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여 만에 이룬 소원
청명 무렵(淸明時節), 즉 4월 초 쯤 淸明(당나라 杜牧의 詩)에 나오는 杏花村을 찾아 봐야겠다고 맘먹었는데, 2달이 넘어서야 그 소원을 풀게 되었다. 그것도 詩에 나오는 분위기 대로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雨紛紛) 지난 6월 18일 어스름 무렵 벗들과 함께..
淸明時節雨紛紛(청명시절우분분) 청명 절기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路上行人欲斷魂(노상행인욕단혼) 길 가는 행인 기분이 울적해져
借問酒家何處在(차문주가하처재) 술집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니
牧童遙指杏花村(목동요지행화촌) 목동이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
-두목(杜牧) 시 淸明
명동 중국대사관 앞 정통 중국 음식점
지하철 명동역에 내려 중앙우체국 표시가 있는 출구로 나왔으나 비가 내려서 인지 오래간만에 와선지 도통 방향을 알 수 없다. 한참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웬 5십대 쯤 보이는 남자가 안쓰러웠던지 자청해서 친절히 길을 알려준다. 키는 작달막하지 얼굴은 거므스름하지 연변이나 시골에서 금방 올라 온 중늙은이 임에 틀림없다 여겼겠지.. 중앙우체국을 지나 명동으로 이어지는 첫번째 길가에 장님도 알 수 있을 정도의 큰 간판을 아래 위로 단 행화촌이 금새 눈에 들어온다. 당연히 1층으로 생각하고 들어가니 인심 고약한(?) 주인 여자가 귀찮다는듯 2층 행화촌을 찾아온 게 아니냔다.
눈부신 명동 속에 고색창연한 중국집
소리나는 2층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잘못 온 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으나,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니 꽤나 깨끗하고 고풍스런 내부장식과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오후 6시쯤 된 시각인데 크지않은 홀(테이블 8개 전후?)엔 손님이 가득하고 중국집 특유의 시끄러움도 충만했다. 미리 예약을 했기에 룸(4~6인용)이 배정되어 시끄러움 속에서도 조용하고 아늑한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인심좋아 보이는 퉁퉁한 5십대 쯤의 남자가 들어오기에 주인이냐 물으니 머슴이라 대꾸하는 것으로 봐 주인임이 분명하다. 오늘 모임은 대학 동기 2명과 은사님(용고 5회)이 함께 하는 '맛기행' 으로, 2달에 한번씩 싸고도 맛있는 집을 찾아댕기는 모임이다.
짜장과 탕수욕이 일품이라는데..
짜장(한그릇에 4천원)과 탕수육이 맛있다 소문이 나서 점심에는 줄을 서야 한단다. 우리는 룸으로 들어간 죄(?)로 제대로 된 요리를 시켜야 했기에 동파육, 냉체 그리고 깐풍새우를 시켰다. 동파육은 그리 짜지 않으면서 부드러워 5회 선배님은 물론 환갑, 진갑 다 지난 우리들도 먹기에 좋았다. 냉채도 수준급이고 깐풍새우도 괜찮았다. 마지막에 입가심으로 먹은 짜장은 정말로 일품이었다(반그릇만 먹어서 더 맛이 있었나?)
냉채
탕수육
깐풍기
난자완스
4천원 짜리 짜장 (위 사진들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빌려온 것들임)
첫댓글 아! 언젠가 맛집기행을 보고 탕수육,짜장면 먹으러 가려고 햇는디... 1층 여편네 열받겟네 ㅎㅎㅎ
변옹! 다담주쯤 박옹하구 가치가서 탕슉에 짜장면 한그릇하러 갑시다. 연락하리다
짜장 한 그릇에 4000원이라.....
제일 비싼 땅 명동 한 복판에서, 우리 용인 촌에서도 5000원인데....
다른 것 볼 것없이 무조건 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