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석同席
-윤동재
지난겨울 중국 복건성 하문의 호텔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하문북역으로 나가
무이산역으로 가는 고속열차를 탔지요
다른 일행은 일행끼리 앉게 되었는데
나는 무이산역까지 중국인과 동석同席하게 되었지요
그는 자기는 상해까지 가는 길이라면서
내게 어디 가느냐고 묻기에 무이산 간다고 하니까
거기 가서 뭘 할 거냐고 했지요
대나무 뗏목도 타고 천유봉도 오르고
대홍포 차나무 무이산 차밭도 보고
무이정사에 들러 주자를 뵐 거라고 했지요
그는 주자라는 말을 듣더니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지며
주자라 하지 말고 주희라고 하라 했지요
그가 논어를 읽어 본 적이 있느냐고 해서 머뭇머뭇하니
그는 논어 읽지 않은 건 아무 허물도 아니라며
논어는 중의 바라경 처녀 월경 봉사 안경도 아니고
그저 패관소설稗官小說이나 사서史書와 같고
주희 그 작자 쓸데없는 짓만 많이 했다고 했지요
그는 왕양명은 거리에 넘치는 사람이 모두 성인이라고 했는데
누구 말은 경經 누구 말은 전傳 누구 말은 말 무슨 잠꼬대냐고 했지요
그가 무이산 가더라도 무이정사에는 굳이 가볼 것 없다고 해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존함이라도 알았으면 한다고 했더니
성은 이李 이름은 지贄 호는 탁오卓吾라고 했지요
나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숨이 멎을 뻔했지요
얼마 전부터 중국에서고 우리나라에서고
예전과 달리 높이 평가해 꼭 한번 뵈었으면 했는데
하문북역에서부터 동석同席하고 귀한 말씀까지 듣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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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음이 넓어지면
아무리 먼 곳 누구와도 동석이고
마음이 좁아지면 부부도 별석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