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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실 우리말 스크랩 한국어 선생님 ② 선생님, 같이 밥을 먹읍시다
흐르는 물 추천 0 조회 83 14.04.11 08:0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한국어 선생님 ② 선생님, 같이 밥을 먹읍시다

 

 

선생님, 같이 밥을 먹읍시다 광운대학교 한국어문화교육센터 주임 강사 이경수

국어요? 한국어요?  

누가 되었든 연이은 질문이 비슷한 걸로 봐서 '국어'는 내국인을, '한국어'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용어라는 인식이 자리 잡힌 듯 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자국어를 지칭하는 용어로 ‘프랑스어Fran?ais’, ‘독일어Deutsch’, ‘영어English’, ‘중국어漢語, ??’ 등과 같이 자국의 이름이나 민족의 이름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국어'는 영어로는 'national language', 'one's mother tongue' 등으로 번역되는 어휘이므로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그렇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한국어'라는 말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는 곧 우리말을 객관화해 생각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국어'라는 말이 당연하게 '우리말', 곧 '한국어'로 들리지만,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전달하다 보면 일반 명사를 고유 명사로 쓰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다른 언어를 배우기 위한 목적으로 우리말과의 차이점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 우리말을 들여다볼 기회는 많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낯설게 보기

 

필자 또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우리말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막연하게 같은 의미로 쓰인다고 생각하던 단어들이 실은 문법이나 쓰임에서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올해로 13년째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새로운 학습자를 만날 때는 설레는 만큼 긴장도 하게 된다. 특히 초보 교사 시절에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던 적도 많고, 얼버무려 대답했다가 곤혹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한국어를 가르치게 된 첫해, 일본인 회사원에게 '-자마자'에 대해 가르치던 중, '비가 오자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어요.'에서의 '-자'와 비슷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 갈 무렵 그가 '선생님, 수업이 끝나자 집에 가십니까?' 하고 물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 분명 어색한데 무엇 때문에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어 교육 관련 교재가 많지 않았고, 인터넷으로도 검색이 쉽지 않았다. 집에 가서 여러 문장을 만들어 보고 난 후에야 그것이 명령문이나 청유문에서는 문법적 제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으)ㅂ시다'를 가르치고 났더니 대뜸 '선생님, 같이 밥을 먹읍시다'라고 말하는 학생 덕분에 문법만이 아니라 표현의 화용적 의미까지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너마저, 너조차'의 차이가 뭐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가 어떻게 다르냐, '됐거든요'의 의미가 뭐냐, '갔어요, 갔잖아요, 갑니다요, 갔지요'를 각각 언제 사용해야 하느냐, 술 이름은 다 '주'로 끝나는데 왜 '주 마시러 가요'라고 하면 안 되느냐 등등 한국인으로서 생각해 보지 않은 숱한 질문들이 나를 한국어 교사로 성장시킨 밑거름이 되었다. 해를 거듭하면서 우리말의 구석구석을 살피게 되었고, 외국인 입장에서 참 어렵겠다 싶은 것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사물을 낯설게 봄으로써 새로운 인식이 가능하듯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우리말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있는 사진    

그럼 외국어를 잘하시겠네요?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말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그럼 외국어를 잘하시겠네요?'이다. 물론 한국어 교사 중에는 외국어를 잘하는 분들도 많고, 교수법에 따라서 외국어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한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기본이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영어 강사가 얼마나 되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심지어 한국에 살면서도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강사가 얼마나 많은가.   한국어 교사에게 외국어보다 필요한 능력은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식견과 설명력이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문화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교사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인사하는 것과 일상 문화는 물론이고 전통 명절에 먹는 음식에 이르기까지, 교사의 말과 행동이 한국을 대표한다. 그러므로 한국어 교사는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 특히 많은 외국인이 한국이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라는 것을 크게 인식하여 그와 관련된 질문을 자주 한다. 정작 나는 한국인임에도 먹고사는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남북 문제나 통일에 대해서는 무심했기에, 새삼 반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너희 고향에도 택시가 있느냐고 물어봐요

 

한국어 학습자의 상당수는 아시아권 학생들이고, 이 중에서도 70% 정도가 중국인이다. 우리 학교도 중국, 몽골, 일본, 네팔 등 아시아권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들과 상담하다 보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수준이 떨어지는 국가의 학생들이 부정적인 경험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나라를 너무 가난하고 뒤떨어진 나라로 알고 있어서 기분 나쁘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하는 곳의 사장이 아버지의 직업이 뭐냐고 해서 '택시 기사'라고 했더니 “너희 고향에도 택시가 있느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유학한 중국인의 절반 이상이 반한파가 되어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또 몽골 학생은 '몽골 사람들은 아직도 말 타고 다니느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TV에 항상 몽골의 시골만 나와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많은 동남아시아 학생들은 한국인이 서양인과 자기들을 차별한다고 느낀다. 외모가 서양인이면 그 사람이 한국어를 못해도 영어를 하든 몸짓을 하든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의사소통을 지속하려고 하지만, 자신들이 한국어를 못하면 바로 의사소통을 중단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 학생들의 말이 모든 한국어 학습자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부정적인 경험이 경험의 전부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안에 외모나 국가 또는 경제적 수준에 따라 알게 모르게 차별하는 요소는 없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한국 영화, 드라마, 케이팝k-pop 등 한류를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어까지 배우겠다고 한국을 찾은 이들에게 우리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예의는 무엇일까. 한국에서의 경험이 따뜻하고 소중해서 자기 나라로 돌아간 이후에도 한국을 사랑하도록 할 수는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시청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학생들

   

글_이경수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학과 한국언어문화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광운대학교 한국어문화교육센터 주임 강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한국어와 한국어 교육 I, II》(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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