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으로 일그러진 배추 흰 나방의 고독
詩/雲悲박종영
안개 낀 착시 한 장이 두 장으로 겹쳐지네
망막을 얇게 깎아 툭툭 털고 눈꺼풀로 닦아 내네
동공이 커지면서 조리개가 움직여 선명해 지네
내 몸에서 속살 파먹고 자라는 미토콘드리아처럼
체세포 분열로 움직일 때마다
혈관을 통해 피부 살갗을 들추며
밤새 떨어뜨린 눈물로 배를 채운 가슴앓이
껍질을 벗고 나와
유충으로 꿈틀대며 살아가는 날이면
배추 흰 나방으로 태어나 환생의 꿈을 키우며
날으는 연습을 하네
보스락거리며 꽃물을 쏟듯 몸살을 앓네
빈집
뱃속이 텅 빈 몸뚱어리가
공간을 헛손질하며 흐느적거리네
지나가는 바람 한 줌 잡아다가
꽁꽁 묶어 포박을 했지
포승줄이 헐겁네
등이 휘어진 길을 꼿꼿이 펴서
갈참나무 키 높이만큼 걸어 놓으니
초승달이 눈 흘기며 걸어가네
절벽 아래로 꽃잎 하나 떨어지네
길모퉁이 화단에 핀 제비꽃잎이
흔들리는 바람 살 눈 속으로
꿈틀거리며 한강대교를 건널 때
옆구리가 허전한 것을 다리 난간에 비벼대네
쭈글쭈글한 바람이
경운기를 몰고 한강대교를 건너네
가득 실은 배추 단이 경운기째 굴러 떨어지네
거친 것은 내 것이 아니라 차가운 것이 내 것이거든
바늘구멍만 한 세상을 들여다 보니
배추 흰 나방이 그곳에서
한강다리 난간을 잡고 매달려 있네
-정해년 오월 그 푸르던 날에-
|
첫댓글 언제나 시인님의 깊으신 시심에 감사드립니다..건강하시고 행복한 한 주 되세요..
고운 발걸음 감사합니다 풀잎 소녀님. 행복한 7월 되십시오.
풀기쉽지않은 시심이신지라.. 늘 건승하십시요..
훈이님 고맙습니다. 7월 한달내내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마치 배추흰나방의 일생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인생인듯 그래도 활짝펴고 살아야 겠지요
항상 고운 걸음 고맙습니다. 7월 행복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