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몰라요 / 조미숙
어느 날 이불을 터는데 아뿔싸 만 원권 한 장이 훨훨 날아갔다. 이를 어째? 10층이라 뛰어 내려갈 수도 없고 바로 길가라 어디로 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놈은 나를 약이라도 올리는 것처럼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내 눈앞에서 뱅뱅 돈다. 어찌나 속이 쓰리던지 한동안 그 돈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먹고 죽자 해도 없는 것을 어쩌자고.
외벌이인 남편 박봉에 아이들 셋 키우며 사느라 은행이고 뭐고 거래할 게 없었다. 그야말로 하루살이처럼 살았다. 그런데 언젠가 해외 투자 펀드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수익률이 좋다는 얘기를 풍문으로 들었다. 아쉽게도 막차가 떠나려는 시간이었다. 쥐꼬리 만 한 아이들 용돈을 모아 넣었더니 무려 90퍼센트 이익이 생겼다. 하지만 워낙 소액이어서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미미했다. 내가 가진 게 없다는 게 너무 속이 상했다. 원금이 조금만 되더라도 이게 얼마야 하는 마음에 눈이 뒤집힐 뻔했다. 이걸 빚이라도 얻어서 투자해야 할까 하는 위험한 생각까지 했다. 한동안 그렇게 고공행진을 하던 것이 점차 기울기 시작했다. 바닥을 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렸는데 끝내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을 봤다.
나는 운이 없다. 언젠가 동네 마트 오픈 기념으로 행운권을 받아 응모했는데 선풍기 옆에 내 이름이 떡하니 있었다. 이게 웬 떡인가 싶어 신나게 찾으러 갔는데 주민 등록 번호가 다르다고 했다. 그렇지 내게 무슨 그런 행운이. 또 큰아이를 광주교대 부설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추첨하는데 거의 끝 순서였다. 아직 자리가 많이 남았는데도 나는 꽝을 뽑았다. 난 그런 사람이다. 내가 뭔가 손대면 늘 안 된다.
거기에 난 새가슴이다. 우연히 이엘에스(ELS: 주가 연계 증권)에 얼마 안 되는 돈을 맡긴 적이 있었다. 얼마나 걱정이 되는지 계약 만료 기간까지 노심초사하며 보냈다. 남들이 들으면 웃을지도 모를 아주 소액이지만 어찌 보면 나에겐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여서 혹시 그걸 날릴까 봐 조마조마했다. 통장 잔액이 백을 넘긴 적이 없었으니까. 몇만 원에 눈먼 나를 자책하며 지냈다.
경제 용어는 참 어렵다. 죄다 영어 아니면 한자다. 많이 배우지 못해 가뜩이나 모르는 것투성인데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잘 안된다. 거기에다가 난 운도 지지리도 없고 겁도 많은 새가슴이다. 그런 사람이 주식을 하겠는가? 주식에 손댔다가는 제명에 살지 못할 것이다. 주식의 주자도 모를뿐더러 가진 돈도 없으니 잘됐다. 그런데 이렇게 주가가 뛰니 사돈이 땅 산 것도 아닌데 배가 아프다.
주변에서 소액으로라도 재미 삼아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몇 주가 있는데 얼마를 벌었네 하면 나도 귀가 솔깃해진다. 요즘 학생들도 주식을 한다는데 난 뭐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물론 우리 아이들도 한다. 혹시 일확천금을 노리고 맹목적으로 뛰어들까 봐 늘 잔소리한다. 평생 벌어서 한 푼 안 쓰고 모아도 집 한 채 살 수 없다는 현실에 그 아이들도 머리를 쥐어짜고 방책을 구하고 있을 것이기에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애쓰고 있으리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투자 규칙을 정해 놓고 적금도 하고 그러면서 똑똑하게 투자하라는 조언뿐이다. 난 아무것도 모르지만 요즘 아이들은 똑똑하다. 알아서 잘한다. 그리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그 돈만큼 얻은 게 있을 것이다. 넘어져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만 상처를 받기 바랄 뿐이다.
이번에 막내는 성과금으로 현금과 주식을 받았다는데 이렇게 주가가 뛰니 과연 얼마나 될까? 아들 수입이 궁금하다. 혹시 나에게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려나? 시원하게 김칫국 한 사발 크게 들이켜본다.
첫댓글 하하, 그런 김칫국을 마음껏 마셔도 됩니다. 아들에게 살짝 물어보세요. 콩고물이 많이 떨어질 것 같은데요.
하하! 그럴까요?
아들이 대박나면 말하지 않을걸요. 그러니 미리 김칫국 마시지 마세요. 내 아들도 좀 많이 번 것 같은데 입을 꼭 닫아요.주식 개미 투자자는 수익내는 사람 많지 않아요.
히히! 대박나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착실하게 돈 모으는데 보탬이 되길 바랄 뿐이죠.
선생님 글 열심히 읽는 중에 알림이 오네요. 요즘은 장기투자가 대세라니 조급하게 맘먹으면 안 된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 만원은 누가 주었을까요? 진짜 궁금해집니다. 하하
참! 10층에서 이불 털 때 조심하세요. 꼭.
하하, 지금도 쓴 입맛을 다십니다.
앞으로 이불 털 때는 미리 저한테 귀뜸해 주세요. 그 아래서 기다리고 있을께요. 잘 읽었습니다.
아들들은 엄마의 말이라면 깜빡 죽어요.
넌지시, 단둘이 있는 순간에 슬쩍 던져보세요.
허공과 아들의 귀가 맞닿는 그 곳에 ...
우리 아들에게도 물어 봐야겠어요. 그렇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날 닮아서.
아, 만원. 결국 못 찾으셨나요? 그런데 선생님 재테크는 완성 아니신가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