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4일 연 짱, 치 맥으로 저녁을 때우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 난리 브루스를 쳤더니
멘 탈도 바디도 70퍼 가량 회복된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죽기 전에 100퍼
회복은 어렵겠지요? 노화를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요. 25살 난 생떼 같은 아이가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기가 막힙디다. 그녀의 아버지는 억장이 무너져 어떻게 살까요?
-
옛날 말에 죽어야 할 노인이 죽지 않아 어린 아이가 죽는다는 말은 참말일까요?
이래저래 사는 게 영 신통치가 않습니다. 불금이라 외박을 할 작정으로 출근할 때
짐을 싸놨다는 것 아닙니까? 배터리 충전을 풀 필로 하고 새벽1시에 일어나 5시까지
미리묵상을 했어요. 대충 들여다봤는데 쌀쌀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입니다.
-
최근 제 관심은 ‘비긴 어게인’의 박 정현에게 빠졌고 무미과2차 시험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딸내미들, 그리고 명희 생일(21)에 꽃 배달하는 일, 부고 불안 정도입니다.
참, 영어회화를 시작했어요. 문장 50개를 일단 100일 동안 듣다가 감이 오면 같은
방식으로 통 문장을 시도하려고요. 동이 트면 출발할 설악산 투어에 이어폰을
-
챙기는 이유를 아시나요? 누구나 개인의 비하인드스토리가 묻어있는 유행가 하나쯤
있을 것인데 ‘아형‘보다가 김 범수, 거미 편에 ’보고 싶다‘가 나와서 눌러놓은 감성이
지랄발광을 합니다. 범수가 하는 오리지널 버전도 좋지만 거미가 커버 곡으로 했다는
-
‘보고 싶다’가 소름을 끼치게 만듭니다. 노래도 어쩔 땐 사람 기분을 들었다 놓았다
할 때가 있더라고요. 그녀를 25년 만에 찾아 만났어요. 이렇게 강렬한 플라토닉은
맹세코 처음입니다. 첫 일탈이라서 그런가? 짧은 영화를 한편 찍었을 것입니다.
-
“아무리 기다려도 난 못가 바보처럼 울고 있는 너의 곁에 상처만 주는 나를 왜
모르고 기다리니 떠나가란 말이야.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이런 내가 미워질 만큼
울고 싶다 네게 무릎 꿇고 모두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면 미칠 듯 사랑했던 기억이
추억들이 너를 찾고 있지만 더 이상 사랑이란 변명에 너를 가둘 순 없어 이러면 안
-
되지만 죽을 만큼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이런 내가 미워질 만큼 믿고 싶다
옳은 길이라고 너를 위해 떠나야만 한다고 미칠 듯 사랑했던 기억이 추억들이 너를
찾고 있지만 더 이상 사랑이란 변명에 너를 가둘 순 없어 이러면 안 되지만
죽을 만큼 보고 싶다 죽을 만큼 잊고 싶다“
-
안성발 설악산 경로는 44번국도, 영동고속도로, 양양 간 고속도로 정도 될 것인데,
새로 난 고속도로를 선택했다가 그만 4시간이 걸렸어요. 단풍철이라고 행락객들이
몰린 것 같네요. 여행은 밀려야 제 맛 아닙니까? 3시간 만에 '내린 천' 휴게소에 내려
보일러 물도 빼고 가스 주입도 했어요. 소문대로 빅 사이즈 입디다. 불고기 버거 세트
-
테이크아웃 해서 설악산으로 고고싱! 입구부터 막힙니다. 백해서 갈림길 삼각주에
적토마를 매어두고 트래킹을 시작했어요. 입구까지 8km정도 차들이 줄을 서있어서
걸어올 만 했어요. 막히는 차반대로 가는 기분을 아는 사람만 알 것입니다. 캠핑장은
널널했어요. 제대하고 강원도에 한 50번쯤 왔는데 설악산은 몇 번 안 왔습니다.
-
설악산에는 두 세 개 정도 추억이 있을 것이지만 38년 전 수학여행으로 맞출까, 44번
국도로 할까 내내 망설였어요, 그냥 '추억의 짬뽕'으로 소환하겠습니다. 고1때 수학여행을
갔는데 경포대에서 1박을 하고 설악산으로 넘어왔을 것입니다. 설악산 입구부터 긴긴
행군을 하던 생각을 하면서 데크 길을 걸어갔어요. 맨투맨 V넥(회색)을 교복바지와
-
앙상블로 입고 교복 단추를 2개쯤 풀어 제친 채 팔자걸음을 걸어갔을 것입니다. 안내
판을 보니 설악산 사이즈가 5천 만평이네요. 안성 ‘팜 랜드‘가 30만평이니까 200배쯤 되는
것 같아요. 하늘이 기이하게 생긴 것이 비가 올 형색입니다. 하천을 못 들어가도록 막아
놔서 자연이 잘 보존되었겠지요? 내장산 보다는 단풍이 더 들긴 했어도, 다음 주나
-
되어야 단풍이 자체발광을 할 것 같아요. 입구에 다 와서 향성사지 삼층석탑(보물444호)을
만났어요. 진 덕 여왕 때면 족히 천년을 이곳에서 뻗치기를 했다는 말입니다. 돌 색깔을
보니까 그런 것도 같습니다. 석탑도 스님들 사리 담느라고 세웠어요. 하여튼 인간들이란.
입구에 달려있는 플래카드에 상인들이 자기들 굶어 죽는다고 합니다. 어쩌라고?
-
어쩌긴 뭘 어째요? 주차장을 없애야 매상이 오르겠지요. 그동안 잘 벌어먹고 산 것 아닌가?
허걱, 이렇게나 많은 인파는 몇 십년 만입니다. 저는 왜 사람이 많아야 좋지요?
행락객의 반 이상은 외국인들 일 것입니다. 등산 패션도 전과는 달라진 것 같아요. 꼰대들
빼고는 레깅스에 반바지를 입거나 래시가드 형태의 추리닝이 대세 같습니다. 네 파, 아크,
-
몬츄라, 블랙야크, 밀레, 사레와는 한 명도 못 봤어요. 뉴 페이스들은 언더아모, 데쌍트,
나이키를 많이들 입더라고요. 중국이나 베트남 쪽 여자들인지 야외 촬영을 합디다. 근데
그네들은 바지통이 다 커요. 통바지는 40년 전에 유행했는데 지금은 촌스러워 보입니다.
우리가 12인치 일자 통바지를 입고 다닐 그때, 서울 애들은 단꼬나 통단꼬를 입은 걸 보면
-
확실히 서울 애들이 유행을 리드했어요. 돌고 돌아 다시 스키니가 유행이잖아요.
심지어 스키니 나팔까지. 저는 바지 주름 있는 것이나 통 큰 것은 모두 버렸어요. 돈 벌면
딸내미들에게 허벅지에 꼭 끼는 래시가드 한 벌 씩 사줄려고요. 당신 맘대로 하시라.
갈림길입니다. 대청봉, 비선 대, 울산바위 길은 몇 번 가봤지만 비룡폭포를 딱 한번 가본
-
이유는 케이블카 공포증 때문입니다. 오늘은 큰맘 먹고 케이블카를 타려고요. 어라,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니 오늘도 틀렸습니다. 저 부처님은 청동 무게만 100톤이랍니다.
옛날에는 못 본 것 같은데 돈 나오는 머신이라서 투자를 한 걸까요? 기왓장에 이름 쓰는
것으로 수지타산이 맞을려나 몰라? 다해봐야 천장이면 천 만 원 밖에 더 되냐고요?
-
4시간을 걸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픕니다. 등산을 생략해야겠습니다. 설악산 안
가본 사람 없잖아요. 아직까지 다 그대로에요. 아차, 입구에 왕 부처님 청동상하고 신흥사
보수공사 한 것, 그리고 카페가 오살 나게 많아졌어요. 전주집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었어요.
누룽지 때문에 쌤쌤치긴 했지만 밑반찬도, 맛도 별로였어요. 백차가 두 대씩 서있어서
-
내 적토마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딱지 떼면 말지요. 사과대추라는 왕대추가 한 댓 박에
만원입니다. 아삭거리는 식감이 아무리 좋아도 현금이 없으면 못 사먹어요,
어느새 차들이 많이 빠졌네요. 시내버스를 탈까하다가 제가 누굽니까? 끝까지 걸어갔습니다.
제가 또 한 오기 하잖아요. 적토마가 하루종일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누구의 손도
-
타지 않고서. 대포 항까지 10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방파제를 바다 쪽으로 낸 후로
완전 재개발을 했네요. 데크로 공연장도 만들어놓고 튀김 골목 뒤쪽으로 2차선 도로가 났어요.
저기 벽화 속 고래는 어데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저거 나오면 상품권 200만원 밥습니다.
대게가 싱싱해 보입니다. 러시아 산인가? 세꼬시에 소맥 한잔 하고 싶었지만 그림에 떡이니
-
패스. 방파제까지 꽤 걸어갔어요. 주변에 강 태공들이 바글바글합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요새 젊은 애들은 낚시를 하면서 연애질을 하나봅니다. 동해는 확실히
물 클래스가 다릅니다. 남태평양이나 인도양이 에머럴드 깔이라면 강릉은 닥크 블루에요.
-
그래서 개인적으로 여름바다보다 겨울바다가 더 좋습디다. 인제 원통, 안흥을 들려 나와바리
시찰을 할 예정이었는데 일정을 취소했어요.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산다는 말을 아시나요?
-
2.
아직 오전 6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서울이 다 그렇지만 프레아 타운 뒷길은 김빠진 열기로
형편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S는 맘먹고 벤치 프레스에 바벨을 끝까지 올려놓고야 말았다.
60.70.90,100.거울에 비친 젖 봉우리가 말죽거리 권 상우와 오버랩 되는 순간 오만상을
다 써 보았다. 짜~아식, 살아있네. 강남 터미널은 한산하다. 오늘이 연휴 마지막이기 때문
-
이라는 생각을 하며 터미널 꽃시장 쪽문에 빨려서 들어갔다. 한바탕 상인들의 북적거림이
지나고 꽃시장은 다시 평온을 찾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좋아하는 후레지아, 부활절의 릴리,
그리고 정물화용 소국, 단박에 그라시아(장미) 100송이를 주문했고 제법 묵직한 게 맘에
들어서 꽃 집 여자와 돈 바꿨다. 연신, 히죽거리다가 모바일을 연다.
-
"나도 오빠 죽을 만큼 보고 싶다(최 지우)." 수학공식인지 조건반사인지 심장이 마구 뛰었다.
버스가 다다를 즈음 차속에서 생각해 놓은 특별 이벤트는 마음속에 남겨두고 내릴 수밖에.
Send를 길게 눌러봤지만 대답이 없다. 희끗거리는 계집애들, 오십은 족히 돼 보이는
아저씨가 물어보는 길 물음에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S가 다시 Send를 길게 눌렀다.
-
대답이 없다.
혹시 무슨 일이......,
만약, 내게 말 못할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떡하나.
조급한 마음이 들었지만 애써 여유를 부렸다.
-
그때다. 나의 그녀다. 모래시계의 현정이 저럼 코트 깃을 세우고 나를 향해 거만하게
걸어왔다. 큰 키에 힐을 신은 모양이다. 접어 두었던 이벤트를 또 생략해야 했어도,
기쁘다는 말에 내가 더 기뻤다. 까치 버전이다. 네가 기뻐하는 일 해 준다고 했잖아…….
아까운 꼬리곰탕을 몇 덩어리나 남겨놓고, 우리는 44번 국도를 선택하였다. 시간 반이
-
되는 설교가 다 끝날 때 까지 그녀는 진지하게 그리고 감격해 하며 들어준다. S는 기뻤다.
가슴속 깊이 가라앉아 있던 A형 남자의 한들이 주체할 수 없는 기세로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도로확장 공사로 국도는 많이 바뀌었지만 문 막, 치악산, 신남, 철정ck, 휴게소, 86팀 스피릿,
선착장, 우체국, 교회, 그리고 방앗간 그 때 그 창문도 그대로 S를 기다리며 반겨주었다.
-
관객1000만 돌파를 눈앞에 둔 장동건의 “태극기 휘날리며“를 호평하며 두 사람은 열심히
고증 찾기에 바쁜데 소양강의 해는 야속하게도 서둘러지고 있다.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쇼팽, 모차르트까지. 몇 번이나 목적지를 비켜갈 만큼 두 사람은 할 말이 끈이질 않는다.
여울이라......,맘먹고 언덕위의 하얀 종이비행기를 타기로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
S를 쳐다보며 재잘대는 그녀는 영락없는 그녀다.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반소매에 굵은
팔뚝조차 옛날의 그녀다. 아니 더 거칠어 보였다. 분신 셋을 똑 부러지게 키운 상흔일
거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여전히 나보다 더 나 같은 모습을 하고는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다. "오빠 꼭 닮은 아들을 낳고 싶었다고". 미친 거 아니야?
-
가슴이 또 뛴다. 눈물이 나오려고 지랄이다. 나는 18년 동안 고부라진 여인을 고쳐주신
하나님께서 우리들의 고부라진 18년을 한 가닥 주름도 없이 펴시고 이전 보다 더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실 것을 믿는다. 막바지 행락객들을 태운 입석 기차가 S의
서울 입성을 재촉하였다. 오늘밤도 쉬 잠이 올 것 같지 않다(2004.03.02.).
2019.10.19.sat.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