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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01년 10월 23일
제목 [응답]77회 여깃어여
글쓴이: 정난정 글쓴시간 : 01/10/23 23:07
s#1. 난정모 집 외경(밤)
방문에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s# 동 난정모 집 방 안(밤)
난정, 숨을 몰아쉬며 눈을 부릅뜬 채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다.모린, 어쩔
줄몰라 울상되어 난정을 바라보며
말한다.
모린 ..아씨, 어찌하면 좋을런지요
..?
난정 (섬뜩할 정도로 냉정한)
모린아, 넌 기방으로 돌아가
거라.
모린 (걱정되는)..아씨 혼자 어찌하
시려고요..?
난정 내 걱정은 말고 어서!
모린 (질끔)..예,아씨.(일어서서 방문
밖으로 나간다)
난정 (살기띈 눈빛) 서방님, 뼈가 부서
지건, 튕겨져 나가시건 목숨만은
기필코 살아남으시어야만 하옵니
다. 반드시 살아남으시어야 김안
로와 윤임이 두놈을 갈갈이 찢어
놓으실수가 있사옵니다!
윤원형(E)(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소리)
아악-
난정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휙-
돌아보는)...!
s# 의금부 마당(밤)
윤원형, 온통 물벼락을 뒤집어 쓴채 주리
틀림을 당하며 비명을 질러댄다.
옆자리 형구의자에 앉아있던 백치수, 참혹
한 모습에 고개를 돌려버린다.
중종, 당상자리에 선채 윤원형을 노려보고
있다.정광필과 안당, 김전, 남곤, 이유청
(*),홍경주, 심정, 김안로, 김제학과 판서
급의 신료들(*)이 각자의 표정으로 마당에
서있다.(*김안로만이 윤원형이 고문당하는
장면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본다) 중종,
손을 들어 제지하면
정광필 (금부도사에게) 멈추어라!
금부도사 (형졸들에게) 멈추랍신다.
형졸들, 주리틀기를 멈추면 윤원형, 비참한
몰골로 헐떡거리면서도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중종 (윤원형을 쏘아보며) 네 이래도
바른대로 토설치 못하겠느냐?!
윤원형 (중종을 바라보며 짜내듯 힘겹게)
..천번, 만번을 하문하시어도 신이
받은 삼만량은 청탁뇌물이 아니
옵니다!
중종 (엄하게 보며) 네 정녕 참수를 당하
고 싶은게냐?!
윤원형 소신, 백번 참수를 당한다 한들 어찌
감히 주상전하 앞에서 거짓을 고할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보다가) 허면 네가 받은 삼만량중
얼마를 중궁전에 바쳤느냐?
윤원형 (원통한)..저, 전하, 어찌, 어찌하여
중전마마를 의심하시는 것이옵니까?!
하늘이 굽어 보시고 계시옵니다!
전하, 참으로 원통하고도 원통하옵
니다! 흐흑..
정광필 죄인이 어찌 지엄한 국청(鞠廳)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냐?! 어서 주상
전하께 이실직고하라!
윤원형 (흐느낌을 삼키며)..시생이 받은
삼만량은 뇌물이 아니옵고..설사 그
돈이 청탁뇌물이라손 치더라도 중전
마마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사옵니다.
(피를 토하듯)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전하! 전하!흐흑!
중종 (윤원형을 보다가 백치수쪽을 돌아
보며) 죄인 백아무개는 듣거라!
정광필 죄인은 고개를 들라.
백치수 (고개를 들며)...
중종 너는 옆에 있는 윤원형에게 은자 삼
만량을 준적이 있느냐?
백치수 (망설이는)...
정광필 어허! 네 어찌 주상전하께오서 하문
하시는데 입을 다물고 있는게냐?!
백치수 ..예, 그러하옵니다.
중종 죄인은 어인 연유로 승후관에게 거금
삼만량을 건네주었느냐?
백치수 (시선을 돌려 김안로를 보는)..
김안로(E)(급히 한걸음 앞으로 나서서 백치수
를 보며) 자네 목숨과 조선의 인삼독
점권이 자네 답변 한마디에 달려있음
이야!
백치수 (갈등하는)..
중종 여봐라! 죄인이 입을 열때까지 주리
를 틀도록 하라!(교의로 가서 앉으
며)
금부도사 (형졸들에게) 주리를 틀랍신다!
형졸들 예-(백치수의 다리사이로 주릿대를
들이미는데)
백치수 주상전하! 소인 이실직고 하겠나이다
중종 (손을 들어 제지시키면)
금부도사 (형졸들에게) 물럿거라.
형졸들 예. (조아리고 물러선다)
백치수 ..소인, 윤승후관에게 삼만량을 건네
면서 장차 이놈에게 조선의 인삼독점
권을 주시겠다는 윤승후관의 약조를
받았사옵니다!
중종 뭐라?! 인삼독점권?!
윤원형 (눈이 번쩍 뜨이는) 네 이놈! 네 어찌
하늘 같으신 주상전하 용안앞에서
그런 거짓 토설을 하는게냐?!
중종 (윤원형에게 버럭) 죄인은 입을
다물라!
윤원형 (움찔)...!
중종 (백치수를 보며) 죄인의 말에 추호도
거짓이 없으렷다?!
백치수 예, 이놈 분명 윤승후관의 약조를
받고 삼만량을 건넸사옵니다!
윤원형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는).뭬,뭬야
?! 네 이놈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전
하 이자의 말은 거짓이옵니다!
중종 (버럭) 그 입 다물라! 다물라!
윤원형 (백치수를 보며) 어허, 네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백치수 소인같이 미천한 장사치 놈이 하늘같
이 우러러 뵈옵는 주상전하 앞에서 어
찌 감히 거짓을 고하겠사옵니까?!
윤승후관이 분명 그리 약조하였사옵니
다!
중종 허면 네 어찌 승후관 따위가 인삼독점
권을 줄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느냐?!
네 지금 거짓으로 과인을 우롱하고
있음이야!
백치수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
오면 장차 보위에 오르실 것이 틀림없
다고 하였사옵니다. 그리되면 승후관은
임금의 외숙이 되실것이니 그때가서
약조를 지켜주실 것이라 하셨사옵니다!
중종 (충격) 뭣이라?!
일동 (경악한 눈으로 보는)...!
윤원형 이런 천벌을 받을 놈! 네놈이 나와
중전마마께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지엄하오신 전하를 기망하려드는게냐?!
백치수 승후관 나으리, 전하 앞에서 어찌 거짓
을 고하리까? 나으리께오서도 다 토설
하시어야 살아남으시옵니다!
윤원형 뭬, 뭬야?! (분기에 떨며) 이, 이런
간교한 놈! 네 니놈의 목숨을 살려주고
자 했거늘..
백치수 (시선 피해버리는)...
김안로 (빙긋 미소가 스치는)..
정광필 ...
윤원형 (다급하게 중종을 보며) 저,전하..부디
영명하오신 판단으로 진위를 가려주시
옵소서! 전하!
중종 죄인의 입을 다물게 하라!
금부도사 (형졸들에게) 뭣들하느냐? 주상전하의
명이시다.
형졸들, '예-' 달려들어 윤원형에게 가차없이
몽둥이질을 해댄다.
윤원형 (매질속에서도) 전하! 전하! 억울하
옵니다! 신을 믿어주시옵...(퍽-뒷통
수에 몽둥이를 얻어맞고 축 늘어진다)
중종, 침묵한채 뭔가를 생각하면 의금부마당이
정적에 휩싸인다.조정신료들, 각자의 표정으로
중종의 눈치를 살피는데
정광필 전하, 저자의 토설이 참이라면 이는
세자저하를 위해하려는 음모가 도사리
고 있는 대역죄이옵니다!
중종 음!..(정광필에게) 과인은 친국을
그치고 이만 강녕전으로 돌아가고자
하오! 수천대감과 영모당대감 두분
추관께서 이번 일의 본말을 투명하게
밝혀내어 과인에게 고하도록 하시오!
정광필,안당(숙이며)예, 전하! 분부대로 거행
하겠사옵니다!
중종, 마루에서 내려오면 조정신료들이 깊숙
하게 허리를 숙인다.
중종, 멈춰서서 혼절한 윤원형을 한번 돌아
본다.
중종 (가증스럽게 보는)...
중종, 몸을 돌려 앞장서서 가면 대전내관,
김상궁,상궁나인들과 별감들이 뒤따른다.
그제서야 조정신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수근거린다.김안로와 백치수의 시선이
부딪친다.
김안로(E)아주 잘했네! 자네 목숨은 내가
구명해 줄것이야.
백치수 (자괴감에)...
s# 경빈 처소 방 안(밤)
경빈, 앞에 앉아있는 금이를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경빈 뭬야?! 세자를 음해 하려는 대역죄
?!
금이 예! 백아무개가 윤승후관에게 삼만
량을 건네면서 윤승후관께서 장차
임금의 외숙부가 되실것이란 말을
들었다고 토설 하였답니다.
경빈 아니야! 이는 필시 백아무개란 놈이
김안로와 윤임이의 사주를 받고 거짓
토설을 한 것일게야! 거짓 토설을!
금이 예에?
경빈 금아, 추국이 끝나는대로 좌의정과
화천군대감을 드시라 해라.
금이 예,마마!(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잘못했다가는 김안로와 윤임이 놈을
찍어내기 전에 중전께서 먼저 천길
벼랑 아래로 떨어질수도 있음이야!
(눈을 빛내며) 그리되면 우리 복성
군께오서도 두 번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없을게야! (연상을 쾅 내려치며)
그리되어선 아니되지, 아니되!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 대비전 방 안(밤)
자순대비, 조상궁을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그래, 주상께서 편전으로 드신 연후
에 추국은 어찌 되었다더냐?
조상궁 윤승후관이 혼절을 한 까닭에 날이
밝으면 추국을 재개 할 것이라고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허어, 주상께오서 얼마나 심난하실
꼬? (원망스러운) 중전께서 진즉에
윤승후관의 죄를 청했다면 이리 큰
사단으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을!
중전께서 화를 자초하시었음이야!
조상궁 ...
자순대비 조상궁, 자비를 놓거라. 내 강녕전
으로 발걸음을 하여 주상을 위로해
드려야겠다.
조상궁 대비마마, 전하께오선 오늘밤에
누구도 편전에 들이지 말라고 엄명
을 내리시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엄명?!...(한숨 푹 쉬며) 음..이번
일이 조정은 물론이고 왕실까지
일파만파로 번져나갈것이 자명한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꼬? 어찌하
면?!
s# 편전 방 안(밤)
중종, 심란한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박승지는 없다)
중종(E) 그리도 세자를 괴이시던 중전께서
정녕 다른 마음을 먹고 있었단 말
인가?! (술 한잔 마시고 저으며)
아니야, 그럴 리가 없음이야!
그럴리가! 헌데 백아무개가 내
앞에서 어찌 그런 토설을 하였단
말인가?! 어찌?!
중종, 혼란스러움을 떨쳐버리려는 듯 급하
게 술잔을 입속에 털어넣는다.
s# 중궁전 외경(밤)
오상궁, 급한 발걸음으로 중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오상궁(E)중전마마, 급히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s# 동 중궁전 방 안(밤)
윤비, 오상궁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윤비 옆에 앉아있는 엄상궁도 놀란 표정
으로 오상궁을 본다.
윤비 뭐라? 내 오라버니가 친국중에
혼절을 하시었어?!
오상궁 예, 뿐만 아니오라 아뢰옵기 황공
하오나 백아무개란 자가 윤승후관
께오서 대역죄를 지으신 것으로
토설했다 하옵니다!
윤비 (충격) 뭐라, 대역죄?!
김전 만에 하나 백아무개가 실토한대로
윤승후관이 중전마마께오서 장차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를 보위에
오르실 것을 담보로 하여 뇌물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역
죄로 다스려야 할것이외다.
홍경주 옳으신 말씀이오, 윤승후관 형제
는 물론이거니와 중전마마께오서
도 당장 폐서인되시고도 남으실
대죄이시지요!
정광필 남양군대감, 아직 윤승후관이
자복을 하지 아니하였으니 중전
마마께 불경한 말씀은 삼가
하시오!
홍경주 (찔끔하여) 음!
안당 이번 추국에선 백아무개가 조정
신료들중 누구에게 뇌물을 건네고
무슨 이권을 약조받았는지까지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것
이외다!
김안로 시생 소견엔 이번 추국은 우선
세자저하를 위해할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 생각하옵니다.
홍경주 이 늙은이도 그리 생각하오이다!
조정에 뇌물이 건네진 것을 들쑤셔
보았자 괜히 좋을 것이 없어요!
일동 (남곤,심정, 안당,정광필을 제외하
고 끄덕이며 찬동하는 분위기)..
정광필 허어, 허면 대감들께서는 이번 추국
의 본말을 흐리시겠다는겝니까?!
김안로 본말을 흐리겠다는 뜻이 아니오라
사안의 경중을 따져 차서(次序)대로
처결하자는 말씀이옵니다.
안당 이 사람이 추관으로 있는 한, 백아
무개에게 뇌물을 받은 조정신료들은
죄를 면키는 어려울 것이외다!
홍경주 두분 원임 대감께선 기묘년에 관복
을 벗은 일로 조정신료들에게 사사
로운 원한이라도 있으신 듯 하오이
다!
안당 뭐요?! 남양군 지금 무슨 망발을
하시는것이외까?!
홍경주 망발이라니요?! 허면 장사꾼을 세치
혓바닥에 이나라 조정이 풍비박산나
도 좋다는 말씀이오이까?!
정광필 물이 고여 썩었다면 당연히 물꼬를
터서 흐르게 해야지요!
홍경주 뭬요?! 허면 대감들만 독야청청하시
고 우린 썩었단 말씀이오이까?!
김전 허어, 그만들 두세요. 날이 밝는대로
추국을 재개토록 했으니 오늘은 이만
들 퇴궐하시기로 합시다.
안당,정광필(홍경주를 못마땅하게 보며) 음!
홍경주 (안당,정광필이 못마땅한) 음!
남곤 허면 이사람은 이만 퇴궐하겠소이다!
(일어서며)가십시다, 화천군.
심정 예.그러지요.(따라일어선다)
일동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분위기)..
김안로 하온데 좌의정대감과 화천군대감께오
선 어찌 입을 굳게 다물고 계신 것이
옵니까?
남곤 어차피 추국을 재개하면 모든 진위가
밝혀질터인데 예서 왈가왈부할 것이
무에 있겠소? 아니그렇소이까?(심정
과 함께 빈청밖으로 나간다)
김안로(E)(남곤과 심정의 뒷모습을 의미심장
하게 보며) 좌의정이 다른 꿍꿍이라
도 품고 있는겐가?
s# 의금부 옥사 외경(밤)
금부 군졸들이 엄중하게 지키고 서있다.
s# 동 의금부 옥사 안(밤)
일렁이는 횃불아래 옥살안에 갇힌 백치수
의 모습이 보인다.옆 옥살 안에는 윤원형,
온통 물과 피로 범벅된 처참하게 몰골로
신음을 흘리며 널부러져 있다.
윤원형 (짜내듯 신음섞인)..백도주 네놈
..어찌 배은망덕하게...사람의
뒷통수를 이리 후려칠 수 있느냐
?..
백치수 ...
윤원형 ...네 놈이 누구의 뒷배를 믿고
그리 말했는지는 모르나..으으..
백치수(E)(자괴감 섞인) 나으리..용서하시
옵소서...허나 이놈이 살기위해선
어찌할 수 가 없었사옵니다..
s# 경빈 처소 방 안(밤)
경빈, 앞에 앉은 남곤과 심정을 보며
말한다.
경빈 중전께오서 폐서인 당하실게 자명
하다니 그 무슨 말씀이요?!
남곤 백치수가 전하 앞에서 토설한 말을
번복하지는 못할 것이오니, 조정의
공론이 그리 모아질 것이옵니다.
경빈 (심각해지는)...
심정 마마, 차라리 이번에 희락당대감과
손을 잡으시어 중전을 찍어내시고
교태전을 차지하시는 편이 쉬울것이
라 사료되옵니다.
경빈 (연상 쾅-치며) 이사람이 그리할
수는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
니까?!
남곤 하오나 마마께오서 중궁전을 비호
하시다 중전마마와 함께 밀려나시게
될까 저어되어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경빈 (결연한) 당치도 않습니다! 중전은
결코 폐서인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사람이 목숨을 내걸고서라도 반드
시 중전을 구해낼 것입니다!
남곤,심정...!
s# 중궁전 방 안(밤)
윤비, 연상 서랍을 열고 한권의 치부책을
꺼내든다.
윤비(E) (치부책을 보며) 더는 기다릴수 없음
이야! 실기하면 오라버니의 목숨을 구
할 수 없음이야!
난정(E) 마마, 아니되시옵니다! 조금 더 참으
시어야 하옵니다!
윤비 (고개를 휙-들고 보며) 더 참으라?!
s# 난정모 방 안(밤)
난정 예, 이제까지 인내하신 것을 물거품
으로 만드실 작정이시옵니까?! 저들이
속내를 드러낼 때가 가까워졌사옵니다
! 그때까지는 참고 또 참으시어야 하
옵니다!
s# 동 중궁전 방 안(밤)
윤비(E) 허나, 이미 초주검이 되신 오라버니
께오서 어찌 험한 추국을 견뎌내실
수 있으시겠느냐?!
윤비 (저으며) 아니다! 내 더는 참지 않을
것이야! (방문쪽 보며) 엄상궁, 들게!
엄상궁(E)예.
엄상궁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찾아계시옵니
까?
윤비 내 편전으로 들것이다. 차비를 하거라!
(치부책을 움켜쥐고 벌떡 일어나 방문
밖으로 나간다)
s# 편전 복도(밤)
윤비, 대전내관과 김상궁이 있는 방문쪽으로
다가와 선다.
윤비 (김상궁에게) 고하시게.
김상궁 중전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오늘
밤에는 누구도 들이지 말라는 전하의
엄명이 계시었사옵니다. 하오니 발걸
음을 돌리시지요.
윤비 뭐라? 내 전하를 뵙고 급히 아뢸 말
씀이 있어 왔으니 어서 고하게!
김상궁 쇠인은 주상전하의 하명을 받잡을
뿐이오니 통촉해 주시옵소서!
윤비 (김상궁을 엄하게 보는데)..!
중종(E) (방안에서)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
우냐?
대전내관 주상전하, 중전마마께오서 드셨사
옵니다.
중종(E) ...
윤비 (방문쪽에 대고) 전하,신첩 긴히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중종(E) (방안에서) 뫼시어라!
대전내관 예.(윤비에게) 드시지요.
윤비 (방쪽으로 발걸음을 떼는)...
s# 동 편전 방 안(밤)
중종, 술상 앞에 앉아있는데 방문이 열리
고 윤비가 들어와 선다.
중종 (취기가 도는) 과인이 중전께
근신을 명했거늘 어인 연유로 또
편전에 드시었소?
윤비 (중종 앞으로 다가와 앉으며) 신첩,
전하께 조정일로 긴히 아뢸 말씀이
있어 들었사옵니다.
중종 (뼈있는) 조정일이라? 허어, 중전
께서 언제부터 조정일에 이리 발벗
고 나서신게요?! 과인 대신 중전께
서 용상에 앉아 정사를 돌보시고
싶으신게요?
윤비 전하, 그 무슨 망극한 말씀이시옵
니까? 신첩은 단지..
중종 (말을 자르며) 중전, 처남 일이
걱정이 되시어 오신것이면 물러
가세요.
윤비 전하, 이번 일은 누군가가 신첩의
오라비를 음해하려는 저의를 가지고
꾸민 모함이옵니다.
중종 모함이요?! (연상을 쾅 치며) 중전!
처남은 역심을 품고 있었소이다!
과인은 처남이 역심을 품은 것에
대해 중전께서도 이미 아시고 있으
셨을 것이라 짐작하오!
윤비 (충격) 역심이라니요?! 전하, 대체
그 무슨?!
중종 이번 추국으로 세자를 위해하려는
처남의 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오! 만에 하나 중전께서도 연루
되어 있으셨다면 중전께서도 무사하
시지는 못하실것이오!
윤비 (서운함) 전하, 어찌..?
중종 과인은 중전의 무관함이 밝혀질때까
지는 마주 앉고 싶지가 않소이다!
허니 이만 물러가시오!(술잔을 들어
단번에 마신다)
윤비 (원망 가득한 눈으로 보는)..
중종 (술주전자를 들고 술잔을 가득채우
며) 물러가라고 명하지 않았소이까?
윤비 전하, 신첩을 지켜주시겠다는 약조
가 고작 이런 것이셨사옵니까?
중종 (보는) 뭣이라?!
윤비 신첩, 궐에 들어와 전하의 신하로써
충성을 다했사옵고, 지어미로써 성심
을 다 바쳤사옵니다. 또한 세자를
보호하기위해 신명을 다 바쳤사온데
전하께 오선 장사꾼의 거짓 자복만
으로 신첩을 이리 대하실수 있는 것
이옵니까?!
중종 중전, 과인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말
고 당장 물러가시오!
윤비 (글썽) 신첩, 오늘에야 폐서인 당하
여 쫓겨나신 신비마마의 심정을 뼛속
저리게 알겠사옵니다!
중종 (술상 쾅-) 중전, 그 입 다무시오!
윤비 전하, 야속하시옵니다! 참으로 야속
하시옵니다!(흐느낌을 삼키며) 신첩,
이제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 것이옵
니까?!
중종 (방문쪽을 보며) 김상궁! 김상궁!
김상궁(E)예!
김상궁 (방문 열리면 급히 방안으로 들어와
서며) 찾아계시옵니까, 전하?
중종 중전을 당장 중궁전으로 뫼시어라!
김상궁 예. (윤비쪽으로 다가와서며) 중전
마마, 중궁전으로 드시옵소서.
윤비 (중종을 보는)....
중종 (시선 피하며) 무엇을 하느냐?! 당장
중전을 뫼시지 않고!
김상궁 중전마마! 어서 일어나시지요.(윤비
를 부액하듯 일으키는데)
윤비 (일어서며) 놓아라! 뉘게다 손을
대는게냐?!(김상궁의 손을 뿌리치며
김상궁의 뺨을 매섭게 찰싹 때린다)
내 발로 물러갈 것이야!
김상궁 (충격)...!
중종 (인상 일그러지며) 중전!
윤비 (중종을 원망스럽게 보다가 방문 밖
으로 나가버린다)
중종 (술상을 와장창 뒤엎어 버린다)...!
김상궁 (울상) 예, 걸음마를 떼어놓자마자
궐에 들어와 반백의 머리가 되도록
수십년의 세월 동안 이런 수모는
처음이옵니다.
경빈 그래, 전하께오선 뭐라 하시었는가?
김상궁 크게 진노하셨사오나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으셨사옵니다.
경빈 (끄덕이며) 음...김상궁. 이번 백
아무개의 일이 무마될 때까지는 지
난밤 일에 대해 뉘게도 입을 열지
말게, 내 말뜻 아시겠는가?
김상궁 (서운한)..하오나..
경빈 (쏘아보며) 내 명을 거역하겠다는
겐가?!
김상궁 (꼬리 사리는) 예, 분부대로 하겠
사옵니다.
경빈 이만 물러가보시게.
김상궁 예, 마마.(일어나 방문 밖으로
나간다)
경빈(E) 어허, 어찌 중전마마께오서 큰방
상궁에게 손찌검을 하셨을꼬?
어찌?!
s# 대궐 일각
김상궁, 힘없이 걸어오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조상궁이 걸어온다.
조상궁 (안색을 살피며) 큰방마마님, 어찌
이리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시옵니까
?
김상궁 아무 일도 아니오.
조상궁 아무 일도 아니라니요? 주상전하를
뫼시는 마마님의 낯빛이 어두우시
오면 궐내가 흐려지는 법이 아니옵
니까?
김상궁 (한숨을 푹 내쉬는)...
s#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조상궁을 분노한 표정으로 보며
말한다.자순대비 옆에 창빈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뭐라?! 중전께서 주상의 면전에서
큰방 상궁에게 손찌검을 하시었단
말이냐?!
조상궁 예,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분기탱천하여 연상 쾅-) 큰방상궁
에게 손찌검을 한 것은 주상의
용안에 손을 댄것과 매한가지이거
늘! 중전이 어찌 이리 무도한 짓거
리를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다시
연상 쾅-) 어찌!
창빈 마마, 고정하시옵소서. 중전마마께
오서 그리 하시었다면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줄로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합당한 이유라니요?! 중전이 제정신
이 아닌게요! 오라비가 금부에 하옥
되어 추국을 받는 판국에 중전이
자중하지 못하고 어찌 그리 무엄한
짓거리를 할수 있단 말이오!
창빈 ...
자순대비 (벼르듯) 내 이번일은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요! 어허, 주상
께오서 막되먹은 중전의 짓거리를
어찌 참고 계셨을꼬? 어찌?!
s#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상소문을 펼쳐들고 읽고 있고 그
앞에 박희량이 앉아있다.
김안로 (상소문을 연상위에 내려놓으며
흡족하게 웃는) 허허, 과연 사간원의
상소답구먼! 중전께오서 폐서인 되시
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참으로
예리하게 잘 지적하였네.
박희량 대감께오서 일러주신 내용을 듣고는
모두가 분기탱천하여 연명을 하였사
옵니다.
김안로 암, 젊은 혈기와 공명심을 지닌 젊은
선비들이 두려울게 무에 있겠나? (상
소를 건네주며) 이 상소를 속히 승정
원에 올리도록 하게!
박희량 (상소를 말아쥐며) 예, 그리하겠사
옵니다.
황서방(E)(방밖에서) 대감마님-
김안로 (방문쪽 보며) 무슨 일이냐?
s#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황서방 뒤편으로 송서방이 서있다.
황서방 (방쪽에다) 남소문 객주에서 온 자가
대감마님을 뵙기를 청하옵니다요.
김안로(E)(방안에서) 남소문 객주?..들라하게!
황서방 예. (송서방에게) 드시구려.
송서방 고맙수.(방안으로 들어간다)
s#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송서방, 방안으로 들어와 김안로에게 큰 절을
올리고 앉는다.
박희량, 송서방을 본다.
송서방 대감마님, 그동안 기체 대안하셨
습죠?
김안로 헌데 자네가 어인 연유로 나를 찾아
왔는가?
송서방 이놈, 객주일로 금부에 하옥된 도주
어른을 뵈었으면 하온데...
김안로 허니 자네가 금부에 출입을 할수있게
청이라도 넣으러 왔는가?
송서방 예..대감마님.
김안로 암, 내 자네의 갸륵한 마음씨를 생각
해서라도 서찰 한통 써주지.
송서방 (조아리며) 고맙습니다요, 고맙습니
다요!
s# 어느 길
송서방, 걸어와 멈춰서서 두리번거리는데 길상,
뒤편에서 나타난다.
길상 아저씨, 어찌됐소?
송서방 (소매에서 서찰봉투를 꺼내 건네며)
희락당대감이 써준 서찰이여. 이것만
보이면 금부출입이 될게다.
길상 (서찰받으며) 고맙소.
송서방 도주어르신을 뵈면 인삼하고 물목들은
잘 처리했으니 염려마시라고 전해드려
길상 그리 전하겠소. (서찰을 넣고 어디론
가 간다)
송서방 (그 뒷모습을 보는)...
s# 중궁전 마당
세자, 박상궁과 동궁내관과 상궁나인들, 세자
익위서(*별감4인)등을 거느리고 중궁전 마당을
오른다.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강보에 쌓인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엄상궁과 유모(*)가 건너편에 앉아있다.
윤비, 착잡한 표정으로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
보는 얼굴위로
윤비(E) 네 어찌 사내로 태어나지 못하고 계집
애로 태어나 이 에미의 가슴을 이리도
참담하게 하는 것이냐?..어찌?! (눈물
을 글썽거리는데)
엄상궁,유모(안스럽게 보는)...
오상궁(E)(방밖에서) 중전마마, 세자저하 문후
드셨사옵니다.
윤비 (흠짓하여 방문쪽을 보는)..
s# 동 방 밖 복도
오상궁 옆 방문 앞에 세자와 박상궁이 서있다.
오상궁 (방쪽에다) 중전마마, 세자저하 문후
드셨사옵니다.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눈물을 훔쳐내며) 오상궁, 내 지금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중이니 나중에
다시 드시라 해라!
엄상궁 (윤비의 의외의 태도에 흠짓보는)...!
오상궁(E)(방밖에서) 예.
윤비 (다시 아기에게 젖을 물린다)
s# 동 방밖 복도
오상궁, 방문앞에 서 있는 세자에게 말한다.
오상궁 세자저하, 중전마마께오선 지금 공주
아기씨에게 젖을 물리시는 중이니 나
중에 다시 드시지요.
세자 오냐, 알았느니..(방문 앞에서 큰 절
을 올린다) 어마마마, 소자 나중에
다시 들겠사옵니다.
윤비(E) (침묵)...
세자 박상궁, 따르게.
박상궁 예. 세자저하.
박상궁, 가다가 멈춰 방문쪽을 의아한 표정으
로 돌아보고는 몸을 돌려 세자뒤를 따라 복도
저편으로 간다.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아기를 유모(*)에게 건네고 당의 고름
매무새를 다듬는다.
윤비(E) 세자, 이 에미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구려...원자에게 담을 쌓
을수 밖에 없는 이 에미를 다시는
찾지 않았으면 좋겠소..
s# 윤원형 집 안채 큰 사랑채 외경
탄실이와 배천댁이 방쪽에 서있다.
윤지임(E)원로야, 정녕 원형이를 구명할 방도
가 없단 말이냐?
s#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앞에 윤원로와 김씨가 빈약사발이 놓
인 소반 앞에 앉아있다.
윤원로 (한숨 푹 내쉬며) 송구하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외직
으로 나가는 것이 백번 나을 뻔
했사옵니다.
윤지임 (김씨를 보며) 며늘아, 아무리 생각
해봐도 네 조부이신 영의정대감이나
숙부이신 희락당대감께 다시 한번
청을 넣어보는게 상책일 듯 싶구나.
김씨 ...
윤원로 소자 생각도 그리하는게 좋을 듯
싶은데 제수씨께서 이리도 고집을
부리시니..허 참!
김씨 아버님, 저는 이 댁 윤씨가문 사람
이옵니다.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친정가문인 연안김씨의 대문을 넘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원로 제수씨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원형
이가 어찌되어도 좋다는 말씀이시오?!
김씨 서방님께오선 반드시 누명을 벗고
방면되실 것이라 믿습니다! 허면 이만
물러가옵니다. (약소반을 들고 일어서
서 나간다)
윤원로 (김씨의 뒷모습에다) 제수씨, 만에
하나 원형이가 의금부 옥사에서 형장
을 맞고 사단이 나서 평생 청상으로
지내신대도 이리 고집을 피우실게요?
윤지임 (버럭) 이놈아, 말이 씨가 된다고 행여
재수없는 소리 말어!
윤원로 ..말인즉슨 그렇다는 말이지요..
윤원로 어허, 이일을 어찌한단 어찌? 이제 내
집안은 망했다, 망했어!
s# 의금부 마당
형졸들, 형틀에 묶힌채 초주검이 된 윤원형에게
주리를 틀고 있다.
윤원형, 주릿대가 비틀릴때마다 비명을 질러댄다.
옆자리 형틀에 앉아있던 백치수, 시선을 돌려
버린다.
정광필과 안당, 당상 위에 앉아 내려다 보고
있다.
정광필 (윤원형에게) 죄인은 정녕 남소문 객주
행수 백아무개에게 인삼독점권을 내줄
것을 약조한 댓가로 삼만량을 받은 일이
없느냐?!
윤원형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안당 중전께오서 장차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
오면 그 대군아기씨로 대통을 잇게 하려
는 역심을 품지 않았느냐?!
윤원형 (울부짖는) 차라리 시생을 죽여주시옵소
서! 시생, 하늘이 두쪽나도 역심을 품은
일은..정녕..없었사옵..(고개를 떨구고
혼절한다)
정광필 (백치수에게) 네 참으로 윤승후관 외에는
조정신료들에게 청탁 뇌물을 건넨적이
없단 말이더냐?!
백치수 이놈, 면식이 있는 신료분들의 생신이나
명절 때 인사로 하례물을 받친 일은 있사
오나 뇌물을 드린적은 없었사옵니다!
안당 여봐라! 죄인이 바른말을 토설할때까지
단근질을 하라!
금부도사 예-(형졸들에게) 단근질을 하라신다.
형졸들, 화로에서 시뻘겋게 달군 인두를 꺼내들고
백치수의 허벅지를 지져댄다.
백치수, 고통에 비명을 질러댄다.
윤임, 그 모습을 한편에서 싸늘하게 지켜보다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세자와 그 뒤편으로 박상궁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박상궁에게)뭐라?! 중전께서 공주에게
젖을 물리신다하여 문후를 드신 세자를
물리셨단 말이냐?!
박상궁 예, 대비마마.
자순대비 어허, 중전께서 어찌 세자의 문후를
퇴하셨단 말이냐?! 어찌 이 늙은이의
눈에 거스르는 짓거리만 골라서 하시는
게냐?! 이는 필시 주상께서 윤승후관을
추국하는것에 대해 반항을 하는게야!
세자 할마마마, 어마마마를 너무 책하지 마시
옵소서.
자순대비 세자, 지금 중전의 오라비가 무슨 혐의
로 추국을 받는지 알고 계시오?
세자 예에?
자순대비 아니오, 세자...음!
자순대비(E)중전을 이리 내버려두어선 아니
됨이야! 아니됨이야!
s# 중궁전 외경
금이와 경빈처소 상궁나인들이 중궁전 앞에
서있다.
경빈(E) 마마, 어찌 신첩이 바친 치부책을 전하
앞에서 내놓지 않으시는 것이옵니
까?!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경빈이 앉아있다.
경빈 마마, 아무리 절개 곧은 선비라 할지
라도 의금부에서 추국을 받는다면 거짓
을 토설하거나 스스로 혀를 깨물고 자진
할 수밖에 없사옵니다.
윤비 ...
경빈 중전마마, 참으로 윤승후관을 거짓토설
을 하거나 자진하시길 바라시는 것이옵
니까?!
윤비 ...
경빈 마마, 속히 치부책을 들고 편전으로
발걸음을 하시옵소서! 신첩이 중전마마
의 뒤를 따를것이옵니다!
윤비 경빈, 자네가 어렵사리 구해 바친 치부
책을 내가 무용지물로 만들까 걱정이
되는게로구먼.
경빈 중전마마, 신첩의 진심을 어찌 이리도
몰라주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내 잘 알지! 복성군을 보위에 올리려는
경빈의 일편단심을 내 어찌 모를까?!
경빈 ...!
윤비 허나 아직은 때가 아니야! 내 때를
기다리고 있음이야!
경빈 마마, 때를 기다리시다가 실기하시오면
헤어나오실 수 없는 수렁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드시게 되옵니다!
윤비 경빈, 내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을 찍어
내어본 들 무슨 소용인가? 경빈의 비수
가 내 뒷통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
인데, 아니그러한가?
경빈 마마, 아직도 신첩을 믿지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신첩은 이리 무릎을 꿇었
사옵니다.
윤비 이만 물러가게! 내 지금은 혼자 있고
싶구먼.(눈을 감는다)
경빈 ...!
s# 동 중궁전 마당
경빈, 중궁전에서 나오면 금이가 뛰어 올라와
꿇어앉아 경빈의 발에 운혜를 신겨준다.
경빈(E) (가다가 중궁전쪽을 돌아보며) 중전마마,
이사람의 비수에 찔려 쓰러지시기 전에는
결코 윤임이나 김안로의 손에 먼저 찍혀
져 나가시면 아니되시옵니다!
아니되시옵니다!
갖바치, 평상작업대위에서 갖신에 바늘땀을 넣고
있다.당골네와 방백인, 소쿠리가득한 밤송이를
마당에 널어놓고 발로 까고있다.임백령, 뒷곁쪽에
서 나오다가 그 모습을 보고는 다가온다.
임백령 거 재미있겠구려. 이사람도 해봅시다.
당골네 아서십시오, 요령없이 밤송이를 까다간
괜히 피보시옵니다.
임백령 이깟게 뭐가 어렵다고?! (밤송이를 까다
가 찔린듯) 아! (발바닥을 들여다본다)
당골네 거보십시오, 쇤네가 피본다고 하지 않았
습니까요?
임백령 머슥하게 웃으며 툇마루에 가서 앉아
찔린 발을 문지른다)
방백인 헌데 과거보러 오신 선비님께오서 어찌
글공부는 아니 하시고 하루하루를 허송
세월만 하시옵니까?
임백령 시문이야 자신이 있건만 경학은 아무리
책을 읽어도 이 까막눈이 도통 깨우쳐
지지 않으니 어쩌겠소?
갖바치 허허, 경학이란 저 밤송이와 같은것이
지요. 밤송이같은 어려운 글귀의 뜻을
깨우쳤다 싶으면 맨들거리는 속껍질이
나오고 또 그 껍질을 벗겨내야 비로소
속살을 먹을수 있는겝니다.
임백령 헌데 이사람은 아직 밤송이조차 까지
못했으니 낙방거사는 따놓은 당상이
겠지요.
갖바치 어쩌면 낙방거사 신세가 편할겝니다!
요즘 청탁뇌물에 코를 꿰이시어 전전
긍긍하시고 계신 조정신료분들께오선
거의 다 그 힘든 과거에 장원급제를
하신 분들 아니십니까?
임백령 이사람은 출사를 하면 청백리가 되어
백성들과 고락을 함께 할것이오이다.
갖바치 허나 임선비 혼자 독야청청하신다고
조정의 부패가 사라지고 백성들의 아
픔이 사라지겠사옵니까?
임백령 비록 나 혼자라 할지라도 사람들의
귀감이 될 수 있다면 이사람은 독야청
청 할것이오이다! 그것이 조정암선생의
뜻이 아니시겠소이까?
갖바치 (의미심장하게 보는)...!
s# 의금부 마당(윤비의 꿈)
윤원형, 주리를 틀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안당과 정광필, 윤원형 앞에 바짝 다가서서
추궁한다.
안당 네 이래도 바른대로 토설치 않겠느냐
?!
윤원형 (처참한 고통에 다급한) 예! 시생
이실직고 하겠사옵니다!
정광필 (손을 들어 형졸들을 멈추게 하고) 네
장차 세자저하를 폐하고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로 대통을 잇게
하려는 역심을 품지 않았느냐?!
윤원형 (포기한 듯) 예, 시생..분명 그런 역심
을 품었사옵니다..
안당 뭐라? 허면 중전마마께오서도 알고 계신
단 말이냐?
윤원형 예, 흐흐흑!
정광필,안당(서로를 의미심장하게 본다)...!
s# 편전 방 안(윤비의 꿈)
자순대비, 중종에게 다그치듯이 말한다.
자순대비 주상, 중전을 이대로 놔두었다간 세자
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지 모릅니다!
중종 하오나, 어마마마..
자순대비 주상, 중전은 주상의 면전에서 큰방상궁
에게 손찌검까지 하였소! 이런 패악무도
한 짓거리를 두고만 보신다면 장차 조정
과 내명부의 기강을 어찌 바로 세울수
있겠소!
중종 어마마마. 하오면 중전을 폐서인 시키라
는 말씀이시옵니까?
자순대비 예, 그 방도 밖에는 없는 듯 싶습니다.
주상, 용단을 내리세요!
대전내관(E)(방밖에서) 주상전하, 수천대감과
영모당대감 들었사옵니다.
중종 ..드시라해라.
대전내관(E)(방밖에서) 예.
방문이 열리면 정광필과 안당, 공초문을 들고
방안으로 급히 들어온다.
정광필 전하, 죄인 윤원형이 세자저하를 폐하려
는 역심을 품고 있음을 자복하였사옵니
다!
중종 뭐라?!
안당 뿐만 아니오라, 이번 일의 배후에는
중전마마께오서 깊이 연루되어 있으심이
명백하게 밝혀졌나이다!
중종 주,중전이?! 아니오, 그럴 리가 없소!
중전께서 세자를 그리도 괴이셨거늘!
정광필 전하, 역모에 수괴인 윤승후관 형제를
참수하시옵고, 중전을 폐서인 시키심
이 옳을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괴로운) 아니오, 경들이 잘못 알고
계신게요!
안당 전하!
정광필 전하!
자순대비 주상, 어서 용단을 내리세요!
중종 (갈등하다가 고개를 들고 뭔가 결심하는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