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집으로 들어갈려는데, 전화 한 통 온다. 비도 오는데 술이나 한잔 하자고. 비 온다고 술마시는 거 참 오랜만이다.
여덟시를 넘겨서 친구를 만난다. 둘 다 식전이라 부산대에서 이름이 난 국밥집에서 돼지국밥 두 그릇에 반주로 소주 한 병 넘긴다. 목구멍에 착착 감기는 맛이 또 오랜만이다.
비 땜시롱 술마시는 건데, 콘크리트로 꽉꽉 막힌데 찾아가기 뭐해서 포장마차 간다. 엄밀히 이야기 하자면 '이동식' 포장마차는 아니지만 부산대학교 대학로 미용실 왼편에는 괜찮은 포장집 네 동이 사이좋게 들어서 있다. 손님이 덜 찬 이모네에 가서 우리 둘은 귀퉁이에 기역자로 앉아 얼굴보며 앉는다. 오늘의 메뉴는 시원한 놈 한 병에 고갈비.
비가 지글지글 익는다. 고등어 한 마리 먹음직스럽게 몸 벌리고 등장. 요놈의 짭쪼롬함과 비의 냄새에 취해 우리가 나누었던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다. 닳고 닳은 연상법이지만 비는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마음 한구석에 불러다 놓는다. 친구의 넋두리는 끝이 날 줄 모른다.
이놈의 비 땜에, 땜시롱...금주禁酒의 약속은 여지없이 깨진다.
첫댓글 포장마차와 고갈비 냄새, 그리고 옛 애인을 떠올리며 술잔 드는 잘 생긴 넘, 준희. 캬, 와 이리 예쁘노.
^^
와~금주를 하기로 했는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