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2:15)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라
속담에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빈대들이 있기 마련이다. 공동체 속에 숨어 기생하면서 타인의 피를 빨아 먹는 빈대들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적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빈대를 잡는 것도 초가삼간을 지키기 위함인데 잘못하면 도가 지나쳐 빈대 잡는다고 지키려던 초가삼간까지 태워버리는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체를 향한 비난과 비판이 지나치면 개혁의 본질은 사라지고 나중에 남는 것은 파괴와 해체만이 남아서 빈대는커녕 사람들 살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릴 것이다.
포도원에 꽃이 피고 열매가 익어 가려면 포도원 울타리를 뚫고 들어오는 여우가 있었다. 시인은 그 작은 여우를 잡으라고 애원한다. 포도원이라는 공동체를 파괴하고 허무는 이 작은 여우는 행복을 파괴하고 공동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적이다. 우리 가정이나 공동체 그리고 국가적으로 이 작은 여우같은 존재들이 사회 곳곳에 숨어 있다. 이런 작은 여우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동체를 위태롭게 만들고 구성원들의 삶을 위태롭게 하며 포도밭을 헤쳐 놓는다. 때론 꽹과리를 쳐서 여우를 포도원에서 쫓아내거나 울타리를 보수하여 더 이상 여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여우를 잡자고 여우꼬리에 불을 붙여서 포도원을 헤집고 다니도록 해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개혁이라는 이름과 기치로 여우 꼬리에 불을 붙이는 잘못을 저지른다. 빈대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중소기업 육성은 두말 할 것 없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대기업을 해체하거나 벌주기 하는 방향으로 나가서는 안 되며 여성의 인권이 중요하지만 어떤 여성 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여성 성범죄 예방을 위해 무고죄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발상인 것이다.
세상은 점점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강조 되어가는 추세다. 각 사람이 원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기본 권리는 인정되고 중요시 되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는 이런 부분에서 차별이 없고 기회 평등의 원칙이 잘 지켜지도록 지원하고 또한 감시하여야하며 마땅히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권리와 자유만큼이나 공동체의 중요성 또한 강조되어야 한다. 하나님은 공동체의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가정을 만드셨고 교회를 세우셨다. 그러나 가정과 교회 공동체는 처음 하나님이 세우시던 그때와는 매우 다른 환경 가운데 있다. 거기엔 울타리를 허무는 작은 여우들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이 작은 여우를 잡기위해 여우 소탕 작전을 펼치고 마침내 공동체의 뿌리까지 흔들리도록 방임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오히려 그 여우보다 더 위험하고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조국 교회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틈을 타서 한국 기독교 자체를 흔들어 보려는 속셈을 가진 무리들도 있다. 교회를 걱정하고 건전한 비판을 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교회 자체를 뿌리 채 뽑아버리려는 앙심을 품고 조심성 없이 마구 질러대는 비난은 교회를 사랑하기 보다는 교회를 향한 악한 감정을 가진 속으로는 매우 이기적인 세력이 분명하다. 무너지고 깨어진 폐허 위에 자신의 왕국을 세우거나 비난의 목소리를 통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볼 요량이라면 그 사람이야 말로 적그리스도의 세력이 아니겠는가? 자신의 진실을 증거 함으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공동체를 공격함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무리들은 열이면 아홉은 거짓이요 사기꾼이다. 지금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이 여우를 잡는 일인가 아니면 포도원을 허무는 일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