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우연히 읽었다. 목로주점과 드레퓌스사건으로 유명한 에밀 졸라의 소설이다. 행동하는 지성으로 유명한 그는 그가 살았던 19세기후반 프랑스 거대은행의 부도에서 소설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취학전 아버지의 죽음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으며 대입에 두번 실패하고 출판사에 취직했다. 20대중반에 첫 소설을 출간하면서 전업작가로 전향했다. 회갑즈음에 나는고발한다를 발표하여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했으며 몇년후에 가스중독으로 사망하여 4년후 국립묘지에 이장되었다. 9
남주는 경제적으로 실패했지만 장관재직중인 형의 도움으로 한건을 크게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파산상태의 채무자가 발행했던 채권을 헐값에 사서 한푼까지 짜내서 돈을 벌려는 사람들 등 돈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초반부터 다수 소개된다. 이러한 환경속에서도 각자의 힘만큼 노동을 하고도 각자의 식욕만큼 먹는 세상을 위해 독일에서는 물론 파리에서도 추방당한 마르크스와 같이 일했던 시지스몽도 나오는데 그는 채무자를 핍박하는 스크루지와 같은 형에게는 소중한 동생으로 그의 외국어실력으로 번역을 해서 먹고살게 해준다.
덕분에 남주가 러시아어 편지의 번역을 위해 그를 만나지만 그는 소신과는 달리 건강을 해칠정도로 많은 일을 하면서도 극소량의 음식만으로 버티는 바람에 폐결핵에 걸렸으면서도 형에게 알리지 않고 치료도 하지않았다. 오늘 뉴스에도 수원 세모자에 이어 신촌 모녀사건이 보도되었는데, 빚독촉이라면 파산신청을 해서 해결하고 숙식 등의 기본생계비는 정부에 신청하면 가능하니 지금은 어쩌면 저자가 소설을 썼을 때에 비하면 천국과 같은지도 모른다. 다만, 경직적인 정부는 기초생계비를, 시민단체는 빚독촉에서 벗어나는 무료파산신청대행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35
시지스몽의 형은 조사원으로 미망인이라고 주장하는 여인을 자주 활용했는데 일솜씨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질녀는 엄마가 치던 하숙생과 계단에서 관계하다가 팔부상을 입어서 그에게 채무증서를 받았는데 그는 첫 기일이 되기도 전에 사라졌고 그녀는 그와의 아이를 낳고 죽었는데 그 하숙생이 바로 남주이기도 해서 그들은 빈손의 그가 재활하게 되면 키워서 피를 뽑을 생각으로 그냥 놔두고 있었다. 40 남주는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물류회사를 통합하는 아이디어를 가진 엔지니어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여 만국은행설립을 주도하고 신디케이트를 조직하여 80%에 이르는 무납입 주주를 만들었고 소문을 들은 빈자들이 투기에 동참하기위해 혼수비용 등으로 동참하게 되었다. 107
사람들은 왜 돈을 버는 것일까? 의식주와 같은 필수 소비를 위해서는 납득가능하나 이를 너머서는 과시용이나 미래의 필수소비 등을 위한 투자를 위해 돈을 벌다가 그 미래를 즐기기도 전에 죽고마는 것이 일반적으로 맹목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인생이기도 하다. 108 엔지니어는 계획하던 사업은 잘 진행하고 있었지만 주가폭등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고 현장근무를 위해 출발하기 전에 동생에게 2200프랑이상이 되면 주식을 팔라고 부탁했다. 200
그녀는 1000주씩 2200프랑, 2500프랑, 그리고 마지막 2700프랑으로 전량매도했다. 227 그래도 시세는 꾸준히 올라 3천프랑이상이 되었지만 결국 상황을 눈치채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급락하여 정상가격인 2천프랑의 절반도 되지않은 830프랑이 되었다. 문제는 회사가 주가부양을 위해 자금을 소진해서 사업추진여력이 고갈되었다는 것이다. 256 결국 남주와 엔지니어는 은행장과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체포되었고 소액투자자들은 한순간의 기쁨을 뒤로 한채 영원한 몰락에 빠지게 되었다. 278
남편이 저급하게 모은 돈으로 사치스러운 시설의 자선시설을 제공하던 대공부인은 소원대로 재산전부를 써버리고 집조차 건축대금부채청산을 위해 경매로 매각되게 되었다. 그녀의 보모였던 하녀는 오래전부터 2천프랑의 연금을 받아왔지만 마님이 빵과 우유살 돈도 마련하지 않고 재혼하거나 재산을 남기지않아 화가났다. 하지만 대공부인은 오래전에 마련한 수녀회에 입회하여 영원한 안식을 추구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56887398
돈 _7
해설 | 돈이란 무엇인가―19세기 후반의 프랑스 증권시장 _565
에밀 졸라 연보 _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