등 아내가 하는 일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같이 70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라면 말이다.
함께 늙어가면서 동일한 취미생활을 가진다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금년 8월부터 함께 산행을 하기로 해 놓고 8~10월까지는 가까스로 체면을 유지했으나 11월은 한번도 실행을 하지 못했는데 목욕탕팀들이 내역활을 대신해 줘서 감사를 표한다. 나이들어 3대 필수조건이 돈, 건강, 친구라고 했는데 집사람의 경우 마지막 것을 일구어 한걱정 덜어도 될 것 같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서로 닮아가는 것이 노후에 진정한 부부이자 친구가 되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