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감독은 '만사마'?
울산과 부천의 경기(부천 1대0 승)가 벌어진 지난달 3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는 몇 안 되는 부천 서포터들이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정사마'를 외쳤다. 이윽고 벤치에 있던 정해성 부천 감독이 응원석으로 부리나케 달려가더니 '고맙습니다. 다음 경기에서도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한 팀의 서포터스가 경기에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일은 다반사여도 감독을 응원석 앞까지 불러들인 것은 드문 일이다. 왜 그랬을까. 이 광경을 본 이들은 약체인 부천이 후기리그 들어 2연승을 했으니 당연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정 감독의 입에서 흘러나온 고백을 듣고 나서야 수긍이 갔다.
알고보니 정 감독은 '정사마'가 아니라 '만사마'였던 것이다. 이날 울산전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부천은 지난 2001년 4월 15일(1대0 승) 이후 4년 4개월 동안 울산을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지난해 정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도 5전 전패였다.
그래서인지 부천 선수들은 이날 울산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주눅이 들어있었다. 정 감독으로서도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었다. 결국 정 감독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차라리 내가 망가지더라도 제자들 기라도 살려주자'였다. 그래서 경기 시작 전 라커룸에서의 선수단 미팅 때 작전지시 대신 개그맨 '만사마'의 춤을 선보인 것이다.
선수들은 호랑이인 줄만 알았던 정 감독의 느닷없는 쇼에 박장대소를 했고, 정 감독은 '얘들아, 기죽지 마라. 이 기분대로 가자'라고 외쳤다. 그리고는 이겼다. 눈물을 글썽이며 '승패를 떠나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으니 다행'이라는 정 감독. '감독 해먹기 참 힘들다'고 했지만 서포터스가 왜 '정사마'를 외쳤는지 충분히 알 만했다. < 울산=최만식 기자>
첫댓글 의외로 정해성 감독은 성공작이네요. 그 꼴값이던 누구 밑에서(하도 시원찮아서 이름도 까먹음. -_-;;;) 그렇게 고생하면서 쌓은 기초인데, 잘 나가야 정상이겠죠. 다만, 그 기세를 끝까지 이어가서 후반기 우승으로 플레이오프 나가길 바랍니다.
오 저런면이..가슴이 찡한..