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메니큐어를 손톱에
발라본다
튀지 않고 가라앉은 듯한 기분을 주면서도
어쩐지 비애스럽고 박복한 색깔
보라색은 외로운 색이며 천한 색이다
사랑 받지 못하고 정처 없는 마음 닮은
외로운 여인네들이 즐겨 찾는 보라색
엄마의 가출로 힘든 소녀시절을 보내던 그 시절
내 옷 중에서 가장 아끼고 소중했던 보라색 블라우스 한 장
목둘레에 하늘거리는 레이스가 달리고 소매 끝에도 잘디잔 레이스가
하늘거렸지
난 그 옷만 입으면 사랑 받고 귀염받는 공주가 된 것 같았어.. 세상에서 나만.
보라색은 화사하면서 쓸쓸하며
힘든 우리네 삶처럼 끈질긴 색이다
귀함은 오래 못 가고 그 생명이 짧다고 예부터 천한 이름을 붙여주던
귀한 자식들, 돼지, 바우, 장군이, 개똥이 ..
손톱에 발라도 보고 지워도 봐도
늘 두고 온 자식처럼 마음 애틋하게 하는 색 보라.
볼연지 화사한 빰에 천사 날개같이 하늘거리는 보라색 레이스 달린
내 소녀적 그 블라우스 다시 한번만 입고 싶어라 ~
어느 봄비 오는 날 블라우스에 빗방울 스며들어 함초롬한
모습으로 뛰어들었던 둘째 오빠친구네 처마 밑..
비 그치길 기다리며 서있는데 사랑 문이 열리며 내다보던 오빠친구의
야릇한 눈빛
그 후 보랏빛 같은 연서가 날이면 날마다 창 틈으로 던져지고
철없는 막내 동생 손에서 내게로 건너오길 수삼 차레
급기야 오빠가 알고 아버지가 아시고 잘못 없이 오빠에게 뺨까지 얻어 맞게되고
세월이 흘러 보라색이 어울리지 않는 추레한 중년이 된 요즘
보라색 블라우스의 친구 동생을 사모했던 그 남자는 고급공무원이 되어
배터지게 잘먹고 잘살고 있다나 뭐래나
동창회 다녀온 울 작은 오빠 후회로 가슴을 치며 하시는 말 "내가 미쳤지, "그 때 "왜, "왜, 너희들을 말렸을꼬,.
손톱에 발랐던 보라색 매니큐어를 지운다
아무리 봐도 보라색은 천해 뵈고 박복해 뵈고 더 할 수 없이 외로운 색인 것 같아서 ...
카페 게시글
━━━━○ 이야기 샘터
보랏빛 블라우스의 소녀는...
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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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5
05.01.31 10:20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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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지나간 시절은 다 애틋하고 아쉽기만해...그래도 어쩌나~! 보라빛이 좋은걸~~!
ㅎㅎ 맹수가..나두 연보라색 좋아한다.... 이상하네..난 그색이 우아하고 귀하게 보이던데.... 니 오빠 정말 마니 후회하시겠네.... 그지?? 그 오빠칭구 다시 볼수 없남?? ㅎ
명숙님!.....지도 초록색과 바이올렛빛을 젤로 좋아하는디!.... 제가 본시 촌스럽나봐유~ ㅎㅎㅎ
에궁...걍 가슴이 시리네여...뭔지는 몰라도~
ㅎㅎㅎ 나두 보라색 좋아해 난 태그 그림에 보라색만 보이면 사용하잔여....... 그리고 보라색 투피스도 있다. 지금은 살이쪄 장농속에 있지만 참 옛날이 그립다 보라색 투피스에 스카프 메니규어 구두까지 립스틱까지 그땐 내가 봐도 훤하고 봐 줄만 했는데 지금은 꿈이네 그랴........
언제 읽어도 좋은 글솜씨세요 때로는 수더분하고 때로는 맛깔지고 오늘은 또 센치까지...명숙씨 글은 마음을 따스하게 뎁혀줘요
명숙씨의 글을 읽을수 잇다는게 행운인거 같아요. 우리모두의 잠자는 추억속의그리움을 그대로 다시 볼수잇으니까요....
보랏빛 블라우스의 소녀에게 연서를 보내던 그 소년은 그시절 제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용감한 소년이었네요. 나같으면 혼자 가슴속으로만 꿍꿍 앓았을 것입니다.*^^*
나도 바이올릿 빛이 좋은데... 지난 시절은 다 그립지요??
그리워요...애틋한 추억을 생각나게 하시네요....이추위가 끝나면 먼 남쪽 바다에서 봄내음이 실려 올려나....그리움 찿아 길나서고 싶어요..^^*
보라색... 환상이 숨어 있을것 같은데... 그런 뜻이 있는줄은 몰랐어요... 힘내세요~~~~~~^^
참 안타깝습니다. 순수한 사랑인데......고급 공무원이 된 오빠를 놓치고 말았으니...
처녀시절..어른이 되어서도 보라색을 아주 좋아했지요..그런데 조금더 나이드니.흰색과 검정.. 설뫼어니는 보라색 잘 어율려요..이번 가게서 보라색 울 숄을 많이 팔았다우..ㅎㅎ 아직은 이쁜 색~~보라
지금도 변함없이 좋아하고 있는 보라빛 색갈,,, 우린 서로 닮은 꼴일까?,,, ㅎㅎㅎ 명숙친구 안녕~ 반가움으로 인사를~
보라색에 그런 깊은 사연들이 있군요. 놓친고기가 더 커보이는 법이지요.
난..보라색이 잘 받질않아서안입지,좋아하는색인데...보라색...이쁘지 않나여?명숙님....지나간 날들을 이렇게 또..짠하게 가슴아리게 전해주시나요.지금 눈그치고 무지추워요.영하20도는 될거라네요.
보라빛 원피스에 잊혀지지 않는 명숙님의 옛 추억의 남자도 지금은 부를 누리고 살고 있지만 아마도 명숙님을 그리워 하겠지요?
ㅎㅎ 저도 보라색을 좋아 합니다... 잘 어울린다고 하길래 그런가 해서 자주 입습니다.. 또 우리딸은 정신병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색이 보라색이라고 하네요.. 이도 저도 아닌 보라색이 좋기만 하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